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쟁소식

한교조 2010. 10. 27. 17:12

 

사통위의 '10.25 대학시간강사 제도개선 방안'에 대한 한국비정규교수노조의 입장


  비정규교수노조는 그동안 ‘시간강사, 겸임교원, 초빙교원, 연구교수 등 10여 가지의 모든 비정규 교수를 연구강의교수로 통합하고, 담당 강의 시수에 관계없이 이들에게 교원으로서의 법적 지위를 부여한 뒤, 2년 이상의 단위로 간략한 평가를 통해 재계약하며 생활임금과 참정권을 보장하는 연구강의교수제’ 도입을 요구해 왔다. 또한 OECD 평균 이상의 법정 교원 충원률 100%를 빠른 시일 내에 달성하여 전임교원의 수를 증가하는 것이 올바른 방안 이라는 주장도 끊임없이 해 왔다. 여기에 소요되는 비용은 교육의 공공성 강화를 위해 고등교육재정을 확충하여 정부가 부담해야 한다는 원칙 역시 확고히 해 왔다. 그렇지 않을 경우 대학에 불안정 노동 상태의 교육 노동자만 양산하고, 각종 비용 부담 또한 학생과 학부모에게 전가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노조의 이런 입장에 동의하는 국회의 진보개혁 세력은 2010년 10월 25일 사통위 방안이 발표되는 날 오후에 ‘연구강의교수제’를 입법 발의하였다.

 

  이번 사통위 방안은 노조의 기존 입장에 비추어 봤을 때 크게 5가지로 평가할 수 있다.

 

  첫째, 기존의 시간강사를 모두 고등교육법 14조 2항의 교원으로 인정하겠다는 방향 설정 자체는 과거의 정부 안과 비교해 볼 때 진일보한 것이다.

 

  둘째, 그렇지만 법적으로 교원이 아닌 겸임교원과 초빙교원 제도로 얼마든지 기존의 시간강사를 쓸 수 있어 ‘기존 시간강사제도의 변형에 불과한 것 아닌가라는 우려’를 할 수밖에 없다.

  교원의 형태를 단순화하여 법적 지위를 부여해야만 본질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이번 대책의 실효성은 크게 떨어질 것이다.
  가령 7만 명의 시간 강사 중 3만 명의 非전업 강사가 겸임교원으로 흡수되면 법적 교원 지위를 부여받지 못할 수도 있다. ‘교원의 휴직, 파견, 연수 등(원래 시간강사를 쓰던 이유들이다!)’의 사유가 있을 경우 교원인 강사가 아니라 비교원인 초빙교원을 1년 미만으로 쓰도록 해 버리면 4만 명의 전업 강사 중 상당수가 교원이 되지 못한다. 이런 풍선 효과가 발생하면 7만 명 중 실제로 교원이 되는 강사는 많지 않다. 이와 관련해 교육과학기술부 대학지원과장이 10월 25일 불교방송 뉴스파노라마와의 인터뷰에서 “전임교원처럼 9시간 이상 강의하거나, 강의로 생계유지하는 사람이 대상이 될 듯”이라고 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셋째, 강제 조항이 빈약하여 실현 가능성에 의구심이 든다.

  채용과 신분조장을 뺀 나머지 사항들은 각 대학에서 자율적으로 적절한 대우가 이뤄지도록 정관이나 학칙에 규정했기 때문에 얼마든지 편법 활용이 가능하고 이에 대해 강제할 방법이 별로 없다. 교육 공공성 강화의 측면에서 고등교육재정을 확충하여 국가에서 지원하면서 이를 따르도록 강제해야 하는데 관련 규정도 미비하고 예산의 규모도 형편없이 작아 문제이다.

