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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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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모음

2020. 7. 6.

성당 친구들과 저녁을 먹으며 있었던 일이다. 식사를 마친 후, 술자리는 자연스럽게 남자는 남자들끼리, 여자는 여자들끼리 모여 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모임의 화제는 연령대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다. 20대에는 ‘사랑이 어떻고,’ ‘인생이 어떻다’는 화두를 들고 살다가, 30 대에는 어떻게 하면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는가를 화제로 삼았고, 40 대에는 사춘기 자녀 문제로 고심했고, 이제는 은퇴와 건강을 이야기한다. 그날의 화제는 은퇴와 노후대책 이야기였다.

 

50 대 중반의 Y는 지금 가지고 있는 생명보험이 60세가 되면 끝이 나는데 아내와 아이들을 위해 그때 다시 생명보험을 들어야 할까 보다고 했다. 난 그에게 아이들도 다 컸는데 무엇 때문에 60에 새로 생명보험을 들려하느냐며 만류했다.

 

그의 설명인즉, 벌어놓은 돈도 별로 없는데 그거라도 자식들에게 남겨주고 싶다는 것이다. 옆에 있던 A와 S도 자식들을 위해 재산을 남겨 놓고 싶다고 했다.

 

난 조금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해 주었다.

 

자식에 대한 부모의 재정적 책임은 자녀가 대학을 마치는 무렵에 끝이 나야 한다. 만약 자녀가 대학을 졸업하고도 자립의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면 부모의 책임이 크다. 자녀가 태어나 성인이 될 때까지 20여 년 동안 부모가 해야 할 일은 그 아이가 부모의 도움 없이 홀로서기를 가르치는 일이다. 넘어진 아이가 스스로 일어나 왜 넘어졌는지는 깨닫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곁에서 지켜보고 조언해 주어야지, 넘어질 때마다 일으켜 세워주고 털어주며 길에 놓인 돌부리를 탓하는 것은 자녀의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자녀가 결혼을 할 때, 또는 집을 살 때, 부모가 여유가 있다면 도움을 주는 것이 마땅하며 좋은 일이다. 하지만 ‘기둥뿌리를 뽑아가며’ 자식을 결혼시키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힘들게 살아온 우리들이 아닌가. 자식들 다 키우고 한시름 놓은 시점에 나를 위한 인생을 사는 것이 마땅하다. 하고 싶은 여행도 하고, 타고 싶은 좋은 차도 타보고, 남을 위해 베풀기도 하며 여유로운 삶을 사는 것이다.

 

자녀에게 부담을 주는 노년을 맞아서는 곤란하다. 노년의 부모도 자립을 할 필요가 있다. 이는 꼭 재정적인 문제만이 아니다. 자녀의 도움 없이 일상을 꾸려나갈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해바라기처럼 자녀의 전화나 방문을 기다리고 그들에게 의지해서 살려고 하지 말자는 것이다. 스스로 혼자 알아서 챙겨 먹고, 놀 수 있어야 한다.

 

50 대 중반부터 한 10년 나를 위해 살며 투자하자. 자녀의 양육비로 들어가던 돈은 은퇴연금에 넣고, 생명보험에 들어갈 돈으로는 장지와 장례보험을 사놓으면, 부모 사후에 자식들이 장례비용 때문에 형제들끼리 서로 눈치 보며 돈 걱정할 일은 없을 것이다. 노년에는 집을 팔아 '개인연금보험'에 (annuity) 투자하거나 ‘역모기지'로 (reverse mortgage) 전환하여 수입을 늘리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쓰다가 남은 돈만 자녀들에게 남겨두어도 충분하다. 부모에게서 멋진 인생을 사는 방법을 배운 자식들이라면 노후에 자녀들에게 기대지 않고 독립적으로 멋진 삶을 살다 간 부모님에 대한 기억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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