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쟁소식

한교조 2010. 10. 23. 22:27

 

한국에서 시간강사라는 직급을 가지고 비정규교수로 산다는 건 그 생활이 어떠하건 정상적인 형태가 아니다. 아니 대학 시간강사제도는 적법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정상적인 삶의 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시간강사는 매순간 쉽게 회의론자가 되지 않을 수 없고 그런 자신의 삶의 방식을 자책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으로 인해 고민하고 결국 고통 받는다.

 

어제 한국비정규교수노조는 광화문 정부청사 후문에서 "2010년 전국비정규교수 대회"를 열었다. 서울뿐만 아니라 부산, 광주, 대구 등지에서 올라온 비정규교수 100여명과 학생, 연대를 위해 참여한 노동자들 등 200여명이 대학 시간강사제도를 철폐하고 모든 비정규교수에게 법적 교원지위를 부여하라는 구호는 목이 터져라 외쳤다.

 

오늘 경향신문과 오마이뉴스에 관련 기사가 실렸다. 오마이뉴스의 "강의-연구 전념... 교수되려 애쓰지 않아... 한국같은 '시간강사' 개념 상상할 수 없죠"를 읽으면서 많은 생각이 떠올랐다. 교과부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시간강사 문제가 진짜 정부가 재원 마련에 여력이 없어서 안타까워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방치하고 있는 문제인가? 아, 정말이라면 우리는 그나마 행복한 나라에서 살고 있다고 위안이라도 할 수 있을 텐데, 그런 말도 안 되는 헛소리에 넘어갈 정도로 순진하지 않기 때문에 더 힘들다.  

 

한국은 경제력으로 따지자면 세계 11위권이다. 2004년 세계은행에서 발표한 국가별 국내총생산(GDP) 순서상 그렇다. 미국, 일본, 독일, 영국 ... 해서 한국이 열한 번째다. 그런데 실제로 그 나라 사람들의 후생 수준을 나타내는 국민1인당 GNI(국민총소득)으로 따지면 한국은 49위다(2004년 통계). 물론 핀란드는 14위고 1위는 룩셈부르크란다. 독일과 프랑스와 18위, 19위를 차지하고 있다. GDP 순위와 GNI이 순위의 이 간극, 이 엄청난 모순적인 통계 수치는 한국이 얼마나 불평등하고 부의 분배가 왜곡되어 있는 나라인지 잘 보여준다.

 

소수의 재벌과 소수의 가진자들만이 부를 대물림할 수 있는 사회, 소위 8대 2의 사회. 초중등교육뿐만 아니라 대학교육이 이런 사회를 확대재생산 하기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하면 대학 시간강사제도는 결코 사라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대학 시간강사제도 폐지는 어떤 점에서 우리가 궁극적으로 도달해야 할 사회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는 셈이다. 이 말은 절대 과장이 아니다.

 

우리가 궁극적으로 만들어가야 할 사회, 마치 오늘 경향신문에 실린 목수정의 글처럼. 프랑스 파업 소식을 전하는 목수정의 글이 눈에 확 들어온다. "귀막은 사르코지, 더 심각한 파업, 더 높은 파업지지율, 그 끝에는 새로운 프랑스가 탄생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모두의 이마에 담겨있다." 어제 교과부 앞에서 시간강사제도를 철폐하라고 주먹을 치켜들었던 그 얼굴 하나하나가 새로운 사회로 가는 디딤돌이 될 것이다. 결국 대학에서 시간강사라는 직급으로 강의하고 연구하는 비정규교수의 미래가 우리 사회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

 

관련기사

"'비정규직 교수 노조'는 안 만나주는 교과부 장관"(경향신문, 2010년 10월 23일)

"시간강사 처우개선 ‘시간이 없다’" (한겨레신문, 2010년 10월 23일)

"강의-연구 전념... 교수되려 애쓰지 않아, 한국같은 '시간강사' 개념 상상할 수 없죠" (오마이뉴스,  2010년 10월 2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