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설

soojee 2020. 1. 18. 22:11

저녁 5시30분. 백병진과 조정래가 백화장에 앉아 있었다.
       백병진이 백장에 가면 이용하는 별실이 아닌 일반실이었다.
        우리 연 수표를 가지고 오면 싼 이자로 할인해 주고 사람이
     있어
        그게 누구야?
       조정래의 말에 백병진이 물었다.
        그 정체가 전혀 나타나지 않고 있어
        얼굴 없는 사채업자가 있다는 건가?
        우리 연 수표를 가지고 있을만한 업자나 사채업자에게 전화로
     제의를 해 다방에서 만나 우리 수표를 은행보증수표로 교환해
     주고는 가 버린다는 군. 마치 제5열들이 접선수단을 연상시켜
        제5열들의 접선수법이라.......이건 완전히 고진영 일당
     냄새가 나는데?
        고진영 일당이라는 건 또 뭐야?
        고진영은 혼자가 아니야. 또 한 사람의 경제공작 전문가가
     붙어 있어
        경제 공작 전문가라니?
        고진영은 상하이 시절 도바시 기관이라는 일본 육군성 직할
     경제공작 기관출신이야. 도바시 기관에는 또 한 사람의 한국인이
     있었어. 고진영의 직계 부하였던 한정태라는 자야
        한정태라면 세진물산 전무 아닌가?
        바로 그래.
        자네는 고진영과 한정태가 도바시 기관 출신이라는 걸 어떻게
     알았나?
       백병진은 김정남 대위를 통해 한정태를 만났던 일을 설명했다.
        그때 한정태를 잡을 걸 그랬군
        한정태가 고진영과 손을 잡을 줄은 미쳐 생각지도 못했어.
     거기다 한정태라는 사람 능력 자체도 확인할 수가 없었고
        고진영이라는 호랑이에게 한정태라는 날개를 달아준 꼴이
     되고 말았군
        개성상인 그룹 쪽하고는 얘기가 잘되었나?
        그쪽도 움직임이 이상해
        설마 우리 요청을 거절하더라는 건 아니겠지
        안 준다는 얘기는 하지 않았어. 그렇다고 그때 가서 꼭
     협조하겠다는 말도 하지 않았어
        그럼?
        제일물산이 필요하다면 드려야지요.그러나 지금은 돈이 다
     나간 상태라 그때까지 얼마나 회수가 될지 잘라 말을 할 수가
     없습니다. 이게 이순재의 답이야
       이순 재란 개성상인 그룹의 간판 격인 경제인 이였다.
        뭔가가 있어.
        기다려 보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어
       그때
        손님들 오셨습니다
       고광남과 노현수의 도착을 알리는 백화의 소리가 들려 왔다.
       백병진과 조정래가 일어나 고광남 노현수 두 의원이 기다리고
     있다는 별실로 향했다.
      
      
       3
      
        이번 국회에서 물가안정을 위해 생활필수품 수입을 더욱
     늘려야 한다는 주장을 다시 한번 하기로 했습니다.
       고광남이 공을 내 세우듯 말했다.
        모두가 백 회장을 위한 위원장님의 지시에 따른 것입니다
       노현수가 자신들이 보스인 박사일을 치켜세웠다.
        그러고 보니 위원장님 오래 못 뵈었군요. 여전하시지요
        요즘 정신없이 바쁘십니다
       노현수가 고광남을 힐긋 보며 말했다. 다음 설명은 그쪽에서
     하라는 눈짓이 였다.
        이건 우리끼리니까 얘깁니다만 박 위원장께서 각하를
     충심으로 모실 새로운 정치 그룹을 구상하고 계십니다
       1949년의 한국정치 상황은 매우 미묘했다.
       대통령인 이승만 박사는 오래 망명생활로 국내에 정치적인
     기반이 없었다.
       당시 국내의 최고 정당 한국민주당이다.
       이승만 박사는 한민당의 지지로 대통령에 추대되었다.
       이승만 박사와 한민당의 밀월 관계에 서서히 틈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이승만 박사는 자신을 정점으로 하는 새로운 정치세력의
     구상에 나섰다.
       정치권에서도 새로운 실력자 이승반 박사의 그늘에 들어가기
     위해 여기에 동조하는 세력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정계의 이런 변화와 움직임은 한민 당과 이승만 박사 관계를
     냉각시키는 촉진제 구실을 했다.
       이때 이승만 박사를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정치세력의 규합에
     발벗고 나선 사람이 국회 산업분과위원장인 박사일이다.
        국부이신 이승만 박사를 정치 중심으로 모시는 건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지요
        박 위원장께서 그런 큰 일을 하시다보니 여러 가지 애로가
     있습니다
       노현수는 말을 끊고 백병진과 조정래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자금 얘기구나
       백병진은 직감적으로 알아차렸다.
       이럴 때 백병진의 결단은 놀랄 만치 빠르다.
        제가 작은 힘이라도 되고 싶습니다만
        백 회장께는 평소에도 너무 많은 신세를 지고 있으니 그런
     눈치조차 보이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박 위원장은 그런 면에서는 너무 깨끗하셔서 탈이지요.
     어떻습니까?. 두 의원께 얘기를 못 들은 걸로 하고 내일이라도
     제가 박 위원장님 한번 찾아 뵙지요
        백 회장의 그 말도 우리는 못 들은 걸로 하겠습니다.
       노현수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노현수의 말에 모두가 크게
     웃었다.
        정부 달러 배정을 주관할 산업경제부 쪽에는 우리에게 맡겨
     주십시요
        번번이 번거롭게 해 죄송합니다
        무슨 말씀을 백 회장 같은 애국적인 사업가를 도우는 게 우리
     정치인이 해야할 당연한 도리 아니겠습니까?
        그럼 우리 애들 불러 홀가분하게 마셔 보십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