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쟁소식

한교조 2011. 2. 1. 21:05

비정규교수노조의 파업을 유도한 막장 드라마의 연출자는 누구인가?


중국의 한 고전문헌에 따르면 나라를 유지하는 데는 4가지 강령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인’, ‘의’, ‘염’, ‘치’가 그것입니다. ‘염’은 자기의 실수를 감추지 않고 곧게 행동하는 것이고, ‘치’는 남의 악행에 따르지 않을 정도로 부끄러움을 아는 것과 관련됩니다. 그런데 최근 경북대학교 본부 측 교섭단의 태도를 보면 ‘염치없음’이란 말이 저절로 떠오릅니다.


2011년 1월 26일(수) 오후 3시 경 노조가 학교 측의 압박(개인들에게 배달된 협박 공문 등)에 맞서 장기항전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자 천막 농성장을 컨테이너 농성장으로 바꾸자마자, 학교 측은 기다렸다는 듯 노조 측의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는 시간에 미리 준비해 둔 <비정규교수노조와의 2010년도 단체교섭 경과 및 현황>을 경북대학교 홈페이지에 ‘공지사항’으로 게시하였습니다. 참으로 발 빠른 대응입니다. 교섭을 11개월 전부터 이렇게 하였으면 1개월 만에 교섭이 타결되었을지도 모르는데 노조를 공격하는데만 이토록 기민하니 참으로 씁쓸할 따름입니다.


왜 학교 측 교섭단이 잘못과 부끄러움을 모른다는 의미의 ‘염치없다’는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을까요?


먼저 학교 측 교섭단은 아주 오랜 기간 동안 교섭을 엉망으로 만들어왔습니다. 즉, 올바른 교섭 태도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니 ‘교섭’이 무엇인지조차 모르고 알려고 하지도 않은 듯합니다.


