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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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길 따라

2020. 10. 16.

[어리연꽃]

푸른 호수를 바라보면

점점 호수를 닮아 가고 싶은데

출렁이는 내 가슴의 슬픈 호수에는

소화시키지 못해 앙금으로 가라앉은

일상의 퇴적물.

 

점점 가슴이 옅어 진다.

 

살려고 허우적거리며 입을 뻐끔 거리면

얕은 수면위로

트림 같은 기포가 뽀글뽀글 올라온다.

 

호수는 제 스스로 맑다고 하나

갇힌 물의 시간이

일상의 퇴적물로 깊이를 포기하고

가늠할 수 없는 수렁이 되어.

별빛도 달빛도

더 이상 내려오지 않는 늪으로 변해 갈 뿐이다.

 

한번 빠지면 헤어나기 힘든 곳

죽음의 진창 속으로

푹푹 썩어 흙으로 돌아가는 긴 세월

검은 물빛에도 햇빛이 내려와

뿌리내린 어리연꽃 노랗게 피어나고

꽃 그림자가 까맣게 얼비친다.

 

살아온 날 뒤돌아보면 컴컴하고 아득하여

세상의 바닥이 얼마나 깊은지

내 스스로 점점 더 어두워져서

더 이상 손 쓸 수 없는 늪을 닮아 간다.

 

엎질러진 내 마음의 작은 늪에도

어리연꽃 한 송이 곱게 피어났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