정준극

음악의 도시 비엔나와 오페라 이야기

지붕 위의 바이올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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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집중탐구/뮤지컬 스토리

2018. 6. 5.

지붕 위의 바이올린 -2

자식 이기는 부모는 없다...피조물인 인간 이기는 창조주 하나님은 없다


뮤지컬 '지붕 위의 바이올린'은 2막으로 구성되어 있다. 주요 등장인물들은 다음과 같다.

- 테브예(Tevye). 딸만 다섯을 둔 가난한 우유장사. 유태교 신앙과 전통을 고집스럽게 지키고자 하는 사람이다. 그러한 그의 신념은 세 딸의 결혼문제로 흔들리기도 하지만 그래도 변함없는 전통을 주장한다.

- 골데(Golde). 테예브의 부인. 신랄한 잔소리가 일품이다.

- 짜이틀(Tzeitel). 큰 딸. 19세. 어릴 때부터 소꼽친구로 지낸 가난한 모틀(Motel)과 사랑하는 사이디다. 중매장이에 의해 나이 많은 홀아비 푸줏간 주인과 결혼키로 되어 있으나 결국은 테브예의 배려로 사랑하는 모틀과 결혼한다. 짜이텔이라고도 발음한다.

- 호들(Hodel). 둘째 딸. 17세. 딸들 중에서 가장 지성적이고 용기있는 아가씨이다. 호들은 키에프에서 온 퍼치크를 사랑하여 결국은 나중에 시베리아에서 그와 결합한다. 호델이라고도 발음한다.

- 하바(Chava). 셋째 딸. 15세. 수줍은 아가씨이다. 책읽기를 좋아한다. 러시아 정교회를 믿는 휘에드카를 사랑한다. 러시아어로는 샤샤라고 부른다. 샤바라고도 발음한다.

- 모틀 캄초일(Motel Kamzoil). 가난하지만 성실하게 일하는 양복장이이다. 차이틀을 사랑하여서 결혼한다. 모텔이라고도 발음한다.

- 퍼치크(Perchik). 키에프에서 온 대학생으로 볼셰비키 혁명사상을 가지고 있다. 호들을 사랑하게 된다. 유태인 마을인 아나테브카에 왔다가 키에프로 돌아가지만 당국에 의해 체포되어 시베리아로 추방된다. 그런 그를 호들이 시베리아로 찾아간다.

- 휘에드카(Fyedka). 하바를 사랑하게 된 러시아 정교회 교도. 러시아가 유태인들을 학대하는 것을 보고 분을 참지 못한다.

- 라자르 볼프(Lazar Wolf). 마을의 정육점(푸줏간) 주인. 부자이다. 차이틀을 좋아해서 결혼코자 하지만 테브예가 차이틀과 모틀의 결혼을 승락하여서 없던 일이 된다.

- 옌테(Yente). 말이 많은 마을의 중매장이이다. 차이틀과 푸줏간 주인인 라자르를 맺어 주려고 했다.

- 프루마 사라(Fruma-Sarah). 라자르 볼프의 세상 떠난 부인이다. 테브예의 꿈에 무덤에서 뛰쳐 나와서 차이틀과 라자르가 결혼을 하면 무서운 재앙이 내릴 것이라고 전한다. 물론 테브예가 꾸며낸 꿈 이야기이다.

- 차이틀 할머니(Grandmother Tzeitel). 오래 전에 세상을 떠난 골데의 할머니이다. 역시 테브예의 꿈 속에 나타나서 차이틀과 라자르의 결혼을 반대한다.

- 랍비(Rabbi). 마을의 랍비(유태교 선생). 어려운 질문이 있을 때마다 재치있는 답변을 해 준다. 

- 지방 치안관(Constable). 테브예의 친구. 유태인들의 어려움을 이해한다. 말하자면 마을 경찰이다. 그러나 러시아인은 러시아인이다.

- 이밖에 마을 사람들, 가톨릭 교도들, 기타


가난한 양복장이 모틀과 테브예의 큰 딸인 차이틀의 유태교 전통 결혼식. 영화에서.


