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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는 게 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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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2020. 8. 2.

‘죽는 게 뭐라고’는 시크한 독거 작가 ‘사노 요코’의 마지막 에세이 집이다. 시한부 삶을 선고받은 그녀가 호스피스 병원에서 경험한 이야기며 그녀의 죽음 철학이 들어 있는 책이다.

 

책에는 그녀가 신경과 의사인 ‘히라이’ 박사와 나눈 대화가 한 챕터를 이루고 있는데, 마치 선문답 같은 이야기들이다. 

 

호흡이 멎고 심장이 멈추어도 머리카락은 자란다. 몸의 세포들 중에는 사후 24시간 정도 살아있는 것들도 있다고 한다. 사노는 마음이 가슴 부근에 있는 것 같다고 하지만, 히라이는 우리의 마음은 대뇌피질에 존재한다고 과학적으로 설명한다. 소뇌가 없으면 몸은 움직이지 못하지만 죽지는 않으며, 뇌간을 모두 들어내면 호흡을 할 수 없지만 인공호흡기를 연결하면 계속 살 수 있다. 

 

우리가 살 수 있도록 숨을 쉬고, 혈압과 맥박을 조절하며, 체온을 유지하고 몸을 움직이는 기능은 모두 뇌간이 하는 일이다. 마음을 담고 있는 대뇌피질은 육신을 통제하지 못한다. 즉, 마음은 잠시 몸을 빌려 사는 것이다. 뇌간이 멈추면, 마치 전기 스위치가 내려지면 작동하던 가전제품이 멈추듯이 우리도 정지하게 된다.

 

히라이는 사후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것은 건강에 좋지 않다고 말한다. 생각해 보았자 답을 찾을 수 없기 때문에 생각하면 번뇌만 생길 뿐이다. 그래서 불교에서는 생각 대신 염불을 외우라고 하고, 다른 종교에서는 기도를 권장한다. 기도를 통하여 사람들은 생각을 정리하고 위안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장례식은 하는 것이 좋다는 결론에 이른다. 어떤 사람이 둘만의 결혼식을 올렸다. 그 후, 동료와 지인, 친인척에게 인사를 다니느라 두고두고 애를 먹었다고 한다. 모두 불러 결혼식을 했더라면 한 번에 끝났을 일이다.

 

그녀는 암의 고통에 시달리며 힘들었던 시기에 호스피스와 요양 서비스를 제공하는 집 근처의 병원에 입원한다. 이곳에서 여러 사람의 죽음을 보며 자신의 주변을 정리하고, 그 과정에서 마음의 평온을 찾고 건강도 회복한다. 그 후 1년 이상 더 살며 책 원고를 정리했다. 일본에서는 호스피스가 동네 요양병원에서도 제공할 정도로 자리를 잡은 모양이다. 

 

얼마 전 죽은 아내의 친구 ‘미영씨’를 생각하게 된다. 그녀는 마지막 순간까지 항암치료의 고통 속에 있었다. 그것이 그녀의 선택이었는지, 아니면 마지막까지 희망의 끈을 놓기 싫었던 가족의 바람이었는지 알 수 없다. 

 

암이 무섭기는 하지만 갑자기 사고로 죽는 것보다는 시한부 인생이라도 미리 나의 죽음을 아는 것이 좋을 듯하다. 어느 날 내가 갑자기 죽는다면 남은 이들은 얼마나 황망할 것인가. 서로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아무래도 가까운 장래에 유언장을 작성해 놓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장례미사에 사용할 성가도 고르고, 묘비명도 미리 정하고. 벌써 죽음을 생각해야 할 나이가 되다니. 세월이 야속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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