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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or Fati~ 운명을 사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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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인초생각/내설교글

2020. 6. 13.

(출처) https://www.facebook.com/jslee1120/posts/3440873489274226

 

Amor Fati~ 운명을 사랑하라!! (이준수 목사)

 

나는 한국 EBS방송국의 <명강>이란 프로를 즐겨 보는데, 요즘엔 ‘한동일’ 교수가 진행하는 <라틴어 인생수업>이란 강좌가 방영되고 있다. 한동일 교수는 가톨릭교회 사제로 로마 ‘라테라노대학’에서 교회법을 공부하고 바티칸 대법원 700년 역사상 930번째 변호사로 임명된, 한국인으로선 보기 드믄 경력을 가진 인재이다. 현재 이탈리아 법무법인에서 근무하며 서강대와 연대에서 라틴어를 가르치고 있다고 한다. 강의가 어찌나 재밌고 귀에 쏙쏙 들어오는지 좀 더 자세히 공부하기 위해 그가 지은 <라틴어 수업>이란 책도 사서 읽고 있다.

 

라틴어를 처음 접하지만 별로 낯설지가 않다. 단어도 익숙하고 문법과 동사변화는 불어, 스페인어와 유사하다. 또 헬라어와 마찬가지로 라틴어 명사에도 6개의 격(case)이 있다. 대부분의 서양언어가 라틴어에서 파생되었고 서로 문법, 어휘상의 유사성이 많기 때문에 어느 한 언어를 잘 배워놓으면 다른 언어들도 공부하기가 어렵지 않은 것 같다. 인내의 문제고 시간 문제며 암기의 문제일 뿐이다.

 

이처럼 라틴어는 어학적인 측면에서도 매우 유익하지만, 그 언어가 내포하고 있는 의미와 가치를 이해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중국의 고전, 사자성어와 마찬가지로 라틴어 단어나 짧은 경구, 문장 속에 고대 로마의 사상과 문화, 중세를 거쳐 르네상스, 종교개혁에 이르는 시기까지의 유럽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Carpe Diem’이나 ‘Memento Mori’ 등 우리에게 잘 알려진 라틴어 경구들이 많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Amor Fati’란 말을 가장 좋아한다. ‘운명에 대한 사랑’이란 뜻으로, 로마제국의 5현제 중 한 사람인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가 처음 언급했고, 19세기 독일의 철학자 ‘프레데릭 니체’가 그의 ‘생철학’을 논증하는 과정에서 이 개념을 차용, 더욱 심화시켰다고 한다. 니체에 의하면 ‘Amor Fati’란 자신의 운명을 단지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차원을 넘어 인간 본연의 창조성을 키우기 위해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개척해 나가야 한다는 뜻이다. ‘빅토르 위고’의 소설 <노트르담 드 파리>에서도 주인공 ‘까지모도’가 사람들의 공격으로부터 ‘에스메랄다’를 구해내 함께 성당 계단을 올라갈 때 벽면에 이 말이 쓰여 있었다.

 

니체의 주장처럼 우리는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을 사랑해야겠지만, 운명을 사랑한다는 것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가혹한 운명을 진정으로 사랑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 가혹함의 대가를 톡톡히 치러야 한다. 연약하기 때문에, 지지리도 못났기 때문에 무수한 고통과 시련을 당해야 하고 온갖 모욕과 수치를 다 겪어야 한다. “나는 왜 이리 못나고 연약해서 이런 천대와 멸시를 당해야 하나” 하며 오랜 시간 눈물의 밤을 지새워야 한다. 이런 견디기 어려운 고난과 연단의 과정을 통해 나에게는 아무런 능력도 공로도 없으며 오직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가 아니면 하루도 살 수 없을 것이라고 겸손히 고백하며 주님의 자비를 구할 때 비로소 하나님의 강하신 능력이 나에게 임하는 것이다. 나의 약함이 강함으로 변하는 것이 아니라 나는 여전히 연약하고 부족하지만 오직 하나님의 사랑과 능력으로 모든 것을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 때 비로소 나의 가혹한 운명을 사랑할 수 있다. 그리고 진정 나 자신을 사랑할 수 있게 허락해주신 하나님의 은혜와 능력으로 다른 사람들도 사랑하며 그들 역시 자신의 운명을 사랑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것이다.

 

‘Amor Fati’는 또한 가수 ‘김연자’씨의 노래 제목이기도 하다. 노래 가사에도 ‘Amor Fati’의 의미가 담겨져 있지만 이 노래가 세상에 알려진 과정 역시 그 정신이 잘 나타나 있다. 김연자씨는 1970년대에 데뷔해 오랫동안 일본에서 활동하다 돌아온 후 예전만큼 사람들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이 ‘아모르 파티’란 노래 역시 2013년에 발표됐지만 처음엔 빛을 보지 못하고 묻혀져 있었다가 2017년 <열린음악회>에서 인기 아이돌 그룹 ‘엑소’의 공연이 끝난 후 김연자가 마지막으로 이 노래를 불렀는데, 아직 공연장을 떠나지 않은 엑소 팬 한 명이 핸드폰으로 찍어 Youtube에 올린 것이 대박이 나 공전의 히트를 치게 된 것이라고 한다. 요즘 말로 ‘역주행’을 한 것이다. 자신보다 40년이나 어린 까마득한 후배의 공연 뒤에, 그것도 관객들이 모두 떠나는 와중에도 끝까지 최선을 다해 열창을 한 김연자씨... 그녀야말로 진짜 가수이고 진정 자신의 운명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이런 뜨거운 열정을 지닌 사람에게 운명의 신은 결국 미소를 짓는다. ‘Dum vita est, spes est’란 또 다른 라틴어 경구처럼 우리에게 생명이 있고 꿈이 있는 한 언제나 희망은 있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