[1막] 러시아 서부의 아나테브카 마을에서 딸만 다섯을 두고 살고 있는 가난한 우유장사 테브예는 유태인들의 관습과 전통이 어떤 것인지를 설명한다. 러시아 땅에 살고 있는 유태인들은 아무래도 러시아와는 이질적인 문화, 관습, 종교 때문에 마치 지붕 위에서 바이올린을 켜는 사람처럼 불안한 생활을 하고 있다. 그렇지만 테브예는 남의 나라에서 유태인들이 그나마 생존할수 있었던 것은 유태인의 신앙과 전통을 유지했기 때문이라고 내세운다. 테브예의 노래가 저 유명한 '전통'(Tradition)이다. 테브예는 아침 일찍 마차에 우유통을 싣고 배달을 떠난다. 마차를 끄는 말이 다리에 상처가 생겨서 제대로 걷지 못하기 때문에 테브예가 힘들게 마차를 끌고 간다. 테브예는 여호와에게 '내가 만일 부자라면'(If I Were a Rich Man)이라는 노래를 부르면서 누가  마음에 상처를 받을 것인지를 묻는다. 테브예는 '가난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하지만 명예스러운 것도 아니다'면서 제발 작은 부자라도 부자가 되게 해달라고 간구한다. 마을의 광장에는 사람들이 모여 신문기사를 보고 있다. 서부 러시아의 어느 마을에서 이미 유태인에 대한 포그럼이 진행되고 있으며 심지어 테러도 자행되고 있다는 기사다. 유태인들은 여호와께서 보살펴 주시리라고 믿는다. 그러면서 아나테브카 마을에는 그런 일이 없을 것이니 걱정하지 말자고 서로 말한다. 그때 웬 청년이 나타나서 유태인 마을 사람들에게 '어려운 일이 닥칠 터인데 말만 하고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느냐?'면서 크게 나무란다. 사람들은 퍼치크라는 이 청년의 말이 너무 심하다고 생각해서 상관하지 말고 어서 저리 가라고 말한다. 테브예는 웬 일인지 키에프에서 왔다는 이 청년이 마음에 들어서 마침 그날 저녁이 안식일(Sabbath) 저녁식사를 하는 날이므로 그 청년을 집으로 초대한다. 테브예는 내친 김에 퍼치크에게 아직 어린 두 딸의 가정교사가 되어 주면 먹고 자게 해주겠다고 제안한다. 퍼치크가 흔쾌히 승낙한다.


이웃에 사는 가난한 양복장이 모틀이 레브 테브야의 큰 딸 차이틀에게 청혼코자 하나 기회를 잡지 못한다. 이디쉬어에서 레브(Reb)라는 단어는 영어의 Sir와 같은 호칭이다. 우리식으로 굳이 번역한다면 아무개 씨라고 할 때의 씨이다. 유태인들은 어른의 이름을 부를 때에 레브라는 호칭을 반드시 사용한다.


한편, 테브예가 우유를 배달하고 있는 중에 집안에서는 테브예의 부인인 골데가 딸들과 함께 이것저것 집안 일로 분주하다. 골데는 안식일 저녁을 위해 준비도 해야 한다. 그러한 중에 마을의 중매장이인 옌테가 종종 걸음으로 찾아온다. 마을에서 푸줏간을 경영하는 라자르 영감이 상처한 후에 혼자 지내다가 메주 목요일이면 푸줏간에 와서 고기를 사가는 테브예의 큰 딸 차이틀을 좋아하게 되어 결혼하고 싶다는 얘기다. 아나테브카 마을에서 가난한 집 딸들은 중매장이가 하라는 대로 자기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먹고 살기 위해 결혼하는 것이 하나의 관습처럼 되어 있다. 큰 딸 차이틀도 그래야할 입장이다. 하지만 차이틀은 어릴 때부터의 친구인 모틀과 어느덧 사랑하는 사이이다. 다만, 모틀은 가난한 양복장이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테브예에게 차마 청혼의 얘기도 꺼내지 못하고 있는 처지이다. 골데는 차이틀의 혼처가  아주 흡족하지만 남편 테브예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른다면서 남편이 돌아오면 라자르를 만나서 얘기를 끝내도록 하겠다고 약속한다. 사실 테브예는 라자르가 건방지고 고집불통이며 잘난체 하기 때문에 싫어하던 터였다. 테브예와 골데, 그리고 다섯 딸들과 손님으로 초대받은 퍼치크, 그리고 가난한 양복장이 모틀까지 모여서 안식일 저녁예배를 엄숙하게 본다. 유태인 가정의 안식일 저녁 예배가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골데는 남편 테브예에게 안식일 저녁을 마치고 마을에 가서 푸줏간 주인 라자르를 만나보라고 말한다. 다만, 왜 만나야 하는지에 대하여는 얘기해 주지 않는다. 라자르에 대하여는 테브예가 전부터 나쁜 감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만일 아직 19세 밖에 되지 않은 첫째 딸 차이틀을 라자르 영감에게 시집보내는 문제라고 하면 공연히 심통을 부릴 것이기 때문이었다.


