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정비석) 연재

홍반장 2020. 10. 22. 18:50

삼국지(三國志) (101)

 

사로잡힌 여포와 조조의 진면목

변명의 기회도 갖지 못하고 곤장 오십 대씩을 얻어맞은 세 장수들이 불 앞에 한데 모였다.
후성(侯成)이 먼저 입을 열었다.
"여포가 우리들에게 이렇게 해도 되는거야 ?"

그러자 위숙이,
"그동안 이런 놈을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워 왔는데, 이거야 말로 우리들이 여포에게 무시당하고 버림받은게 아닌가 말야 ?"

그러자 송헌(宋憲)이 두 사람에게 다짐을 받듯,
"조조의 말대로 우리가 여포를 사로 잡아 공을 세워보는 것이 어떻겠나 ?"
하고 말을 하니, 두 장수는 입을 모아,
"좋아 !"
하고 대답하였다.

이윽고 세 장수는 새벽에 내실에서 잠들어 있는 여포에게 접근하였다. 그리하여 먼저 여포의 방천화극을 빼내고, 튼튼한 밧줄로 여포의 손과 발을 걸어 엮고, 여포의 온 몸을 밧줄로 침상에 꽁꽁 쳐맸다.
순간, 잠이 깬 여포가 놀라 발버둥을 쳐댔다.

호랑이 같은 여포의 용틀임에 밧줄 몇 개가 끊어지자, 세 사람의 장수들이 한꺼번에 여포의 몸을 덮쳐 눌렀다.
그것도 잠깐, 여포의 무지막지한 힘이 세 장수가 온 몸으로 덮어누른 압력에서 벗어나려 할 때, 십여 명의 병사들이 더 달려 들어, 여포를 사정없이 그대로 짖눌렀다.

동이 트자, 하비성 성루에서 후성(侯成)이 성밖에 조조를 큰소리로 불러댔다.
"조 장군 ! 우리가 여포를 생포했소 ! 안심하고 어서 입성하시오 !"
이어서 위숙도 외쳤다.

"어서 입성하시오 !"
그러면서 성문앞을 가로막은 사수강 건널 다리를 내려주었다.
그러자 의심이 많은 조조는 선뜻 입성하지 못하고 망설였다. 조인이 말한다.

"주공, 들어 갈까요 ?"
"잠깐, 우리를 끌어들이려는 진궁의 계략인지 모르니..."
하고 말을 하더니, 성루를 향하여 몸소 외치었다.

"잘 들어라 ! 내가 만만해 보이느냐 ? 내가 입성하면 내 목을 베려는 진궁의 계략임을 다 알고 있다 ! 
그 따위 연기에 나 조조가 속을 것 같은가 ?"
하고, 의혹에 가득찬 소리를 질러 대니, 성루의 후성이 한숨을 내쉬며,

"조 장군 ! 정말 여포를 생포했습니다. 의심하지 마십시오 !"
하고 대답하였다.  그러자 조조가 다시 외친다.
"여포를 생포한 것이 사실이라면 여포의 방천화극을 내 앞에 던져라 !"

그러자 후성이 지체없이 여포의 방천화극을 들어 성밖으로 던졌다.
"여기 있습니다 ! 방천화극 입니다 !"
조조가 성밖으로 내 던져진 여포의 방천화극 앞으로 말을 몰아 다가갔다. 그것은 틀림없는 여포의 방천화극이었다.

"하하핫 !... 여포의 방천화극이 맞구먼 !"
조조는 크게 기뻐하며 웃었다. 그러자 조인도 여포의 방천화극을 알아 보고,
"주공, 틀림없는 여포의 방천화극 입니다."
하고 덛붙여 말했다.

"내가 괜한 의심을 했어, 조인 ?"
"네 !"
"자네가 먼저 군사들을 데리고 천천히 들어가라. 출발하라 !"

"가자 !"
조인이 군사들을 거느리고 열린 하비성 남문으로 서서히 들어가기 시작하였다. 조조는 맨 뒤에서 이들이 입성하는 것을 모두 지켜 본 뒤에 제일 마지막으로 하비성으로 들어갔다.

잠시후, 입에는 재갈이 물리고 , 가슴에서 발끝까지 온 몸이 밧줄로 꽁꽁 묶인 여포가 조조와 유비가 있는  백문루(白門樓) 단하(壇下)로 끌려 나왔다.
"꿇어 !"

