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 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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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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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모음

2020. 7. 8.

“호랑이는 죽어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 이름을 남긴다” 고 했다. 사람이 죽으며 가지고 가는 것은 무엇인가. 죽으면서 가지고   있는 물건은 아무것도 없다. 호랑이도 죽으면 맨손으로 가고, 사람도 죽으면 맨손으로 간다. 호랑이야 살아서도  한 칸 없이 산에서 풀 베개 하며 살았으니 가지고  것이 없는 것이 당연하지만, 사람은 온갖 명예와 재물을 쌓아놓고 하나도 가지고   없다니 얼마나 허망한 일인가.

 

물질은 세상의 것이니 세상을 떠날   두고 가야 하지만,  한 가지 가지고   있는 것이 있다. 그건 우리가 세상을 살며 보고 느끼고 경험했던 추억이다. 이것만은 죽음조차도 우리에게서 빼앗아   없다. 

 

막내아들이 얼마 전 아빠가 되었다. 풋내기 엄마와 아빠는 아마도 자주 그 아이가 자라서 무엇이 될 것인가를 꿈꾸고 있을 것이다. 

 

난 아기가 건강하게 잘 자라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좋은 인연을 많이 만들며 살아가기를 바란다. 과연  아이가 예술가가 될지 운동선수가 될지 아니면 장돌뱅이가 될지는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아이도 언젠가는 평생을 살며 힘들게 모은 명예와 재물을 모두 버려둔  세상과 이별을 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성공하여 이름을 남긴다 한들 크게 다를 것은 없다. 이순신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영화나 드라마에서 이순신 장군으로 분장하고 나왔던 영화배우의 모습을 떠올리게 되고, 역사책에서 보았던 이런저런 기록만을 기억할 뿐이다. 이순신 장군에게 나는 무엇이란 말인가. 그는 후세에 태어난 내가 세상에 살고 있다는 것조차도 모를 것이다. 함께 나눈 추억이 없는 관계란 이렇게  의미가 없는 것이다.

 

산다는 것은 잠시 놀이공원에 놀러 온 것이며 맛난 뷔페를 먹으러 식당에 온 것에 불과하다. 놀이기구가 재미있다고 그걸 집에 가지고 가겠다고 떼을 쓰는 아이는 없으며, 뷔페식당에서 남은 음식을 싸가지고 가겠다고 박스를 달라는 사람도 없다. 

 

놀이공원에서는 재미있는 기구를 타며 신나게 놀고, 뷔페식당에서는 맛있는 음식을 골라 배부르게 먹고 나와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익히 아는 사실이다. 

 

부모가  재산을 남겨주면 그걸 싫다고  자식은 없다. 더러는 재산을  갖겠다고 형제들끼리 다툼을  수도 있다. 부모가 물려준 돈으로 자식이  집이나 비싼 차를 샀다고 하자. 한 번쯤은 돌아가신 부모님에게 고마운 생각을 가질 것이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면 집은 집이고 차는 차일뿐 부모의 돈으로  집이나 차를 보며 부모를 생각하기는 힘든 일이다. 

 

더운 여름 바닷가에서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를 보면 어느새 어려서 아빠와 함께 해수욕장에 갔던 일을 떠올리게 되고, 코끝이 싸아하게 추운  아침에 목에 목도리를 두르고 집을 나서며  옛날 엄마가 짜주었던 털목도리를 생각하게 된다. 

 

시즌이 시작되는 어느 봄날 할아버지가 어린 손자의 손을 잡고 야구장에 가서 함께 땅콩도 까먹고 아이스크림도 사 먹고 7회에는 “Take me out to the ballgame…” 하며 함께 노래도 불렀다고  보자. 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후에 아이는 굳이 야구장에 가지 않아도  TV나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야구 중계를 들으면 할아버지를 생각할 것이다. 

 

과연 내가 세상을 떠난  가족은 나를 어떤 모습으로 기억해 줄는지. 나의 친구들은 나를 어떤 모습으로 기억해 줄는지. 사는 일은  추억을 만드는 일이다. 내가 가지고 갈, 그리고 내가 남기고  추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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