태브예 집에서의 안식일 저녁 예배


차이틀은 모틀이 자기에게 청혼하기 전에 중매장이 옌테가 부모님과 얘기해서 신랑감을 정해 버리면 큰일이라고 생각해서 모틀을 만나 제발 빨리 청혼해 달라고 간청한다. 그러나 테브예의 불같은 성질을 잘 알고 있는 모틀은 공연히 청혼했다가 '처자식 먹여 살리지도 못할 주제에 무슨 청혼이냐?'고 야단만 맞을 것 같아서 주저주저한다. 가난한 모틀은 그동안 모은 돈으로 재봉틀을 하나 사려고 하는데 차이틀과 결혼하게 되면 그런 계획이 수포로 돌아갈 것 같아서 걱정이다. 한편, 안식일 저녁을 마친 테브예는 골데가 마을의 푸줏간 주인인 라자르를 만나보라고 몇번이나 강조하기에 평소에 싫어하는 사람이지만 어쩔수 없이 그를 만나러 그의 집으로 간다. 테브예는 라자르가 자기의 암소를 싸게 흥정해서 살 생각이어서 보자고 했다고 믿는다. 테브예는 라자르와 대화를 나누지만 도무지 무슨 내용인지 파악하지 못하다고 결국 그 영감이 차이틀과 결혼하고 싶다고 밝히자 순간 당황하지만 자꾸 당장 대답해 달라고 요구하는 바람에 이생각 저생각 끝에 아무래도 차이틀이 라자르와 결혼하면 굶을 일은 없고 넉넉하게 먹을 것 같아서 그만 승낙한다. 기쁨에 넘친 라자르는 테브예를 데리고 마을 주막으로 가서 사람들에게 축하주를 한턱 낸다. 주점에 있던 유태인들이 즐겁게 춤을 추자 러시아 사람들도 가세하여 자기들의 민속춤 솜씨를 발휘한다. 이 때의 음악이 '삶에게'(To Life)이다. 테브예는 이제 집으로 돌아가야 했기에 주점을 나온다. 테브예는 주점 밖에서 러시아 치안관(경찰과 같은 직책)을 만난다. 평소부터 잘 알고 지내던 사람이다. 치안관은 테브예에게 다음 주에 마을에서 비공식적인 시위가 있어서 유태인들을 추방하려는 요구를 할 것이므로 조심하라고 일러 준다. 일종의 포그럼(인종학대)이 시작된다는 의미였다. 치안관은 유태인 집단에 동정적이지만 그렇다고 러시아인들의 폭동을 방지할 아무런 힘이 없다.


주점에서 기분을 내는 테브예와 유태인들


퍼치크는 안식일 다음날부터 테브예의 어린 딸들을 가르친다. 둘째 딸인 호들은 퍼치크가 성경 이야기를 맑스주의적 사상으로 해석해서 얘기해 주는 것을 '그게 아닌데'라며 조롱한다. 그러자 퍼치크는 호들이 고리타분한 유태주의 사상에만 젖어 있다면서 핀잔을 준다. 그러면서 세상이 빠르게 변해가는 것을 강조한다. 퍼치크는 일부러 호들과 손을 잡고 춤을 춘다. 유태인들의 전통에서는 남녀가 손을 잡고 춤을 추는 것은 용인되지 않는 일이지만 그런 고루한 생각을 깨트리려는 의도이다. 퍼치크와 호들은 어느새 사랑의 감정을 키운다. 얼마후 술에 취한 테브예가 집에 돌아와서 식구들에게 차이틀과 라자르 영감의 결혼을 합의했다고 밝힌다. 골데는 딸 차이틀이 부자집으로 시집가게 되었다면서 크게 기뻐한다. 그러나 차이틀은 너무나 실망하여서 아버지 테브예에게 제발 강제로 시집 보내지 말아 달라고 눈물로서 간청한다. 차이틀이 라자르 영감과 결혼하게 되었다는 얘기를 들은 모틀은 마침내 용기를 내서 테브예에게 차이틀과 서로 사랑하는 사이여서 결혼을 약속했으니 제발 결혼을 허락해 달라고 간청한다. 모틀은 차이틀을 평생 굶지 않게 해주겠다고 다짐한다. 테브예는 모틀의 말을 듣자 크게 놀란다. 모틀의 청혼은 중매장이를 통해야만 한다는 유태인의 전통을 무시한 것이어서 허락할수 없다는 생각이다. 그렇지만 항상 수줍어하기만 하던 모틀이 당당하게 청혼을 하는 것에 감동을 받는다. 테브예는 한동안 독백처럼 하나님에게 이 노릇을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고 묻는다. 유명한 테브예의 독백(Tevye's Monologue)이다. 마침내 테브예는 하나님으로부터 응답을 받은 듯 차이틀과 모틀의 결혼을 승낙한다. 그렇지만 골데에게는 어떻게 얘기해야 할지 걱정이다. 테브예의 허락을 받은 차이틀과 모틀은 기뻐서 어쩔 줄을 모른다.