여포를 끌고 나온 후성이 여포를 땅바닥에 주저 앉히며, 그의 머리를 짖눌렀다.
입에 묶인 재갈이 풀린 여포가 후성과 위속, 송헌을 향하여 고함을 질렀다.
"네놈들이 이 여포를 배신해 ? 이 나쁜 놈들 !"

그러자 후성이,
"여포, 너는 강을 건널 수 있는 적토마가 있다고 ? 헹 ! 너는 네 부인인 초선을 병사들 보다 중시했다. 그러고서도 네가 우리들에게 잘해 주었다고 할 수가 있냐 ?"
하고  꿇어 앉은 여포에게 일갈을 해댔다.

이런 모습을 자리에 앉은 조조와 유비는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여포가 단상에 조조를 부른다.
"맹덕형 ! 포박이 너무 아픈데, 좀 풀어주시오."
하면서 가쁜 숨을 몰아 쉬었다.

그러자 조조가 말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단하의 여포에게로 다가갔다. 그리고 여포의 풀어진 머리와 수염을 천천히 매만지면서,
"봉선, 자네같은 호랑이를 어찌 대충 묶겠는가 ?"
하면서 풀어줄 기미를 보이지 않자, 여포가 조조를 올려다 보며,

"맹덕 형 ! 나 한테 한 말 기억하시오 ?"
하고 말하자 조조가,
"음 !.. 내가 말을 많이 했는데 그 중에 어떤 것을 말 하는지 모르겠군 ?"
"그랬잖소, 가장 두려운 것도 여포, 가장 존경하는 것도 여포니, 여포를 삼군 대원수에 봉하고 함께 천하를 통일하는 대업을 도모하자고 !"

그러자 고개를 들고 눈을 감은채 여포의 말을 듣던 조조가 아무런 대답도 아니하자 초조해진 여포가 다시 조조를 올려다 보며 맹세하듯 말한다.

"맹덕 형 ! 내가 기꺼이 삼군 대원수가 되어 드리겠소 !"
그러자 조조가 웃으며,
"으흠 !... 내가 그런 말을 하긴 했지, 허나 그 말을 할 때는 자네는 성 위, 나는 밑에 있었으니 그 말을 할 수밖에 없었던거지. 헌데, 지금은 자네도 봐, 응 ? 죄인과 어찌 대업을 함께 도모할 수가 있겠나 ? 그렇게 간단한 이치를 아직도 모르겠나 ?"

조조는 여포의 머리를 <툭툭> 치면서 말했다.
그러자 당황한 여포가 눈을 사방으로 돌아보며 고개를 흔든다.
"하하하하 !...."
조조의 말과 함께 당황한 여포의 모습에 그 자리에 있던 모두는 여포를 비웃었다.

그러자 여포는 단상에서 아무런 말도 없이 지켜만 보고 있는 유비를 부른다.
"현덕 아우 ! 내가 당신에게 베푼 은혜를 기억하시오 ?"
하고 물었다. 그러자 초연한 자세의 유비가 자리에서 일어나 담담한 어조로 말하였다.

"기억합니다. 봉선의 은혜를 어찌 잊겠습니까."
"헌데 왜 말이 없소 ? 뭐라고 말 좀 해 주시오. 엉 ?"
여포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애처로운 눈빛을 담아 유비를 올려다 보며 말했다.

유비가 조조 앞으로 다가가서 예를 표하며 말한다.
"조 공께 제가 청이 하나 있습니다."
그러자 조조가 유비를 마주보며 말한다.

"응 ? 무슨 일이든 말씀해 보시게."
"여포가 세 분의 양부(養父)를 모셨지요. 첫번째가 정원, 두번째가 동탁, 세번째가 왕윤, 이 세 양부는 모두 여포의 도움을 받았지요. 오늘 조 공께서 여포를 양자로 받아, 네번째 양부가 되어 주십시오."
하고 말하자 ,잠시 대답하기를 주저하던 조조가,
"으 하하핫 !..."
하고 웃으며 한 손으로 유비의 어깨를 <탁>치며,
"아, 하하하 !..."
하고 계속해 웃는다.

그러면서 단하의 여포를 돌아보며,
"들었나 엉 ? 누구든 여포의 양부가 되면, 곱게 죽지 못했잖나 ? 으하하하하 !..."
단하의 조인과 병사들도  여포의 실상을 크게 조소(嘲笑)하였다.

