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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을 당신은 잊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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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모음

2020. 7. 2.

얼마 전 40/50대 부부들이 모여 저녁을 먹으며 있었던 일이다.

이런 모임이 늘 그러하듯이 그날도 남자들은 한쪽에 모여 이야기를 하고 있었고, 여자들은 커피와 후식을 준비하고 오며 가며 이야기를 거들고 있었다. 한 남편이 말하기를 요즘 들어 부쩍 첫사랑이 그리워진다고 한다.

그의 첫사랑은 초등학교 단짝이었는데, 늘 손을 잡고 함께 다녔다고 한다. 이제는 아마도 손자 한두 명쯤은 두었을 그녀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꼭 한번 보고 싶단다.

그러자, 다른 이도 첫사랑이 있었다며 자기도 만나고 싶다고 한다. 그 역시 첫사랑의 대상은 초등학교 짝꿍이다. 사랑이라고 말하기에는 아직 어린 초등학교 친구들을 들먹이는 걸 보니 진짜 마음에 숨겨둔 첫사랑은 따로 있는데 아내들 앞에서 꺼내기가 머쓱하니 옛동무들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기도 한다.

50대에게 제일 위험한 것이 초등학교 동창회라고 한다. 요즘은 한국에도 남녀공학을 하는 중고등학교가 많이 생겨났지만 7080 세대가 학교에 다닐 때는 남녀공학이 아주 귀할 때다. 유일하게 남녀가 함께 공부했던 곳이 초등학교다. 그래서 초등학교 동창회에는 중년의 남녀가 함께 모이게 되며 더러는 로맨스가 생겨나기도 한다는 이야기다.

남자들이 이런 실없는 소리를 주고받는 동안 아내들은 다소곳이 침묵을 지키고 있다. 어찌 그녀들이라고 첫사랑이 없었으랴. 지나간 일로 묻어두고자 하는 그녀들의 현명함이 아니었나 싶다.

나이가 들수록 여자들은 지나온 세월만큼 현명해지는데 반해 남자들은 계속 철부지로 남아있는 것 같다. 나를 포함해서 주변 또래의 부부들을 보면 아내가 남편을 다독이며 사는 것을 보게 된다.

남편이 실없는 소리를 하면 주의를 주고, 이웃이나 자녀들에게 함부로 말을 해서 관계가 서먹해지면 이를 중재하고 화해시키는 것도 여자들이다. 그것도 사랑의 한 모습이라고 한다면 사랑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성의 뜨거운 사랑이라기보다는 모성이며 살아온 정으로 보듬고 사는 것이 아닌가 싶다.

남녀의 사랑에는 생물학적 본능이 존재한다. 남자가 꼽는 여자의 매력에는 외모가 크게 작용한다. 남성들이 선호하는 S 라인은 실은 순산과 다산, 그리고 수유와 관련이 깊다. 남자는 자신의 후손을 낳아 잘 길러줄 수 있는 여성에게 끌리는 것이다. 요즘은 성형외과적 기술이 발달하여 후천적 S 라인도 많이 생겨 다소 혼란스럽긴 하다.

여자는 외모보다는 자신과 자녀를 보호하고 부양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남자를 선호한다. 자칫 여자들은 계산이 빠르다고 오해를 할 수 있는 부분이다. 여기에는 생존이라는 본능이 작용하는 것이다. 자녀를 낳아 길러야 하는 여자의 입장에서는 가족을 보호하고 부양할 수 있는 남자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다.

우리가 나이가 들어서도 첫사랑을 잊지 못하고 그리워하는 것은 순수했던 어린 시절을 동경하는 마음에서 일 것이다. 좋아한다는 말을 차마 입으로는 하지 못하고, 밤새 편지를 쓰고 찢기를 반복하며 며칠 만에 쓴 편지를 불쑥 내밀고 뒤돌아서 도망치던 시절. 꽃잎이나 나뭇잎을 붙인 편지지에 적힌 답장을 받고 환호하던 그 시절. 선물로는 고작 손수건이나 시집 따위를 주고받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제 그들을 다시 만나 무슨 말을 하겠는가. 혹시 첫사랑이라고 기억하고 있는 추억이 짝사랑이었다면. 이 또한 망신스러운 일이 아닌가. 

남자는 여자의 첫사랑이고 싶어 하지만 여자는 남자의 마지막 여자이고 싶어 한다는 글을 읽은 기억이 난다. 첫사랑은 가슴에 묻어두고 지금 내 곁에 있는 여자의 마지막 남자로 살자. 중년 남자의 세상사는 요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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