두 사람의 감동적인 노래가 '기적 중의 기적'(Miracle of Miracles)이다.


모틀의 용기있는 청혼


밤이 되어 골데와 함께 침대에 누운 테브예는 깨어 있으면서 마치 악몽을 꾼 듯한 태도를 보인다. 골데는 테브예가 차이틀과 모틀의 결혼을 허락한 사실을 알지 못하고 있다. 골데는 테브예가 악몽을 꾼 듯이 허우적거리자 테브예를 깨우면서 무슨 꿈을 꾸었기에 그러느냐고 묻는다. 테브예는 꿈을 설명한다. '테브예의 꿈'(Tevye's Dream)이다. 꿈에 세상 떠나신 골데의 할머니(이름은 차이틀이다)가 무덤에서 나와서 증손녀인 차이틀의 결혼을 축복하였다는 것이다. 그런데 라자르 영감과의 결혼이 아니라 가난한 양복장이 모틀과의 결혼을 축복하였다는 것이다. 그런 후에는 라자르 영감의 죽은 부인인 프루마 사라가 역시 무덤에서 나와서 테브예에게 만일 라자르 영감과 차이틀을 결혼시킨다면 무서운 복수를 할 것이라고 위협했다는 얘기를 한다. 테브예의 꿈 얘기를 들은 골데는 너무 놀라서 말을 하지 못할 정도가 된다. 골데는 자기도 모르게 '그렇다면 차이틀을 모틀과 결혼시켜야지요'라고 말한다. 테브예는 그제야 한숨을 놓는다. 한편, 테브예의 셋째 딸인 샤바는 마을에 갔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중에 러시아 청년들로부터 짓궂은 장난을 당한다. 지나가던 러시아 청년인 프예디카가 샤뱌를 보호해 준다. 프예디카는 샤바가 책을 좋아하는 것을 알고 가지고 있던 책을 샤바에게 읽어보라고 빌려 준다. 그래서 두 사람의 비밀스런 감정이 시작된다.


유령의 장면. 골데의 할머니의 혼백이 나타나서 차이틀과 라자르가 결혼하면 큰 재앙이 떨어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차이틀과 모틀의 결혼식 날이다. 온 동리 유태인들이 축하하러 모인다. 이들의 노래가 전체 음악 중에서 가장 유명한 '선 라이스, 선 세트'(Sunrise, Sunset)이다. 이어서 춤파티가 열린다. '웨딩 댄스'(Wedding Dance)이다. 결혼식에 참석한 라자르 영감은 차이틀 부부를 위해 좋은 선물을 내놓는다. 닭 네마리이다. 모두들 라자르 영감의 너그러움을 칭송한다. 그러나 라자르는 테브예가 유태인 전통의 약속을 깼다고 하면시 시비를 건다. 두 사람의 다툼이 심해지자 퍼치크가 앞에 나서서 두 사람의 말린다. 사람들간의 다툼은 라비를 통해서 해결해야 하는데 러시아 사람이 다툼을 중지시킨 것이다. 또 다른 유태인 전통을 타파한 것이다. 게다가 퍼치크는 호들과 춤을 추며 남자와 여자가 구별해서 춤을 추어야 하는 유태인의 전통도 타파한다. 결혼식 파티는 한떼의 러시아 사람들이 마을에 들어와서 유태인들을 몰아내는 시위를 함으로서 난장판이 된다. 시위꾼들의 난폭한 행동으로 퍼치크를 비롯한 여러 사람들이 다친다. 러시아 폭도들은 집들을 부수고 불을 지르기까지 한다. 포그럼의 시작이다. 속절없이 당하기만 한 유태인들은 폭도들이 돌아가자 아무 말도 못하고 부서진 물건들을 치운다.