지난 5년간 학교 측은 노조와 체결한 단체협약을 잘 어기지 않았습니다. 2005년부터 2009년 말까지 노조가 파업에 돌입한 적도 없습니다. 학교 측이 교섭 석상에 한참 늦게 나온다거나 구체적 임금 협상 안을 지금처럼 파업 직전까지 내지 않는 황당한 경우도 없었습니다. 근로조건과 생존권에 해당하니 당연히 교섭 의제가 되고 지방노동위원회에 가도 중요 의제로 다루어지는 폐강기준 완화, 공동연구실 확충, 최대수강인원 축소 등의 주제를 몇 달씩 성실하게 교섭에서 다루고 때로는 개선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적어도 노조가 생기고(2003년) 교섭을 시작한 2004년부터 2009년까지 경북대학교의 학교 측 교섭단은 ‘정규 교수에 비해 비정규 교수들이 임금, 공간, 각종 권리 부문에서 심각한 차별을 받고 있다는 점’을 솔직히 인정하였습니다. 그리고 최선은 아니지만 조금이나마 권리를 보장하고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해 왔습니다. 그 결과 다른 대학에 비해 여러 부문(강의료, 최대수강인원, 폐강기준, 공동연구실, 복리후생, 노조활동 보장 등)에서 미미하지만 약간 더 나은 대우를 경북대학교 비정규 교수들이 받을 수 있었습니다. 비정규 교수들이 쟁취한 교육 환경과 연구 환경 개선은 정규 교수와 학생들에게도 이득이 되었습니다. 이는 분명 타 대학의 눈치를 볼 게 아니라 자랑할 만한 일이고, 대학을 좀 더 대학답게 만드는 의미 있는 노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노조는 그래도 지난 5년 간 경북대학교가 다른 학교에 비해 아주 조금은 덜 착취하는 편이고, 비정규 교수들의 권리 보장과 교육·연구 환경 개선을 위해 약간 더 노력해 왔다는 점을 인정하고 학교 측 교섭단에 대해 ‘수고하신다’,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어 왔습니다. 때로는 교섭이 타결된 후 노사 교섭단 상호간에 서로의 고충을 위로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습니다. 인간적 관계만큼은 파괴되지 않았고 서로 불필요한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려 노력해 왔습니다. 하지만 2010년 들어 학교 측은 이런 전통을 깡그리 무시하고 파행적으로 교섭을 진행하였습니다. 더 심각한 점은 학교 측 교섭단이 그것을 파행으로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이명박 정부의 노동탄압 정책에 편승하여 대학은 노조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과거와 달리 일부 단체협약 사항을 이행하지 않고, 교섭에도 불성실한 태도로 일관했습니다. 학교 측 교섭 위원이 중간에 나가거나, 늦게 오거나, 준비를 안 해 오거나 하는 것은 불성실 교섭의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습니다. 비정규 교수 교섭단에게 ‘힘들면 딴 직업 찾아보라’거나 ‘단협을 해지하겠다’거나 핵심 요구 사항(특히 교육환경개선)을 교섭 의제로 다루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이며 지난 6년 동안 지켜온 노사 간 신의성실 정신을 정면으로 부정하였습니다. 대학 측은 2010년 교섭에 면피용으로만 참가하여 무려 8개월이 지날 때까지 100원의 임금 인상 안조차 내지 않았습니다. 학교 측은 파업 직전에 열린 지방노동위원회의 조정회의에서 시간당 1,400원 인상(그 직전 조정회의에서는 900원 인상 안을 던졌는데 그게 9개월 만에 학교 측이 처음 낸 임금 협상 안입니다)만 ‘적선’하듯 던져 주며 핵심 의제인 교육•연구 환경 개선에 대해서는 거론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노조가 파업한 지 50일이 넘어도 경북대 총장은 천막 농성장을 한 번도 방문하지 않았습니다. 2004년 첫 번째 파업 때 당시 총장님은 천막에 와서 비정규 교수들의 고충을 듣고 대화를 했습니다. 당시에는 적어도 그런 상호존중의 자세만큼은 있었습니다. 하지만 집 앞에 개가 짖어도 집안의 사람이 나와 보는 법인데, 어찌된 영문인지 2010년 당선된 신임 총장님은 선생들이 영하의 날씨에 본관 앞 길바닥에 천막을 치고 50여 일을 자는데도 공식 방문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학교 측 교섭위원들은 마치 노조는 파괴되어야 할 조직이고 비정규 교수들은 그저 자신들이 던져 주는 먹이만 주워 먹는 존재로 바라보는 듯합니다.  툭하면 ‘내가 지금 하는 제안을 노조가 안 받으면 이전에 약속했던 것을 다 없던 것으로 하겠다’거나, ‘고집을 보여주겠다’는 식의 황당한 발언을 서슴없이 하였습니다. 한 번은 ‘하늘이 두 쪽 나도 안 된다’는 말까지 하더군요. 심지어 대학 본부는 노조에 교섭하자고 통보한 당일 오후, 파업 중인 조합원들의 집에 내용증명 우편물을 보내어 “귀하의 행위로 인하여 학생 및 학부모, 학교의 학사업무 운영에 피해가 발생할 경우 민․형사 고소, 손해배상 청구 등 단호한 법적 조치로 대응할 것임을 예고”하였습니다. 한쪽으로는 교섭, 다른 쪽으로는 법적 처벌의 카드를 갖고 우리를 압박하려 한 거지요. 그런데 2004년에 우리가 처음 파업했을 때는 같은 사안에 대해 학교 측이 공문을 보내 ‘학생들을 생각해 빨리 처리해 달라’고 하였는데 2010년 들어 총장께서 바뀌시니 고소, 손해배상 등의 무시무시한 용어들이 학교 공문에 명시되어 각 가정에 배달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거 어디 힘없는 시간제 저임금 교육 노동자들은 무서워서 권리 주장이나 제대로 하겠습니까. 2011년 신년 벽두부터 막장 드라마가 경북대 역사 상 최악의 상태로 펼쳐지고 있습니다. 이에 맞서 교육․연구자들의 저항도 지금껏 학교가 겪어 볼 수 없었던 강도로 세어지고 있습니다. 매일신문, 영남일보에 이어 대구MBC 9시뉴스에도 벌써 2번이나 관련 사항이 보도되었습니다. 노조는 파국을 막고자 1월 21일의 학교 측 교섭에 응했습니다. 하지만 4시간에 걸친 교섭은 ‘교육환경개선만큼은 할 수 없다(폐강기준은 경영권이니 건드리지 마라)’는 학교 측에 의해 사실상 결렬되고 말았습니다.


