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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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시 옥화

옥 화 정상열 스물아홉 꽃피는 시절에 남편 잃고 넋을 놓고 있을 수만 없었지 추적거리는 가랑비야 어쩔 수 없다지만 저걸 어째, 저걸 어째 진흙탕을 네 발로 걸어가는 저 어린 것을 어째 달빛도 촉촉하게 입술을 적시는 것이다 땡볕에 턱을 괜 대지처럼 마른 번갯불에 화들짝 놀란 가슴 내가 뿌려놓은 씨앗이라도 거두어야지 빈속을 가랑잎으로 켜켜이 벽을 쌓는 두견이의 애달픈 노랫소리만 가슴으로 묻었다 삶에 삶의 아픈 허리를 깨물면 흔들, 흔들바람이 그랬어. 사막을 걸어가는 낙타가 되라고 순례자가 되라고, 별이 가리키는 길에서 꿈을 버려라 한다는 걸 바람이 전해주는 세월만큼 자잘한 모래알 입 안에서 서걱대는 설움도 알싸하게 씹다보면 흙이 되고 그 속에 뿌리가 내릴 거래 슬픈 그대의 가슴에도 꽃이 필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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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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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시 억새꽃

억새꽃 /八峯 산기슭을 타고 올라가면 갈바람 한 점 숨죽이는 곳 흰 머리칼 성성하게 세월을 엮는 아버지 너무 오래 누워 계셨는지 등이 갑갑하셨나 보다 스치는 바람소리에 귀를 쫑긋 세우고 산새가 읊어대는 푸념에 애간장이 타는 을씨년스럽게 흩날리는 그림자에 몸을 의지하고 있었네. 눈에 밟히는 자식들 얼굴 아득하게 보고픈 날 왜 없을까만 그 사무치는 부정父情에 가슴을 쥐어뜯던 눈발같이 휘몰아치는 그리움이야 말해 무엇 하리 적막함으로 볼씬 배를 채운 산야山野에 흐드러진 것이라곤 눈물뿐인데 정처 없이 떠도는 늦가을의 미련에 아픈 서리는 내리고 언제나 무탈하기만 기도하는 마음 알기나 하는지 모두 제 잘나서 이만큼 왔다고 철딱서니 없는 환상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는 날들도 구름처럼 흘러가는 것을 가다 보면 바람 불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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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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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시 자반고등어

자반 고등어 정상열 서방이 입맛 없다고 노래 불러도 눈도 깜짝 않던 마누라 아들놈이 젓가락으로 밥알을 까불어대자 쪼르르 쥐방울처럼 달려간 어물전 물 좋은 고등어 한손 들고 득달같이 달려온 저녁 짠물에서 활개 치던 놈 아니랄까 배를 까뒤집고도 모자라 소금 한줌 거하게 숨을 죽이는데도 능청스런 표정 남자가 뭐 그리 쫀쫀하게 시리 비아냥대는 눈초리로 염장 지르는 아 저걸, 저걸 확 물어 뜯고 싶다 엄동嚴冬에 얼마나 떨었는지 지글지글 끓고 있는 불판위에서 벌떡 벌떡 일어설 만도 한데, 깡다구 하나로 버티는 바다의 근성 가슴팍에서 등짝으로 뒤척이는 여유로운 모습에서 여태 발발거린 내 삶이 얼마나 조급했는지 돌아보는 시간 고소한 향내가 눅눅한 후각을 곤두세우자 노릿 노릿하게 구워진 살점 하나 발라 아들 입으로 쏙 ..

댓글 영상시 2020. 10. 10.

10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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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시

자반 고등어 정상열 서방이 입맛 없다고 노래 불러도 눈도 깜짝 않던 마누라 아들놈이 젓가락으로 밥알을 까불어대자 쪼르르 쥐방울처럼 달려간 어물전 물 좋은 고등어 한손 들고 득달같이 달려온 저녁 짠물에서 활개 치던 놈 아니랄까 배를 까뒤집고도 모자라 소금 한줌 거하게 숨을 죽이는데도 능청스런 표정 남자가 뭐 그리 쫀쫀하게 시리 비아냥대는 눈초리로 염장 지르는 아 저걸, 저걸 확 물어 뜯고 싶다 엄동嚴冬에 얼마나 떨었는지 지글지글 끓고 있는 불판위에서 벌떡 벌떡 일어설 만도 한데, 깡다구 하나로 버티는 바다의 근성 가슴팍에서 등짝으로 뒤척이는 여유로운 모습에서 여태 발발거린 내 삶이 얼마나 조급했는지 돌아보는 시간 고소한 향내가 눅눅한 후각을 곤두세우자 노릿 노릿하게 구워진 살점 하나 발라 아들 입으로 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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