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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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길 따라

2020. 9. 29.

[저수지]

물의 시간이 고여 있다.

누군가가 얼굴 내밀 기다림의 시간으로

물의 무게를 안고

가만히

그물을 펼치고 있다.

하늘이 파랗게 내려와

부질없는 꿈인 듯,

흰 구름 한 덩이 띠워 놓으면

구름 둥둥,

순식간에 가을 하늘이 된다.

이따금 바람이 놀다 가면

바람의 얼굴은 물결무늬.

먼 산 그림자는

먼 산 표정을 하고 있다.

 

속내는 감추고

높은 것만 우러르며

둥근 얼굴 하나로 세상을 읽는다.

수많은 얼굴을 품어 안고도

또 누가 올까, 빈 하늘 기다리며,

얼굴로 얼굴을 덮어,

속 깊은 제 민낯은 숨겨버리고

남의 얼굴을 제 얼굴인 듯 반반하게 내보인다.

 

물속이 궁금해

저수지처럼 깊어지는 마음으로

알 수 없는 깊이를 가늠하며

햇살, 깊숙이 바닥을 살펴도

제 얼굴은 보이지 않고,

세상속의 그리움으로

물그림자 속에 갇힌 내 얼굴.

가만히 내 속마음을 읽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