 

  넷째, 실제 물적 급부 제공과 권리 보장은 지나칠 정도로 미약하다. 우린 알맹이를 달라고 했지 껍데기만 부여하라고는 하지 않았다.
  법적 교원 지위 보장의 핵심인 교육공무원법 상의 대학운영 참여(총장 선출권 등), 면직․권고사직을 당하지 않을 권리 등이 포함되지 않아 실제 교원이라 볼 수 있는지 의문이다. 또한 1년 단위 계약을 고용 안정이라고 사통위에서 표현한 것은 넌센스다. 분명 한 학기보다는 낫지만 1년은 너무 짧다.
  연봉을 월급제로 주는 것도 아니고 시간급으로 지급하면서도 명칭만 시간강사에서 강사로 줄인 것도 납득이 되지 않는다. 시급제를 철폐해야 시간강사가 없어지는 것인데 시급제는 그대로 둔 채 명칭만 바꾼 것은 눈가리고 아웅하는 것이다.


  강사라는 문구 역시 마찬가지이다. 강사는 강의만 전담하는 이미지를 주므로 용어를 바꾸어 쓸 필요가 있다. 전임강사도 사기가 저하된다고 폐지를 주장해 왔으면서 왜 전임강사와 함께 강사까지 계속 유지하려는지 의문이다.
  임금을 국공립대의 경우 3년 이내 최대 연봉 2,200만원, 사립대의 경우 3년 이내 연봉 약 1,500만원 수준으로 하면서 교원이라 부르는 것도 문제가 있다. 다른 초중등 교원들이나 공공부문의 공무원들에게도 이 정도 임금을 주려는가? 대졸 초임 연봉이나 2인 가구 표준생계비를 넘기는 생활임금은 의무적으로 보장해야 할 것이다.

  연구실을 준다고 하지만 ‘말로만’ 추진이고 2011년 예산에는 반영조차 되지 않았다. 4대 보험 지원도 마찬가지이다. 2011년 예산의 직장국민연금 사용자 지원액도 이미 삭감되어 있다. 외부 프로젝트에 대한 연구책임자로는 사실 오래전부터 활동 가능한 상태였다고 할 수 있으므로 이번에 발표된 사통위 방안 중 새로운 것이나 실현된 것은 거의 없는 것이다. 
  요약하면, 시급을 받는 1년짜리 강의 전담 기간제 교원을 전면화하면서 마치 고등교육정상화가 되는 것처럼, 비정규 교수들의 고통이 확 줄어드는 것처럼 포장하는 것은 아무리 봐도 과대광고라는 것이다.

 

  다섯째, 혜택은 별로 없는데 강제되는 것만 대폭 늘어날 것 같아 염려된다.
  채용 규정이 까다롭게 변할 뿐 아니라 ‘성과평가’를 대학별 정관 또는 학칙으로 규정하게 되어 있어 자칫하면 많은 연구 성과와 높은 강의평가점수 및 행정 업무 참여를 강제 받는 저임금 불안정 상태의 교육노동자가 양산되는 물꼬를 틀 수 있다. ‘성과평가’에 대하여 정부 차원에서 적절한 수준에서의 가이드라인이 제시되고 강제되지 않는다면 각 대학은 강사들을 쥐어짤 것이 우려된다. 이러한 우려가 현실화된다면 다른 공공부문에도 이와 유사한 제도가 도입되는 악몽을 겪어야 할지 모른다.


  이번에 발표된 안은 이주호 현 교과부 장관이 의원 시절이던 2007년 스승의 날에 발의한 방안보다 4가지 지점에서 훨씬 퇴보한 것이다. 당시의 이주호 의원 안은 전업/비전업의 구분 없이 모든 강사에게 교원 지위를 부여하는 안 이었고, 국가의 재정 지원을 분명히 명시하고 재정추계까지 구체적으로 하였으며, 교육공무원으로서의 권리 보장도 고려하는 안 이었을 뿐 아니라, 초빙교원과 같은 非교원으로 빠져나가는 걸 허용하지 않는 것이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사통위 방안에 대해 높은 점수를 부여할 수는 없다. 왜 이런 안을 내었는지 책임자를 만나 확인을 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사통위와 긴밀히 협의하여 동조한 교과부의 입장은 무엇인지도 알아야 한다. 그 이유로 노조는 오늘 오후 4시 이주호 교과부 장관과 면담을 할 것이다.

 

 

 

2010년 10월 25일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