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들 이야기

야고보 2016. 7. 2. 05:27

 

 

 

교사인 큰며느리가  이따금 퇴근시각 무렵에 우리에게 SOS를 친다.

갑작스런 회의가 있거나 학부모 상담이 지연될때 등... 퇴근이 늦으니 어린이집에 다니는 작은 손녀를

우리집에 데려가주십사하는 부탁이다.

"오케이~, 아무 걱정말고 근무 잘하거라"

마포 상암동에서 근무하는 큰아들은 거리상,  애시당초 열외 !

 

긴급사항 수신하자마자 부리나케 어린이집으로 향한다.

어린이집에 도착해 현관에 있는 신발장을 보니  '기린반' 신발장엔 달랑 하나, 둘째 손녀 신발만 남아있는게 아닌가!

신문에 가끔 실리는 '늦게까지 남아있는 어린이' 반열에 손녀가 들어있는 셈이다.

이거야,원~. ㅉㅉ

마음이 짠~해지는데....

 

잠시후 반색을 하며 둘째 손녀가 쪼르르~  현관으로 나온다.

 

손녀- "왜?  할아버지가 왔어?"

할배 -  "응, 엄마가 학교에 일이 있어 늦는데...왜, 할아버지가 와서 서운해?"

손녀- "아~아니...그게 아니라.... 당연히 엄마가 온 줄 알았지 !"

 

 

손녀걸음걸이로 20여분 걸리는 집까지 함께 걸어가며- 제 언니 닮아 걷는걸 좋아한다- 심층대화(?)를 나눈다.

항상 저희반에서 가장 늦게까지 남아있다는 것, 그렇지만 다른 반 아이들과 함께 남아있어 심심하지는 않다는 것,

늦게까지 있어도 선생님들이 잘 대해준다는 것.......

이리저리 유도심문을 해보지만 속깊은 이녀석이 어른들 마음 아파하는 답변은 용케 피해간다.

 

시부모에게 부담주지 않으려는 며느리 마음은 잘 알지만 집에서 핑핑 노는(?) 우리가 있는데 이래선 안돼는거 아닌가?

이사람과 해결책을 상의하니 단박에 오케이~.

이런사연으로 약 2주전부터 저녁엔 일방적으로(?) 둘째손녀를 우리집에 데려와 함께 저녁 먹은 후

저녁 8시쯤 저희집으로 데려다 준다.

 

 

요즈음 둘째손녀랑 집으로 오면서 나누는 대화

 

할배 -  "오늘 몇번째로 어린이집에서 나왔어?"

손녀- "1등 !!!!"

할배- "기분이 어땠어?"

손녀- "당연히(제 언니한테 배운 단어란다)  좋았지~~"

할배- "우헤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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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가운 요녀석은 셀카를 찍을땐 내 옆에 찰싹 붙는다

 

 

날이 더울땐 마을버스를 탄다

 

 버스 탈일이 없는 이녀석은 버스 타는 걸 여간 좋아하는게 아니다.

 

산에 가는 날은 하산후 등산복장으로 함께 퇴근(?). ㅋㅋ

 

 

우리집에 오면 엄마 잔소리 안듣고  마음껏 아이패드로

게임도 하고 동영상도 보고...아주 신났다.  ㅎ

 

 

동화책도 열심히 읽는다

 

지난 주 양쪽 보조바퀴를 뗀 후, 두 발 자전거 타는 법을 처음 배운다.

이녀석 뒤에서 허리를 잔뜩 꾸부린채 넘어지지 않도록 자전거 잡아주느라

진땀빼고 힘들어 죽는줄 알았네~ ㅋ

(모자란 할배가 손녀 헬맷을 거꾸로 씌워줬다. ㅠ)

 

몰입도, 집중력이 높다.

 

 

 

 

 

한편,

훌쩍 자란 큰손녀는 주말에 큰아들과 분당까지 쌩쌩~ 신나게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

 

 

큰아들, 큰손녀만 이뻐하는건 아니지?  ㅋㅋㅋ

 

 

며칠전 일간지에 크게 실린 '어린이집에 늦게와서 아이를 데려가는 직장맘의 고충' 기사를 찬찬히 읽어 봤다.

눈칫밥 먹는 아이생각에 퇴근시간만 되면 안절부절하는 엄마의 고통과 어린이집에 홀로 덩그러니 남아 엄마를 기다려야되는

어린이의 소외감이 바로 남의 일이 아니고 우리 집안 얘기다.

 

지금이야 우리 손을 떠났지만 갓난이 때 부터 우리가 돌봤던 두 손녀들이 아닌가?

소견이 멀쩡한 이 녀석을 풀죽게 해서는 안되지.

 

2주전부터 오후에 둘째손녀가 집으로 오니 늘어지던 우리 생활에 변화가 생겼다.

나는 손녀를 어린이집에서 데려오고, 저희집으로 데려다 주고... 이 사람은 1인분 추가한 저녁밥을 짓고....

셋이서 먹는 저녁밥이 둘일 때보다 훨~ 맛나고 진정 사람사는 집 같다.

 

무엇보다 흐뭇한 일은 큰며느리가 이 사건(?)에 관해 크게 고마워하는 일이다.

하물며 늘 사무실에서 애만 태웠을 큰아들 마음이야 일러 무삼하리오~~~.

 

 

(돌이켜보니 과거 전업주부를 마눌님으로 두고 애들 걱정없이 직장생활을 했던 우리 세대는 진정 행운아였느니...,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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