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쟁소식

한교조 2010. 10. 12. 13:58

교육과학기술부 앞 농성 돌입 기자회견문



- 이주호 신임 교과부 장관은 기간제강의전담교수제 도입 시도를 당장 중단하고, 국회의원 시절 약속한 ‘대학 강사의 법적 교원 지위 회복 안’을 즉각 입법예고하라!


나라의 미래에 막중한 책임을 지는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수만 명의 선생들에게 약속한 바를 어겨서는 안 될 것이다. 이주호 신임 교과부 장관은 국회의원으로 있던 2007년 5월 15일 스승의 날에, 대학 시간강사들에게 ‘강사’라는 명칭으로 교원 법적 지위를 부여하는 ‘고등교육법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하였다. 2007년 8월 23일 ‘대학시간강사 교원법적지위 확보를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그는, 비정규교수노조의 조합원들이 해당 법률안의 통과 가능성에 대하여 잇달아 질의하자 ‘자신의 진정성을 믿어 달라’고 호소했다. 특히 그는 국가의 고등교육재원 투자 증대의 필요성에 대하여 ‘이념을 초월해서 동의한다’고 말했고, ‘BK21처럼 교과부가 평가해서 할당하는 후진적 방식보다 교육자나 학생에게 직접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으며, 강사에 대해 ‘고용보조금’ 형태로 지원하는 방안까지 추가로 제안했다. 

 

 

비정규교수노조는 21세기 들어 시간강사의 변종 형태인 초빙교수, 겸임교수, 기금교수, 강의전담교수 등 각종 비정규교수제도가 확산되자 2002년에 노조의 이름을 ‘전국대학강사노조(전강노)’에서 ‘한국비정규교수노조(비정규교수노조)’로 바꾸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꾸준히 ‘대학 강사를 포함한 비정규 교수의 교원 법적 지위 부여’를 핵심 요구 사항으로 내걸고 투쟁해 왔다. 노조가 노력한 결과 대학 강사에게 교원 법적 지위를 부여하는 법률안을 한나라당의 이주호 의원이 2007년에 냄으로써, 비정규교수노조는 2004년 최순영 의원 안과 2006년 이상민 의원 안에 이어 세 번째 우호적 법률안을 갖게 되었다. 



이에 비정규교수노조는 “여야 주요 3당이 발의했다. 대학 강사에게 교원지위 부여하라!”고 요구하며 17대 국회 마지막 해이자 대통령 선거가 있던 2007년의 9월 7일부터 국회 앞에서 천막농성에 돌입했다. 1차적으로 2007년 12월 8일까지 경북대, 대구대, 영남대, 전남대, 조선대분회의 비정규 교수들이 중심이 되어 칼바람을 맞으며 농성장에서 잠을 잤다. 교수노조와 민교협의 정규 교수들도 연대하였다. 2차적으로 2008년 5월말까지는 영남대분회의 비정규 교수들을 중심으로 하고 부산대와 고려대 등의 여러 비정규 교수들도 결합하여 천막농성을 지속하였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도 아무런 변화가 없고 17대 국회가 끝나면서 3개의 법안들이 모두 자동 폐기되자, 정치권에 대한 비정규 교수들의 기대는 실망으로, 실망은 좌절로, 좌절은 고통으로, 고통은 다시 분노로 점차 바뀌고 말았다.

 

 

특히 교과부 직원에게 올바른 대안을 수립하라고 호통을 치던 이주호 전 한나라당 국회의원은 청와대의 교육문화수석이 되어도, 심지어 교과부 차관이 되어도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그가 교과부 차관으로 있던 2009년에는 수천 명의 非박사 비정규 교수에 대한 대량 해고가 자행되었고, 2010년 5월에는 조선대의 서정민 박사가 자살하였으며, 2010년 7월에는 교과부가 기만적인 개악 안을 입법예고까지 하였다. 그런 그가 2010년 8월 30일 교과부의 수장이 되어 우리 앞에 서 있다. 이제 비정규 교수들은 무엇을 할 것인가!

 

 


내일(9월 7일)은 3년 전 그 날이다. 학사복과 학사모를 씌운 마네킹에게 ‘교원 법적 지위 회복’의 투쟁 조끼를 입히고, 박사 학위기를 불태우며 천막농성 투쟁을 선포한 날이다. 대학 강사도 피와 살을 가진 노동자이자 고등교육의 주체임을 당당하게 선언한 날이다. 바위를 뚫고 피어난 풀꽃들이 산화를 두려워 않고 교육 공공성 강화를 위해 나선 날이다. 고등교육부문의 비정규교육노동자들이 40여 년 간 자신을 가둬 온 시간강사라는 노예의 사슬을 끊고 대학을 바로 세우기 위해 ‘대학 밖’에서도 본격적으로 저항하기 시작한 날이다.

