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튼에서만 30년 일하셨더군요.
"1987년엔가 (벨기에) 브뤼셀 힐튼호텔로 연수를 간 적이 있어요. 거기 총주방장이 힐튼에서만 25년 일한 할아버지였지요. 부주방장은 24년이고요. 우리가 다 '와~' 하고 놀랐어요. 한 호텔에서 그렇게 오래 일한다는 게 대단해 보였지요. 저도 그런 주방장이 되고 싶었던가 봅니다."
―삼성 이건희 회장이 신라호텔로 박효남을 스카우트해 가려고 공을 엄청 들였다던데, 사실입니까?
"한남동으로 출장요리를 간 적이 있어요. 가서 보니 이건희 회장 댁이라 의아했죠. 신라호텔이 있는데 왜 힐튼에 출장요리를 요청했나 싶은 게. 그로부터 2주일 지나 삼성그룹에서 연락이 왔어요. 신라호텔로 자리를 옮기지 않겠느냐고. 스톡옵션에 연봉도 아주 많이 주겠다는 걸 거절했습니다. 힐튼호텔이 있고 박효남이 있는 거지, 박효남이 있고 힐튼호텔이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지요."
―보수적인가요?
"힐튼 와서 아내를 만났고 아이 셋 낳아 키웠어요. 동료 요리사들도 한 식구나 마찬가지죠. (힐튼호텔 소유주였던) 대우그룹이 파산할 때 울었습니다. 세상 사람들이 김우중 회장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몰라도 저는 그분의 포부와 추진력을 존경합니다."
―대학 교수직도 거절한다면서요?
"요리사가 요리를 잘해야지요."
―'프랑스인보다 프랑스 요리를 더 잘 만드는 한국인 요리사'라던데, 인정합니까.
"프랑스 정부에서 훈장(메리트 아그리콜)까지 줬으니 못하지는 않나 봅니다(웃음)."
―업계 최연소 상무이사가 됐고, 힐튼 최초로 현지인 총주방장이 되었습니다. 성공 비결이 무엇입니까.
"사장님이나 총지배인님이 들으면 웃을지 모르지만, 나는 내가 힐튼의 주인이라고 생각해요. 부자죠(웃음). 후배들에게도 늘 오너십, 주인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얘기해요. 집에서 어머님이 가계부를 쓰듯이 호텔 주방장도 가계부를 써야 합니다. 힐튼에 처음 왔을 때 스미스라는, 주방장 출신 총지배인이 있었어요. 새벽에 출근하면 이 사람은 와이셔츠 바람에 호텔 주방으로 들어와 쓰레기통부터 뒤집니다. 어릴 땐, 저 양반이 왜 저러나, 직원들을 못 믿는 건가, 했는데 이제 알겠어요. 함부로 버려지는 식재료가 많으면 음식의 질도 떨어지고 재정도 낭비됩니다. 사실 주방에는 버릴 게 하나도 없어요. 육수를 끓이더라도 샐러드 만들 때 썼던 당근, 양파 껍질을 넣어야 진국이 우러나죠. 지나다가 발로 퉁 차고 마는 쓰레기통이 아니라 보물처럼 쓰레기통을 잘 관리하는 것도 주방장의 능력입니다."
―힐튼 요리사들은 식재료 가격을 다 압니까?
"물론입니다. 당근이든, 오이든, 거위 간이든 자기가 사용하는 재료의 가격과 질을 알아야 제대로 요리를 하지요. 회의 때 느닷없이 직원들에게 채소 가격을 물어봅니다. 모르고 있었다가는 그 자리에서 눈물이 핑 돌게 혼이 나지요."
―재료를 아끼지 않고 사용해야 맛있는 음식이 나오는 것 아닌가요?
"손님한테 가야 할 재료를 줄인다는 뜻이 아닙니다. 그건 도둑놈이죠. 식재료에 대해 충분히 생각하고 지혜롭게 관리할 수 있어야 좋은 요리사가 된다는 뜻입니다."
◇아침밥을 굶는 이유
박효남은 프랑스 음식을 만든다. '박효남식'으로 만들어 미식가들의 사랑을 받는다. '퓨전'은 아니라고 단호히 말한다. "프랑스 요리를 한국인 입맛에 맞게 조리하는 것뿐이죠." 한국 사람이 좋아하는 전복, 새우, 해물을 즐겨 활용하고, 올리브 오일 대신 깨와 식초, 레몬을 가미해 드레싱을 만든다. 생밤으로 샐러드를 만들어 히트했고, 한국의 장(醬)류를 적극 활용한 매콤한 요리로 프랑스 사람들까지도 사로잡았다. "맛이라는 건 인류의 공통된 유산이에요. 세계화 시대에 네 것, 내 것이 따로 있나요? 내가 만들면 내 것이지요."
―미각을 유지하기 위해 아침밥을 안 먹는다면서요?
"요리사가 포만감을 느끼면 게을러져요. 배고픈 상태여야 오감이 예민해지면서 풍부한 향과 맛을 만들어낼 수 있지요."
―술과 담배도 전혀 안 하시죠?