  경북대학교는 교섭 11개월 만인 1월 21일에 시간당 2,000원 인상폭을 최종 협상 안으로 제시하였습니다. 노조는 그 교섭에서 기존의 시급 3천원 인상을 고집하지 않고 ‘조건문’의 형태로 “교육환경과 연구환경만 조금씩 개선된다면 시간당 3천원 보다 적은 임금 인상폭도 받아들이겠다”고 하였습니다. 이는 교섭 며칠 전 열린 파업 조합원 전체 회의에서 결정한 바 그대로입니다. 이번 교섭에서 임금 인상은 크게 못 해도 괜찮으나 교육 환경과 연구 환경만큼은 개선하라는 조합원들의 의지를 노조 측 교섭단을 받들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학교 측 교섭단은 ‘조건문’이라는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들은 계속 임금, 교육환경, 연구환경을 분리하고 병렬적으로만 다루려고만 했습니다. 심지어 폐강기준을 몇 명이라도 줄여달라는 노조의 요구를 임금 인상을 위한 도구로 매도하였습니다. 착각은 자유지만 세상 사람들이 다 자신 같지는 않다는 생각을 스스로 하시라고 그 분에게 권하고 싶습니다. 학교 측 교섭단은 그렇게, 연결된 것을 분리하고 가장 중요한 것과 부차적인 것이라는 구분을 자의적으로 하여 교섭을 자기들 기준대로만 진행하려 했습니다. 그러면서 노조를 임금 인상만 추구하는 집단처럼 폄훼하려는 고도의 작전을 폈습니다. 그 과정에서 학교 측 교섭단 일부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교섭 중간에 말 한마디 없이 자리를 일어서 나갔다 들어왔다를 반복했습니다. 혼자 화를 내고 나갈 것이면 왜 들어오는지, 그런 것이 잘못이라는 생각조차 하지 않는 것이 우리는 너무 이상합니다. 3시간이 지나 노조에서도 1명이 말없이 자리를 떠났으나 그건 건강상의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자리를 뜬 노조 측 교섭위원은 천막농성장에 누운 후 교섭이 끝날 때까지 교섭장에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일부러 나갔다 들어오는 행태와는 다른 것이지요.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비정규교수노조는 1월 21일의 최종 교섭에서 최대수강인원과 폐강기준만 지금보다 조금씩 줄일 수 있고 공동연구실 몇 개만 지금보다 더 배정한다면 시간당 3천원보다 조금 적은 금액이라도 받아들일 수 있다고 통보하였습니다. 하지만 학교 측이 경영권 운운하며 교육환경 개선은 절대 안 된다고 해서 교섭이 결렬된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 측 교섭 대표가 워낙 부탁을 하니 노조 교섭 대표가 무리를 해서라도 파업 조합원 전체회의에 학교 측 안을 설명하고 수용 여부를 표결에 붙였습니다. 그결과 교육환경과 연구환경을 개선하는데 인색한 학교 측 태도에 분노한 조합원들에 의해 문제 해결을 위해 천막 농성에서 컨테이너 농성으로 전환하게 된 것이다.


  이제 공은 다시 학교로 넘어 갔습니다. 총장님의 대승적 결단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총장님만 경북대학교를 좀 더 나은 대학으로 만들 수 있도록 교육, 연구 환경 개선에 동의하고 결정하면 당장 내일이라도 문제는 해결될 수 있습니다. 그것을 가로막는 세력이 있다면 그들이, 한참 강의 준비하고 연구해야 할 시점에 비정규교수노조들을 파업과 농성으로 내 몬 몰염치한 사람들입니다. 이해와 양보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교섭을 대결구도로 만들고 대학 전체를 볼모로 잡은 뒤 자신이 이길 때까지 뒤흔드는 무모한 사람들입니다. 총장님이 혜안을 갖고 계시다면 그들을 발견해 합당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 앞으로 4년 동안 소통하고 화합하는 총장, 학교를 발전시키고 성공한 총장, 대학을 올바로 개혁한 경북대학교 총장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 모두가 총장님에게 간략한 편지를 쓰면 어떨까요? 더 이상 노사관계를 대결구도로 이끌지 말고 경북대학교를 더 낫게 만드는 방식으로 총장님께서 당장 결단을 내려달라구요. 그러면, 뛰어난 문제 해결 능력을 보여주시지 않을까요?

 

* 주) 지난 1월 27일 경북대 게시판에서 가져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