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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피아도 늙으면 초라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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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

2020. 9. 9.

가을이 다가온 듯싶던 9월에 엄청난 폭염이 찾아왔다. 어제 Woodland Hills는 121도 (섭씨 49.4도)까지 올라갔고, 우리 동네는 118도 (47.8 도)였다. 남가주 (Southern California) 모든 지역이 기록을 갈아치웠다. 게다가 곳곳에 산불이 났다. 한국같이 습도가 높은 지역이라면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 와중에 나는 영화 ‘다니 브래스코’ (Donnie Brasco)를 보았다. 한국 사이트에는 ‘도니 브래스코’라고 나와있다. 영어에서는 알파벳 “O”를 “오” 가 아닌 “아” 로 발음하는 경우가 많다. “Mom” (엄마) 은 “맘”이라고 발음하고, “posture” (자세)는 “파스쳐” 하고 발음한다. 내 영어 이름 “Don” 은 “돈” 이 아니고, “단”이다.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한 FBI 수사관 ‘다니’ (쟈니 뎁)는 마피아 조직에 침투하기 위하여 악명 높은 조직 보나니 패밀리의 일원인 ‘레프티’ (알 파치노) 에게 접근하여 조직의 일원이 된다. 마피아로 평생을 살아온 레프티는 상납금을 채우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찌질한 인생이다. 

 

조직의 윗선에 공백이 생기자 레프티가 키운 ‘소니 블랙’ 이 중간 보스로 올라가며 그는 닭 쫓던 개 신세가 된다. 벌어 놓은 돈도 없고 조직에서는 까마득한 후배들에게도 밀린다. 오랜 세월 직장생활을 해 본 사람이면 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해 보았거나 주변에서 보았던 일이다. 초년병 시절 나의 수퍼바이저가 훗날 내 부하직원이 되었고, 나 역시 한때 동료였던 이의 밑에서 일을 했었다. 

 

새로 중간 보스가 된 소니도 상납금에 시달리기는 매한가지. 매출을 올리라며 조직원들을 들볶는다. 마침 FBI 상부에서는 다니에게 플로리다에서 전개되고 있는 작전에 협조를 하라고 한다. 그의 권유로 소니는 플로리다에 사업을 확장하는데, 레프티의 기대와 달리 소니는 다니에게 그 일을 맡긴다. 

 

플로리다 사업은 불법 도박장을 오픈한 첫날 경찰의 급습 단속에 걸려 박살이 나고 만다. 부패한 지역 경찰에게 뇌물을 주었어야 하는데, 플로리다 지역의 FBI 요원이 뇌물을 주기 위한 명목으로는 예산을 쓸 수 없어 벌어진 일이다. 이를 알지 못하는 소니는 자신을 시기한 다른 중간 보스의 소행이라고 생각하고 그들을 제거한다. 

 

FBI에서는 마피아의 뉴욕 조직의 판도가 급변하자 다니가 위험하다고 판단하고 그를 체포하며 작전을 중단한다. 마피아 조직을 찾아가 다니가 FBI 수사관이었음을 알리고 그들에게 자수하여 수사에 협조할 것을 종용한다. 레프티는 그가 FBI 였음을 믿지 못한다.

 

며칠 후 저녁, 레프티의 집으로 전화가 걸려온다. 책임을 묻기 위하여 조직이 부르는 전화였다. 레프티는 그걸 알면서 집을 나선다. 마피아 조직원이면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코트를 걸치고 집을 나서던 그는 문을 열다 말고 다시 방으로 돌아와 돈이 될만한 물건을 모두 옷장 서랍에 꺼내 놓기 시작한다. 시계를 풀고, 반지를 빼고, 목걸이도 풀고, 지갑과 잔돈, 자동차 키를 꺼내 놓는다. 아내가 보기 쉽게 서랍을 반쯤 열어 놓고 나간다.

 

이 대목에서 나는 이 영화를 20여 년쯤 전에 보았었다는 기억을 찾아냈다. 이 장면이 생각났던 것이다. 초라하게 늙어가는 마피아 조직원 모습의 알 파치노의 연기가 돋보이는 영화다.

 

영화가 끝날 무렵, 하루 종일 돌아가던 에어컨에서는 찬바람 대신 미지근한 바람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기온은 아직도 115도 (45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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