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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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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2020. 9. 5.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신작, ‘올리브 어게인’을 읽었다. 퓨울리쳐 상을 받았던 ‘올리브 키터리지’의 후속 편이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무대는 메인 주 코스비라는 작은 마을이다. 그냥 순서 없이 한 편씩 읽어도 좋은 단편을 모아 만든 연작소설집이다. 각자 참으로 다양한 사연들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우연히 한 마을에 모여 살며 우여곡절을 이겨낸다.

 

그녀의 이야기는 어딘가에서 본 듯한, 누군가에게서 들은듯한 사연들을 담고 있다. 슬픈 일도 너무 슬프지 않고, 화나는 일도 크게 화나게 하지 않는다. 이야기는 그냥 ‘그렇구나’ 하는 느낌으로 끝이 난다.

 

이 책은 특히 인생의 막바지, 노년을 담고 있어서 노화,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그렇다고 마냥 칙칙하거나 어둡지 않다. 그녀의 이야기에는 내가 보았던 부모님의 마지막 1-2년, 부모님이 계시던 양로병원의 모습, 그리고 나이가 들어가며 문득 나도 느끼고 경험하는 것들이 들어있다.

 

그녀는 여전히 유머러스하고 따뜻하다. 그녀가 펼쳐 놓는 이웃 사람들의 이야기에는 삶의 어려움과 고민, 절망,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딛고 살아가는 감동이 있다.

 

우리 모두가 두려워하지만 차마 터놓고 얘기하지 못하는 것들을 그녀도 접하게 된다. 노인요양시설에 가는 것에 대한 공포, 늙어가며 맞게 되는 자립의 한계, 빈부격차에 따른 소통의 단절, 결혼생활과 불륜 등, 각각의 단편은 결코 가볍지 않은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독자에게 큰 부담을 주지 않는다.

 

두 남편을 먼저 보내고 노인들이 거주하는 아파트로 이주해 살며, 노인용 기저귀까지 사용하게 된 올리브이지만 그녀의 캐릭터는 변치 않는다. 그녀는 생의 변화에 크게 저항하지 않고 담담하게 받아들인다.

 

천천히 늙어갈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 나의 삶을 돌아보고, 사람들과의 관계를 정리하고 맞는 죽음은 그다지 슬프지도 고통스러울 것 같지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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