그러자 여포가 발악하듯 외쳐댄다.
"귀 큰놈 ! 은혜를 저버려 ?"
그러자 날카로운 눈매로 여포를 바라보던 유비가,
"여봉선 ! 당신도 은혜라는 말을 아시오 ? 과거 서주를 양보 했을 때, 난 그 은혜를 알아주길 바랬소. 그러나 당신은 은혜에 보답하기는 커녕, 기회가 닿기만 하면 나를 죽이려고만 했소. 당신은 은혜가 뭔지 알기나 하는 거요 ?"

유비의 대답은 얼음장 같이 차가웠다. 유비의 말이 이어진다.
"우리가 서로 손을 잡았다면 오늘의 화는 없었을 것이오."

유비의 말이 끝나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여포가 유비와 조조를 향하여 달려들었다.
그러자 온 몸을 묶은 밧줄을 손에 쥔 병사들이 함꺼번에  여포를 끌어당겨 두 사람에게로 접근을 막았다.

"으잇 ! 이 ! 이 !..."
온 몸이 묶인 여포는 단발마의 발악을 해댔다.
조조가 조인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이자 조인이 병사들에게 명한다.

"끌고가라 !"
"옛 !"
여포는 네댓 명의 군사들에 의해 온 몸이 밧줄로 엮인채 끌려 나갔다.

여포가 끌려 나간 뒤 여포의 장수 하나가 밧줄에 묶인채 조조의 앞으로 끌려나왔다.
"저 자는 누구냐 ?"
조조가 묻자,
"저자는 여포 휘하의 제일 대장, 장요 (張遙), 장문원 입니다 !"
조인이 대답하였다.

"꿇어라 !"
장요를 끌고온 병사가 장요를 조조앞에 주저 앉혔다.
조조가 그에게 다가갔다.

"장요, 장문원 ? 으흠 !..."
조조는 장요의 앞을 한바퀴 돌아보고 그의 뒤로 가서 온 몸을 묶은 밧줄을 손수 풀어 주었다.
그러자 유비를 비롯한 조인과 수하 병사들이 놀란 눈으로 조조의 거동을 유심히 바라 보았다.

조조가 장요를 묶었던 밧줄을 내던지며 손을 <탁탁> 털자, 장요가 의문의 눈길로 조조를 바라보며,
"무슨 짓이냐 ?"
하고 퉁명스런 어조로 물었다.

그러자 조조가 장요의 앞으로 돌아와서 그에게 양 손을 모아 예를 표해 보였다.
패군지장에 대한 조조의 이런 모습은 일찍이 없었던 일 인 지라, 모두가 숨을 죽이고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인 장요는 순간 너털 웃음을 웃으며,

"허허허허 ! 말을 해 보아라 ! "
하고 패군지장의 모습은 오간데 없이 당당한 어조로 말했다.
그러자 조조가 장요를 정면으로 응시하며,

"문원 ! 당신은 영웅이오. 당신의 사람됨은 내가 일찍이 들어 알고 있소. 마음 같아서는 나의 수하로 삼고 싶지만, 부탁하면 날 욕하겠지. 그러니 당신이 가고 싶은 곳이 있으면 마음대로 가보시오 !"
하고 말한 뒤에 돌아서  단상으로 올라간 뒤에는 자리에 앉으며 장요를 향해 손을 들어 보이며 다시 말한다.

"가시오 !"
우두커니 서서 조조의 거동을 지켜 보던 장요가 뒤로 돌아선다. 그리고 문 앞으로 몇 발짝 걸음을 옮기다가 조조를 향하여 돌아선다. 그리고,
"장군 !"
하고 부르더니, 무릅을 꿇고 두 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이며 말한다.

"소장, 장군을 위하여 목숨을 다 하겠습니다 !"
하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
이 말을 들은 조조가 단상에서 황급히 뛰어 내려와 <내려오다 엎어지는 바람에 모두 깜짝 놀라게 하면서> 장요에게 다가가서 그의 어깨를 두 손으로 감싸, 잡아 일으키며 말한다.

"문원 ! 그 말이 나오길 기다렸소 ! 하하하하 !..."
"주공 !..."
조조는 장요의 두 손을 맞잡고 그의 손등을 <탁탁> 두드리며  더 할 나위 없이 기뻐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