행복한 신부 차이틀


[2막] 그로부터 두세달이 지난다. 퍼치크는 호들에게 혁명의 일을 하기 위해 키에프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퍼치크는 호들에게 청혼한다. 퍼치크는 나중에 연락할 터이니 키에프로 와 달라고 말한다. 호들이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한다. 호들의 노래가 '난 이제 모든 것을 가졌다'(Now I Have Everything)이다. 퍼치크와 호들은 아버지 테브예에게 결혼하게 되었다는 얘기를 하며 허락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축복을 해 달라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 말을 들은 테브예는 당황하여 놀란다. 자녀가 부모의 허락을 받는 것이 아니라 부모에게 통보하는 것은 유태인 전통에 크게 어긋나기 때문이다. 자녀들이 중매를 통하지 않고 자기들 마음대로 결혼을 약속한 것도 전통에 어긋나는 일이었다. 더구나 결혼을 약속하고서 남편은 멀리 떠나고 나중에 만나기로 한 것도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었다. 한참이나 고민하던 테브예는 마침내 '세상은 변하고 있어'라는 생각으로 두 사람의 결혼을 축복한다. 그러면서 축복이 곧 허락이라는 말도 잊지 않는다. 테브예의 노래가 '테브예의 항변'(Tevye's Rebuttal)이다.


퍼치크와 호들의 결혼을 축복하는 테브예


테브예는 둘째 딸 호들과 키에프에서 온 혁명주의자인 퍼치크의 결혼을 승낙하고 축복했다는 얘기를 잔소리 마누라 골데에게 얘기하자 골데는 놀라서 쓰러질 지경이 된다. 테브예는 '새로운 스타일의 사랑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골데에게 '당신 날 사랑하오?'라고 묻는다. 테브예는 그것이 궁금했다. 왜냐하면 테브예도 골데와 중매장이의 소개로 무조건 결혼했기 때문이다. 테브예의 노래가 '당신 날 사랑하오?'(Do You Love Me?)이다. 골데는 '이 양반이 정신 나갔나? 이젠 별 싱거운 소리도 다 한다'면서 직접적인 대답을 회피했지만 테브예가 자꾸 묻자 마침내 어쩔수 없이 '아니, 지난 25년 동안 딸 다섯을 키우고 지냈으면 그것이 대답이 아니오'라고 말한다. 싸우기도 하고 다투기도 했지만 그것이 모두 보이지 않는 사랑 때문이라는 대답이었다. 한편, 중매장이 옌테는 차이틀을 만나자 하바가 러시아인인 피에드카와 함께 있는 것을 보았다는 얘기를 전한다. 젊은이들이 연애를 한다는 것 자체가 못마땅하며 결혼을 전제로 만난다면 당연히 중매장이를 통해서 소개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니 세상이 어떻게 되려고 이러느냐는 얘기였다. 아나테브카 마을에서는 한때 이 마을에 와서 지냈던 퍼치크가 당국에 의해 체포되어 저 멀리 시베리아로 유배되어 갔다는 소문이 돌았다. 마을 사람들의 노래가 '소문이야. 나도 들었어'(The Rumor/I Just Heard)이다. 호들은 시베리아로 가기로 결심한다. 황량한 기차역에서 호들은 아버지 테브야에게 '제가 있을 집은 어디인지 모르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는 곳이어요. 하지만 저는 영원히 우리 식구들을 모두 사랑합니다'라고 말하며 드디어 저 멀리 시베리아로 떠난다. 호들의 노래가 '내가 사랑하는 집을 멀리 떠나'(Far From the Home I Love)이다.


