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향기/나무

향곡[鄕谷] 2020. 3. 23. 12:23




산수유

이른 봄 노란꽃, 생명의 붉은 열매





산수유 / 경기도 성남 (2020.3.9)




산수유는 이른 봄 개나리와 진달래가 나오기 전에 샛노란 꽃이 핀다. 매화를 제외하면 가장 먼저 피고,

이어서 목련과 개나리가 핀다. 산에 피는 것은 생강나무, 동네에 피는 것은 산수유다. 생강나무는 자생

하지만 산수유는 사람이 심는다. 생강나무는 꽃자루가 뭉툭한데, 산수유는 꽃자루가 길다. 생강나무

꽃은 줄기에 붙어서 피지만, 산수유는 꽃자루 끝에서 핀다. 산수유 꽃은 꽃자루에서 짧게 올라오다가

꽃송이가 커지는 것은 순식간이다. 며칠간 관찰하려고 마음 먹고 매일 가보면 언제 이렇게 컸느냐 싶다.


산수유(山茱萸)는 산에서 심는 수유나무란 뜻인데, 수유(茱萸)는 붉은 열매(茱)를 매달고 있는 나무(萸)란

뜻이다. 산수유는 꽃도 보지만 열매를 거두어 약으로 쓰기 위해서 키운다. 시인 김종길의 시 '성탄제'에

보면,  '아버지가 눈을 헤치고 따오신 / 그 붉은 산수유 열매'라는 구절이 나온다. 시인이 어렸을 때

할머니는 잦아드는 어린 손자의 목숨을 지키고, 아버지가 눈 속을 헤치고 산수유 열매를 따오셨던 것 같다.

이제 시인이 나이들어 아버지 나이가 되어서 다시 회상한다. '서러운 서른 살 나의 이마에 / 불현듯 느끼는

아버지의 서늘한 옷자락을 느끼는 것은 / 눈속에 따오신 산수유 붉은 알알이 / 아직도 내 혈액 속에 녹아

흐르는 까닭일까" 라고. 성탄제 밤에 아버지가 따오신 산수유 열매는 생명의 열매였다. 


요즈음 매일 어머니와 산책을 하고 있다. 벌써 꽃이 피었네 하고 산수유를 쳐다보신다. 어머니와 같이

꽃 피는 봄을 맞으러 나서니 좋다. 코로나 병이 퍼져서 집에 못 내려가게 붙들고 있지만 이제 며칠 뒤면 

본가로 내려가서 홀로 계실 것이다. 답답해서 내려가겠다는 그 고집을 자식들이 이기지 못한다. 

요즈음은 수도권이 더 확산되고 있어 이유를 대기도 궁색해졌다. 산수유가 봄날의 꽃으로 즐겁게

하였는데, 봄을 맞을 날이 몇년일까마는 모시지 못하는 아쉬움처럼 꽃은 지겠지. 그리고 산수유 피는

봄날을 또 기다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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