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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은 유죄, 생각은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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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모음

2020. 8. 5.

나이가 들며 줄어드는 것은 머리카락이요 늘어나는 것은 주름살과 말이 아닌가 싶다. 간단하게 본론만 이야기하면 될 것을 가지고 사족을 붙여 엿가락 늘이듯 말을 하다 보면 어떤 때는 완전히 삼천포로 빠져버리는 경우까지 생겨난다.

 

20여 년 전의 일이다. 다른 지역사무소로 직원 교육을 나갔을 때다. 처음 보는 얼굴들이 많았다. 이럴 때는 가벼운 농담으로 교육을 시작하면 분위기가 좋아진다고 배웠다. 전에도 사용한 적이 있는 농담을 해 주었다. 많은 직원들이 재미있어하며 웃었고, 직원 교육은 잘 끝이 났다고 생각했다. 문제는 다음날 출근해서 일어났다. 전날 내 농담을 듣고 기분이 상했던 한 직원이 매니저에게 항의를 한 것이다.

 

부랴부랴 그 직원과 매니저에게 사과의 메일을 보내 사태를 수습했다. 그 후 공적인 자리에서는 정말 말조심하며 지냈다.

 

살다 보면 “생각과 말과 행위로 죄를 많이” 짓게 된다. 이 중 사람이 가장 많이 죄를 짓게 되는 것은 아마도 생각일 것이다. 남이 사업이 잘 된다고 하면 은근히 안 됐으면 하는 생각을 갖기도 하고, 남의 아이가 우리 아이보다 운동이나 공부를 잘하면 그 아이가 좀 못했으면 하는 생각을 하게도 되고, 더 나아가 남의 여자나 남자를 내가 한번 품어보았으면 하는 상상을 하기도 한다. 생각이 생각으로 머물러 있는 한, 이는 혼자만 아는 비밀이며 남에게 해를 끼치는 죄는 되지 않는다.

 

그러나 생각이 말이 되는 순간, 말은 무서운 흉기가 되어 남들에게 상처를 입히는 죄를 짓게 된다. 요즘같이 인터넷이 발달한 세상에 무심코 내뱉은 말이나 글이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일파만파로 큰 파문을 일으키기도 한다. “아니면 말고” 식의 태도가 문제다. 본인이 사과를 하고 정정을 하더라도 이미 퍼져버린 소문은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남기게 된다.

 

휴대전화의 발달로 음성과 영상의 기록이 손쉬워졌다. 이 때문에 사석에서 내뱉은 말이 새어나가 패가망신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그야말로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 세상이다.

 

한번 떠오른 생각은 우연치 않은 기회에 말이 되어 나올 수 있고, 뱉어진 말이 결국 행위로 이어져 죄를 짓게 되기도 한다. 말과 행위로 죄를 짓지 않으려면 생각을 잘 다스려야 한다.

 

하고 싶은 말이 꼭 필요하지 않은 경우도 많다. 도리어 하고 싶은 말이 하지 않아도 되는 말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꼭 해야 할 말이 아니면 하지 않고 넘어가는 것이 낫다. 세월이 지나고 나면 그때 그 말을 하지 않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상대방에게 하는 이야기는 그 사람 좋으라고 하는 말이라기보다는 내 마음 편하자고 하는 말이다. 아이들에게 하는 잔소리가 그렇다. 공부하라고 한다고 해서 공부안 할 놈이 공부를 하겠는가.

 

뭐니 뭐니 해도 가장 힘든 말은 남자와 여자가 섞는 말이다. 여자는 본론은 슬쩍 빼놓고 주변을 맴도는 말만 해 놓고는 그것도 모르냐며 남자에게 서운해한다. 남자는 여자의 마음에 못이 될 말을 뱉어놓고는 금방 잊어버린다. 그리고 여자는 평생 그 말을 곱씹으며 산다. 말조심하며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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