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보 [대학과 노동]

한교조 2010. 10. 18. 21:25

 

 한국비정규직교수노조 ‘노보’ 발간을 축하드리고, 우리 함께 연대할 것을 제안합니다.

 

오랜만에 한교조가 ‘노보’를 다시 발간한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교수노조의 위원장으로서 신뢰와 애정을 담아서 축하의 글을 띄웁니다. 그리고 우리 함께 연대하여 한국의 고등교육 현장을 개혁하는데 함께 힘을 모을 것을 제안합니다. ‘노보’는 조합원 상호간에 의사소통의 창구가 될 뿐만 아니라, 비정규직교수로 활동하고 있으면서도 아직 ‘한교조’에 가입하지 못하고 있는 이 땅의 수많은 비정규직 교수들에게 조직을 알려낼 수 있는 선전매체로서의 기능을 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담아내는 큰 그릇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교조의 구성원들은 기존의 시간강사님들 이외에도, “강의, 객원, 겸임, 계약, 대우, 산학연, 연구, 예우, 외래. 임상, 초빙”등 여러 가지의 수식어를 달고 있는 각종의 비정규직 교수님들을 포괄 하는 개념으로 본다면, 한교조의 잠재적인 회원수는 6만명에 달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수 많은 대상들 가운데 한교조의 조합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비정규직 교수들의 수는 2천 여명으로 극히 미미한 상태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실은 정규직 교수노조의 경우에도 별로 다를 것이 없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열악한 상황에서도 조직을 꾸려 나가고 있는 한교조의 역대 위원장님과 전국의 여러 조합원 동지들, 그리고 윤정원 16대 위원장님을 비롯한 본조의 집행부와 경북대, 고려대, 부산대, 성공회대, 성균관대, 영남대, 전남대 그리고 조선대학의 분회장들의 노고에 대하여 칭찬을 넘어서 존경의 박수를 보냅니다. 1987년 11월 27일 서울대학교 강사협의회의 창립을 기점으로 시작된 전국의 대학강사협의회는, 1990년 4월 28일 전국대학강사노동조합의 창립으로 발전하였고, 동년 7월 30일에는 전국대학강사 노보 1호를 발간하였습니다. 그 후에도 96년까지 비정규적으로 꾸준히 노보가 11호 까지 발간 된 것으로 기록되어 있음을 한교조의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에 다시 발간되는 노보가 전국의 비정규직 교수들이 함께 모여 활기찬 모습으로 조직이 활성화되어 웅비하는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한교조의 사업 가운데는 조합원들의 처우개선과 지위향상을 위한 사업을 비롯하여 노동, 교육, 시민, 사회단체와의 제휴와 노동, 교육의 국제적 연대활동을 위한 사업등을 통하여 대학사회의 민주화와 교육, 학문 발전에 기여하는 사업을 하여 온 것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에 들어온 이후 지난 20여년의 한국 사회의 민주화 과정이 다시 후퇴하는 기미를 보이고 있음은 우리 모두 잘 알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사립대학의 비리재단은 온존하고 있고, 상지대, 조선대, 세종대를 비롯한 몇몇 민주화되었던 사학들에서 마져도 비리재단의 족벌들이 다시 복귀하려고 하고, 국립대는 교육의 가치를 훼손하는 법인화 광풍에 휩싸여 있습니다. 사학재단의 전횡을 고발한 교수들은 학교에서 쫓겨나고, 비리 사학재단의 구 이사진들은 속속 복귀를 하고 있습니다. 이미 취업기관이 돼 버린 대학은 이들에 의해 더욱 황폐해질 것은 명약관화한 현실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교수, 학술연구자들의 역할은 민주화 시기와는 달리 점점 위축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작금의 절박한 상황에서 한교조가 다시 노보를 발간하여 침체된 조직이 활성화되는 계기를 마련하고, 교원지위를 쟁취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는 것은 시의적절한 선택이라고 생각됩니다.

 

어려운 시기일수록 자기 성찰과 연대의 끈은 더욱 필요합니다. 그동안 국회 앞에서 1000일 가까이 대학강사 교원지위 회복과 대학교육정상화 투쟁을 끈기로 지탱해 온 김동애, 김영곤 교수님과 투쟁대열도 이제 다가오는 6.2 지방 교육 자치선거에서 역량을 모으기 위한 행동에 함께 합류할 것을 조심스럽게 제안해 봅니다. 민교협, 학단협, 한교조 그리고 교수노조가 힘을 합하여 위기에 처한 지방 사립대학과 전문대학의 문제, 국립대 법인화 문제, 교수 및 비정규직 교수의 처우개선 문제 등 대학의 진보적 개혁을 위한 새로운 대학개혁정책들을 함께 논의하여, 우리의 대학 사회를 ‘절망에서 희망으로’ 견인해내는 장을 함께 모색할 것을 제안합니다. 그 동안 한교조 동지들의 힘겨운 그러나 가열찬 투쟁을 지지하고, 다시 한 번 한교조 ‘노보’의 발간을 축하드립니다.

 

메이데이 120주년이 밝아온 새벽, 순천대학에서 교수노조 위원장 정영철 올림

 

 

 

 

 

제가 열 것은 입이 아니라 귀였습니다.

 

민주노총 가맹조직인 비정규직교수노조가 노보를 발간한다는 기쁜 소식을 들었습니다.
영광스럽게도 제게 발간 축사를 요청하더군요. 요청을 받고 저는 책을 한 권 들었습니다.
지난해 발간된 [비정규교수, 벼랑 끝 32년]이라는 책입니다. 축사를 하려면 상황을 알아야 한다는 생각에서지요. 내심 비정규교수의 문제를 진단할 요량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짬을 내 한편 두편 엮인 글들을 읽으며 새삼 오늘의 대학현실과 그 속의 차별을 봤습니다.

채 몇 편을 읽기도 전에 불쑥 “당신 지금 뭐해!” 하는 생각이 머리를 때렸습니다.
여느 일상도 포기하고 술 한 잔 하자는 지인의 반가운 윽박질에도 고개를 저었겠지요.
그렇게 딴 학위가 자부심은커녕 비정규직법 적용조차 못 받는 이중 굴레로 돌아오는 현실.
1998년 이후 시간강사 중 일곱 분이나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그렇게 죽음 외에는 빠져나갈 수 없는 절망, 말이 아닌 죽음으로 전해야 하는 절규를
백번을 말한들 제가 얼마나 잘 표현할까 싶더군요.
부조리한 사회도 그 사회에 저항하는 우리도 또렷이 기억해주지 못한 소외된 죽음.
그 죽음에 대해 어줍게 말하려던 제 의도는 섣부른 거만이었습니다.
대학이 학문과 진리를 추구하기보다는 이윤을 쫓고,
더 좋은 강의보다는 더 싼 시간강사를 이용한 돈벌이에 여념이 없음을,
그런 대학 안에서 죽음을 고민해야 하는 이들보다 어찌 더 잘 알 수 있겠습니까.
제가 열 것은 입이 아니라 귀였습니다.

이제 노보가 나온다니 정말 반갑습니다. 제 눈과 귀도 더 활짝 열겠습니다.
발행될 때마다 꼬박 꼬박 민주노총으로 날아왔으면 합니다.
일정에 쫓긴 제가 미처 못 보더라도 민주노총의 누군가는 볼 것입니다.
그런 관심이 더 이상 소외된 죽음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는 희망을 품어봅니다.
노보가 전국을 누비며 비정규직교수노조의 자랑스러운 조직가가 될 날을 기대하며
노보 창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민주노총 위원장 김영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