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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복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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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2020. 9. 26.

스웨덴 작가 ‘카밀라 락보그’의 소설 ‘The Golden Cage’는 애증과 여성의 복수를 다룬 연애소설 같은 추리소설이다.

 

가정폭력 속에 자란 주인공 ‘훼이’(Faye)는 과거를 묻고 대학에 진학하며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잭’(Jack)을 만나 결혼을 한다. 아이디어는 있지만 돈이 없는 그가 사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휴학을 하고 직업전선에 뛰어든다. 그 덕에 잭의 사업은 크게 성공하여 그들은 백만장자가 된다. 하지만 돈은 그들에게 행복을 주지 않는다. 도리어 갈등과 파멸을 가져온다.

 

잭은 사업의 성공이 모두 자신의 공이라고 생각하고 훼이를 무시하며 바람을 피워댄다. 어느 날, 딸아이와 주말여행을 떠났던 훼이가 중간에 아이가 아파 집에 돌아오는데, 침실에서는 잭이 회사의 여성 간부와 정사를 나누고 있다.

 

변변히 위자료도 받지 못하고 쫓겨난 그녀는 개를 산보시켜주는 일을 시작하며 재기를 꿈꾼다. 남자에게 상처 받은 여성들을 상대로 하는 사업을 구상한 그녀는 여성 사업가들을 찾아다니며 투자를 유치하여 사업가로 성공한다. 그리고 잭에게 대한 복수를 시작한다. 굳이 옥에 티라고 하자면 이 부분이 아닌가 싶다. 남편과 이혼을 하면서 제대로 위자료도 받지 못하는 설정이 다소 어색하다. 

 

그녀는 그의 부도덕하고 불법적인 면을 세상에 폭로하여 회사의 주가를 떨군 후, 51퍼센트의 지분을 사들인다. 그 과정에서 그녀는 다시 찾은 미모를 앞세워 잭을 유혹하기도 한다. 잭은 회사를 잃게 되지만, 그녀의 복수은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그는 딸아이를 살해했다는 혐의로 기소되어 무거운 중형을 받게 된다.

 

훼이에게는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주는 대학동창 크리스가 있다. 사업가로 크게 성공한 그녀는 자유분방한 삶을 추구하는 여성이다. 어느 날 그녀에게 요한이라는 사랑이 찾아온다. 그 사랑에 취하기도 전에 그녀는 암 진단을 받는다. 요한은 그녀가 곧 죽게 될 것을 알면서도 청혼하며 결혼을 하자고 한다. 훼이는 혹시 그가 크리스의 재산을 탐내는 것이 아닌가 의심하지만 곧 아닌 것으로 밝혀진다. 크리스는 침상에서 그와 결혼을 하고 얼마 후 죽음을 맞는다. 책에는 이런 신파적인 지고지순한 사랑의 모습도 들어있다. 

 

중간중간에 훼이의 어린 시절의 장면들이 등장하며 현재와 과거의 이야기가 같이 흘러간다. 그리고 두 이야기는 책 말미에서 만나게 된다. 독자는 마지막까지 작가의 반전에 휘둘린다.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The Girl With The Dragon Tattoo)로 시작되는 ‘스티그 라르손’의 밀레니엄 시리즈가 연상되는 작품이다. 남성 중심의 사회, 아내와 어린 자녀에게 잔인하게 폭력을 휘두르는 가장, 여성을 성적인 대상으로 보는 남자들, 다소 문란한 성생활, 그리고 통쾌한 여성의 복수 등이 거의 비슷한 맥락으로 등장한다. 페미니즘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해야 할까. 

 

문학작품이 그 사회에서 벌어지는 문제와 현상을 담고 있다고 한다면, 풍요롭고 자유로워 보이는 북유럽에도 가정폭력과 여성에 대한 성추행 등의 문제가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후반부, 훼이가 거의 바닥을 치고 다시 부활을 시작하는 무렵부터는 흥미진진해져 책을 놓기가 어렵다. 뻔한 결말이 예상되지만 독자의 흥미를 끌고 가는 작가의 스토리 전개가 대단하다. 다 읽고 나면 남자인 내 입장에서도 통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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