"담배는 초등학교 때 마스터했어요(웃음). 화랑 담배라고, 필터 없는 담배가 있었어요. 군인이었던 아버지는 부대에 가시고 어머니 시장 보러 가시면 아버지 담배를 몇 개비 훔쳐서 친구들이랑 이불을 뒤집어쓰고 폴폴 피웠지요. 연기가 담요에 다 배었으니 바로 들켜서는 되게 혼난 다음부터 끊었지요."
―미식가로 유명한 작가 피터 현이 박효남의 입맛을 일깨워줬다는 게 무슨 얘기입니까?
"벌써 오래전 일이죠. 그분이 우리 식당에 오셔서 남프랑스식 해물탕을 주문했어요. 그야말로 최고의 재료와 와인을 가지고 만들었지요. 그런데 퇴짜를 놓더라고요. 깜짝 놀라 다시 요리해 내보냈더니 또 퇴짜예요. 테이블로 직접 찾아가 '뭐가 잘못됐습니까?' 마음 졸이며 물었더니 '간이 안 맞는다'고 하세요. 순간 '아차!' 싶데요. 그동안 나는 내 입에만 맞게 음식을 만들었던 겁니다."
―그래서 간을 세 번 본다는 건가요? 간 맞추기가 지금도 제일 어렵다고 하셨지요.
"아무리 좋은 재료로 음식을 만들어도 그 맛에 특별한 느낌이 없으면 무용지물이지요. 게다가 맛의 기준이 사람마다 다르지 않습니까. 그래서 기록을 하기 시작했어요. 손님들마다 맛있게 드신 것, 안 드시고 접시에 남긴 것을 분류해서. 결국 맛은 찾아가는 거였어요. 손님의 입맛에 맞게 조리하되, 때로 새로운 맛을 일깨워주는 게 훌륭한 요리사죠."
―요리사는 자기 요리에 후추와 소금을 치는 손님을 보면 자존심이 상한다면서요?
"그만큼 자기 요리에 자부심이 있는 거죠. 요즘은 수프가 나오면 맛도 안 보고 무조건 후추와 소금부터 치는 손님들이 있습니다만(웃음)."
―접시를 싹싹 비워주는 손님이 고맙겠네요.
"최고의 쾌감을 느끼죠. 사실 요리의 테크닉은 거의 비슷합니다. 문제는 손맛이죠. 똑같은 재료, 레시피를 가지고도 서로 다른 맛이 나오는 건, 손맛 때문이에요. 손에 맛이 들어 있는 건 아닐 테고, 결국 정성이지요. 마음이고요."
―1986년에 만난 힐튼 총주방장 요셉 하우스버거가 '영원한 스승'이라고 하셨습니다.
"요리밖에 모르는 분이었어요. 야단도 많이 맞았죠. 일개 주방보조의 사소한 잘못도 그냥 넘어가지 않았어요. 요리를 못한다고 혼내진 않았어요. 요리를 위한 준비를 철두철미하게 못하면 혼이 났지. 식재료 고르는 것부터 접시에 요리를 예술적으로 담아내는 것까지 허투루 하는 게 없었어요. 계약이 끝나 내일 떠나는 날인데도 밤 11시까지 주방에서 일하는 사람이었으니 프로 중의 프로였죠."
―박효남의 열정도 그에 버금가지 않나요?
"지금도 음식 만드는 꿈을 꾸긴 해요. 주방장이 불러대는 오더(주문내용)를 머릿속에 집어넣으려고 끙끙대면서 잡니다(웃음)."
―요리하는 게 그토록 스트레스가 됩니까?
"요리엔 애프터서비스가 없으니까요. 자동차 부품처럼 리콜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아버지의 검은 땀방울
=> 기사 내용을 읽고 느낀 바가 많다.
나는 노력하지 않은 삶을 살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든다.
[노력만은 안되고 죽기 살기로 노력해야 된다는 것,
-모든일에 자신의 심지가 굳어야 된다는 것,
-무슨 일이든 목표가 뚜렷하고 노력해야 된다는 것.
-어렵다고 피할것이 아니라 피할 수 없다면 즐겨야 한다는 것.
-힘들다 힘들다 하면 숨쉬는 것도 힘든 법이다.
-험난한 인생. 끌려가는 게 아니라 내가 끌고 간다 생각하면 훨씬 신나고 보람 있다는 것.]
참 많은 생각을 해주고,느낀 바가 크다.
내 인생 누가 대신 살아주지도 않는것을 남을 탓해서 뭣하랴.
내 인생은 내가 개척해야 된다는 것을....
지금부터라도 열심히 살아보리라.그리고 내가 주체가 되리라.
원망하지 말자.
서러워하지 말자
삶이란
그런것을
우리네 인생은 늘
그러하듯이.....
한송이 꽃을 피우고
그 꽃이 열매를 맺힐때
기쁨이 충만하리라.
열매가 맺히는 그 시간동안
수많은 우여곡절을 지나
여기 서 있노라니......
생각이 많아지는 계절이다.
한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
마음이 울적하다.
세상사 내 마음대로 되는것이 없다지만,
모든걸 잊고서
조용하게 살고싶기도 하네.
시간은 짧고 마음은 공허하고
갈길은 더디게 가는것이 울고 싶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