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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들의 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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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모음

2020. 7. 23.

한국은 요즘 캠핑이 전성시대라고 한다. 차를 타고 교외로 캠핑을 간다고 해서 오토캠프라고 부른다. RV에 대한 관심도 높은 것 같다. 전국에 캠프장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으며, 펜션을 접고 캠프장으로 바꾼 곳이 있을 정도라고 한다.

얼마 전에 이런 캠프장의 하루를 소개하는 TV 프로를 본 적이 있다. 중산층 아파트를 그대로 들어다가 캠프장에 옮겨놓은 모습이었다.

넉넉한 크기의 텐트 앞에는 천막을 친 커다란 거실이 있고, 여기에는 그럴듯한 테이블과 의자들, 가스 바비큐에 온갖 식기세트와 놀이기구까지 생활에 전혀 불편함이 없어 보인다. 사람들은 삼삼오오 모여 고기를 구워 먹으며 즐거워한다. 70년대 찌그러진 냄비 몇 개 들고 계곡에 들어가 천막을 치고 야영을 하던 캠핑이 아니다.

오토캠프를 시작하기 위해서 처음에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치가 않다고 한다. 우선 자가용 차가 있어야 한다.

기본적으로 텐트와 캠핑용구를 갖추는데 싸게 잡아도 100만 원 정도가 든다고 한다. 고가품으로 장만하면 1,000만 원 이상이 들고 텐트만 해도 고급으로 장만하면 200만 원가량이라고 하니 서민들에게는 부담이 되는 액수다.

아내와 내가 캠핑을 시작한 지 7년째다. 처음에는 아이들 친구네 텐트를 빌려 캠핑을 갔었다. 고기를 구워 먹고 불을 피워 캠프파이어도 하고 텐트에 들어가서는 고스톱도 몇 번 치고 잠이 들었는데 새벽에 텐트가 무너져 내렸다. 엉성하게 친 텐트가 바람에 견디지 못하고 무너진 것이다. 서둘러 짐을 정리하고 근처의 식당에서 팬케이크로 아침을 먹고 돌아왔다.

그 후 또 캠핑을 가겠다고 하니 큰 아이가 아버지 날 선물로 아담하고 사용하기 쉬운 텐트를 사 주었다. 내가 별도로 장만한 캠핑용구는 간이침대 ($40), 가스램프 ($20), 접는 의자 두 개 ($10), 바닥에 까는 야외용 돗자리($5), 아이스 박스 ($25), 부스타 가스 곤로 ($20) 정도가 전부다. 슬리핑 백은 동부의 매형에게 부탁해서 공짜로 얻었다. 기타 취사도구는 집에서 쓰던 것 중에서 좀 낡고 짝이 안 맞는 것들을 대충 모아 장만했다.

캠프는 여름보다는 이른 봄이나 가을에 가는 것이 더 좋다. 싸늘한 저녁에 모닥불을 피워놓고 감자나 옥수수를 구워 먹으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좋고, 아직 새벽 한기가 다 사라지기 전 부스스한 모습으로 마시는 모닝커피도 좋다.

처음에는 고기를 양념하고 각종 야채를 골고루 준비해 가지고 갔는데, 이제는 간단하게 집을 나선다. 맛있는 부위의 스테이크감를 가지고 가서 프라이 팬에 구워 먹으면 별 반찬이 없어도 정말 맛있다. 캠프장 근처의 마켙에서 손쉽게 구입할 수 있다. 

여름에는 캐나다나 유럽에서 온 가족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호텔 대신 캠프장에 짐을 풀고 낮에는 렌터카를 타고 이곳저곳 둘러본 후 저녁에는 캠프장에 돌아와 저녁을 해 먹는다. 알뜰 휴가를 즐기는 셈이다.

미국에서 캠핑은 서민들의 놀이다. 한국에서는 등산, 조깅, 자전거 타기 등도 옷가지와 장비 구입에 제법 많은 액수의 비용이 든다고 한다. 별로 돈 안 들고 할 수 있던 서민들의 놀이마저 차츰 부자들의 전유물이 되어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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