셋째 딸 하바와 러시아인 휘에드카


세월이 흘렀다.  차이틀은 예쁜 아기를 낳았다. 모틀은 마침내 중고 재봉틀을 하나 샀다. 테브예와 골데, 그리고 이웃들이 몰려와서 재봉틀 산 것을 축하한다. 축하 얘기가 나왔으니까 말인데 유태인들은 남에게 축하한다든지 또는 축복을 빈다는 뜻으로 마즐 토프(Mazal tov)라는 말을 한다. 뮤지컬에서도 마즐 토프라는 말이 자주 나오는 것을 들을수 있다. 영어식으로 표현한다면 Good fortune 이다. 하바가 마침내 테브예에게 휘에드카와 결혼하겠다고 말한다. 테브예는 또 한번 마음 속 깊은 곳으로부터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질문을 던진다. 더구나 하바가 결혼하겠다는 남자는 유태인이 아니고 러시아인이며 정교회를 믿는 사람이 아니던가? 테브예는 비록 자기의 딸이라고 해도 다른 신앙의 사람과 결혼하는 문제는 자기의 권한 밖의 것으로 치부한다. 테브예의 허락을 받지 못한 하바는 마침내 휘에드카를 따라서 몰래 집을 떠난다. 그 사실을 안 골데가 속이 상해서 테브예에게 말하자 테브예는 자기가 무엇을 잘못했기 때문에 이렇게 되었는지 의아해 한다. 테브예의 노래가 '계속되는 사건들'(Chavaleh Sequence)이다. 얼마후 하바가 집으로 돌아온다. 하바는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그렇게 할수 밖에 없었다는 설명을 한다. 하지만 테브예는 하바와 얘기를 나누기를 거부한다. 그리고 식구들에게 셋째 딸 하바는 죽은 것으로 치라고 말한다. 그럴 때에 마을 마다 러시아 사람들이 유태인들을 추방하고 있다는 소문이 들려온다. 마을의 유태인들이 모여서 이 노릇을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고 의논하지만 랍비도 제대로의 대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지방 치안관인 나타나서 유태인들에게 앞으로 사흘 말미를 주겠으니 짐을 꾸려서 모두 떠나라고 전한다. 유태인들은 오랫동안 일구었고 정들었던 아나테브카 마을을 어떻게 버리고 떠나느냐면서 마음들이 무겁다.


랍비도 추방사태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다. 너무 충격적이어서 그렇다.


마을의 유태인들이 하나 둘씩 짐을 꾸려서 떠난다. 하바는 휘에드카가 러시아인이기 때문에 굳이 떠나지 않아도 되지만 크라코브로 떠나기로 결정한다. 자기 가족들을 쫓아내는 사람들과는 함께 지낼수 없다는 생각에서이다. 테브예는 아직도 하바와 말을 하지 않는다. 차이틀과 모틀은 폴란드로 떠나기로 한다. 친척이 있기 때문이다. 차이틀이 눈물을 글썽이며 하바와 작별하자 테브예도 마침내 마음 문을 열고 하바에게 '하나님이 함께 하시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차이틀과 모틀은 훗날 돈을 벌면 식구들과 함께 살겠다고 약속한다. 테브예와 골데와 어린 두 딸은 미국으로 떠날 예정이다. 테브예의 식구들이 아나테브카 마을을 떠날 때에 지붕 위에서 바이올린을 켜는 사람이 혼자서 쓸쓸히 바이올린을 켜고 있다. 테브예가 함께 가자고 눈짓을 보내자 바이올린을 켜는 사람이 내려와서 테브예의 일행을 뒤 따른다.


정들었던 아나테브카 마을을 떠나는 테브예, 골데, 어린 두 딸, 그리고 그 뒤를 바이올린을 켜는 사람이 따르고 있다.


[뮤지컬 넘버]

(1막)

- 전통(Tradition). 테브예와 다함께

- 중매장이, 중매장이(Matchmaker, Matchmaker). 차이틀, 호들, 하바

- 안식일 기도(Sabbath Prayer). 테브예, 골데, 안식일 저녁 참석자 다함께

- 삶에게(To Life). 테브예, 라자르, 주점의 사람들 다함께

- 테브예의 독백(Tevye's Monologue). 테브예

- 기적 중의 기적(Miracle of Miracles). 모틀

- 테브예의 꿈(Tevye's Dream). 테브예, 골데, 차이틀 할머니, 프루마 사라, 무덤에서 나온 다른 혼령들

- 선라이스, 선세트(Sunrise, Sunset). 테브예, 골데, 퍼치크, 호들, 결혼식 참석자 다함께

- 병춤(Bottle Dance). 댄스


가난했지만 행복했던 시절, 테브예의 다섯 딸들의 즐거운 한때


(2막)

- 막간곡(Entr'acte). 오케스트라

- 이제 난 모든 것을 가졌다(Now I Have Everything). 퍼치크와 호들

- 테브예의 항변(Tevye's Rebuttal). 테브예

- 당신 날 사랑하오?(Do You Love M?), 테브예와 골데

- 소문/내가 방금 들었다오(The Rumor/I Just Heard). 옌테와 마을 사람들

- 사랑하는 집을 멀리 떠나(Far From the Home I Love). 호들

- 하발레(작은 새)(Chavaleh: Little Bird). 테브예

- 아나테브카(Anatevka). 다함께


아나테브카를 떠나는 유태인들. 디아스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