오늘은 새로운 투쟁의 날이다. 3년 전 천막농성 돌입의 뜻을 기리며 더 크고 강력한 투쟁을 교과부 앞에서 준비하는 날이다. 그 때보다 더 많은 대학의 비정규 교수들이, 그 때보다 더 다양한 연대 세력과 손을 잡고 불안정 노동 철폐, 교육의 공공성 강화, 대학 체제 개편의 더 큰 목표를 갖고 투쟁에 돌입하는 날이다. 국회뿐만 아니라 교과부와 사통위까지도 올바른 방향으로 견인하기 위해 몸을 던지는 날이다. 더 깊게 호흡하면서 문제 해결의 주체를 촘촘히 조직하기 위해 대장정을 떠나는 날이 바로 오늘이다.


비정규 교수들에게 가장 먼저 손을 내 밀어야만 하는 사람들은 학생이나 시민들만은 아니다. 정규 교수들이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연대를 해야 대학에 희망이 있다. 노-노 갈등을 넘어 교육 자본에 의한 착취의 사슬을 끊을 수 있다. 중국의 고대 전설에 나오는 비익조(比翼鳥)는 눈도 날개도 한 쪽밖에 없어 암수가 좌우 일체가 되어야만 하늘을 날 수 있는 새이다. 이 새에 얽힌 고사는 서로에게 힘이 될 때 진정한 학문 발전을 이룰 수 있는 정규 교수와 비정규 교수의 연대 필요성을 말해 준다. 정규-비정규 교수의 연대는 학문 성숙뿐만 아니라 대학의 기업화와 구조조정 심화에 저항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상지대를 비롯하여 비리재단 복귀 저지에도 중요하다. 정규-비정규 교수가 단결하여 잃을 것은 교육 자본에 의한 착취와 차별의 쇠사슬이요, 얻을 것은 학문적 자유와 교육자적 긍지 그리고 대학의 진정한 민주화이다.

 

 

무릇 한 나라의 백년대계를 담당하는 교과부의 수장이라면 시대를 정확히 통찰하면서 자신을 던질 줄 알아야 한다. 급변의 시대에는 고등교육에 종사하는 사람에 대한 국가의 집중 투자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어야 한다. 기득권의 눈치를 보고 편드는 것이 아니라, 진실의 무게를 감당할 수 있는 진정한 지성인이라야 한다. 약속한 바를 꼭 지키는 믿음직한 사람이어야 한다. 이주호 신임 장관은 하루빨리 과거에 약속한 ‘대학 강사의 전면적 교원화’를 교과부의 안으로 새로이 입법예고하라!

비정규 교수의 법적 교원 지위 회복과 예산 확보 및 교육 공무원 정원 확충의 열쇠를 쥔 교육과학기술부는 더 이상 국회,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의 그늘에 숨지 마라.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부터 당장 먼저 시작하라. 현재의 개악 안을 즉각 폐기하고 근본적 개혁안을 조속히 만들어 올해 9월말까지 제출하라. 국회는 교과부의 새로운 안과 상관없이 기존에 제출된 김진표 의원 안과 이상민 의원 안을 즉각 교과위에 안건 상정하라. 사회통합위원회는 하루빨리 올바른 방향으로의 근본적 개혁안을 제시하라.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지 말고 각자의 위치에서 할 일을 먼저 하라. 이 모든 일의 배후에 있는 청와대는 대학의 공공성을 강화하도록 지시하라. G20이 열리는 나라의 대학들이 야만적 착취 제도, 시간강사제도로 배를 불리고 교육의 공공성을 파괴하고 있다는 사실이 부끄럽지도 않은가!

 

 

만약 2010년에도 비정규 교수의 교원 법적 지위 회복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앞으로 우리는 파부침주(破釜沈舟)의 심정으로 투쟁을 할 수밖에 없다. 노동자, 학생, 학부모, 교원들과 연대하여 썩은 내 진동하는 대학, 지식 공장을 멈추기 위한 싸움을 준비할 것이다.

농성에 돌입하며 우린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하나. 이주호 신임 교과부 장관은 이 모든 일에 상당한 책임이 있다. 당장 교과부의 개악 안을 철회하고 비정규교수노조와 근본적 대책 수립을 위해 대화하라!

 

하나. 이주호 장관은 고등 교육을 반석에 앉히기 위해, 비정규 교수에게  법적 교원 지위를 부여하는 정부안을 제출하라!

하나. 사회통합위원회는 비정규 교수에게 법적 교원 지위를 부여하고 정규 교수와 비정규 교수 간 차별을 철폐하는 사회통합적 대책 안을 하루빨리 제시하라!


하나. 청와대는 G20이 열리는 한국에서 야만적 시간강사 제도를 즉각 철폐하라!

하나. 시간강사 대책이 왜 국회의 쟁점 법안인가! 국회는 현재 발의된 2개의 법률안을 당장 안건 상정하고 심의하라!

하나. 대학 강사를 비롯한 모든 비정규 교수가 교원이다. 선생들에게 법적 교원 지위를 부여하라!


2010년 9월 6일


한국비정규교수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