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 잔

커피 한 잔 마시며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글을 쓰려고 합니다. 잠시 머물고 추억하며 즐거우시기 바랍니다. 브런치에 오셔도 제 글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brunch.co.kr/@donko

31 2020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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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딸아이의 임신

아내의 생일이라 모처럼 아이들과 식당에 모였다. 함께 사는 조카아이들도 한국에 다녀오고 세미네도 스페인 여행을 다녀온 후 처음 만나는 자리였다. 조금 늦게 도착한 세미가 자리에 앉더니 전화기를 건넨다. 받아 드니 화면에는 초음파 검사 영상이 떠있다. 첫아이를 임신한 것이다. 8주가 되었다고 한다. 교육공무원인 사위의 방학을 맞아 스페인으로 휴가 여행을 떠나기 바로 전날 알았는데,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여행을 다녀왔다고 한다. 8-12주가 되기 전에는 유산의 확률이 있다며 병원에서 8주 이후에나 가족들에게 알리라고 했단다. 부모들이 알게 되면 혹시라도 여행을 가지 말라고 말릴까 싶어 말을 안 했을 것이다. 이틀 전 아침에 아내가 들려주었던 꿈이 생각났다. 아내는 꿈에서 호랑이와 커다란 잉어를 보았다며 눈..

댓글 일상에서 2020. 8. 31.

30 2020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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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모음 무엇이 친일인가

요즘 한국 정치판의 기준으로 보면 나는 친일파 매국노의 자손이다. 외할아버지는 일제시대 때 경성전기에서 일을 했으며, 경성전기 야구팀의 일원이었다. 꿈 많은 식민지 청년이었던 아버지는 일본군으로 복무한 행적이 있지만, 생전에 그 일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으셨다. 더러는 그 시절을 그리워하시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왜 아니겠는가. 그 세대들에게는 식민지 시대가 청춘의 시절이었고 꽃다운 학창 시절이 아니었던가. 해방 후에는 대한민국의 해안경비대에 입대하여, 해군, 해병대의 창군 멤버로 조국에 봉사한 분이다. 6.25 때는 인천 상륙 작전에 참여하여 함경북도까지 북진하였고, 휴전 후에는 일선 연대장으로 근무하셨다. 그때 받은 훈장 덕에 은퇴 후에는 돌아가실 때까지 국가 유공자 연금을 받으셨다. 어디 우리 아버..

댓글 칼럼 모음 2020. 8. 30.

29 2020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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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이렇게 하루가 지나갔다

샤워를 마치고 차를 타고 집을 나선다. 요즘은 이틀에 한번 샤워를 하고 면도도 한다. 잠옷 바지 하나로 5달째 잘 버티고 있다. 외출복으로 갈아입을 필요도 없다. 어차피 차에서 내릴 것도 아니다. 그동안 병원에 가느라고 2-3번, 차를 고치러 수리점에 가느라고 2-3번, 외출복을 입고 나갔던 것이 전부다. 천천히 골목길을 나가다 보면 늘 만나는 이웃들의 모습이 보인다. 개를 데리고 아침 산책을 나온 이들의 손에는 하나같이 비닐봉지가 들려있다. 노인들은 천천히 걷고, 젊은이들은 이어폰을 귀에 끼고 땀을 흘리며 뛴다. 교육구 급식소에 들러 음식 봉투를 받고, 스타벅스로 향한다. 내가 좋아하는 아침 시간이다. 차에 타면 다운로드하여 놓은 팟캐스트 방송 ‘윤고은의 북 카페’를 튼다. 초대손님들과 책 이야기를 나..

댓글 일상에서 2020. 8. 29.

28 2020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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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모음 초심, 열심, 그리고 뒷심

거울 볼 일이 별로 없다. 출근길 머리는 아내가 손질해 주고 면도는 손으로 만져 까칠한 곳을 골라 전기면도기를 들이민다. 어쩌다 한 번 거울을 보곤 마주 보는 낯선 영감의 모습에 깜짝 놀라곤 한다. 마음은 아직도 서툰 기타 솜씨로 어니언스의 ‘편지’를 노래하던 21살이다. 나만 그런 줄 알았는데 다들 그럼 마음으로 사는 모양이다. 얼마 전 가족들이 밥을 먹는 자리에서 40 초반의 큰 아들이 하는 말이 “마음은 21살”이라고 한다. 도종환 시인은 그의 에세이 ‘첫 마음’에서 ‘초심, 열심, 종심(뒷심)’ 을 이야기한다. 매사에 가장 중요한 것은 ‘초심’이다. 그래서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고 하지 않았나.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 나머지는 도로아미타불이다. 시작만 해 놓고 열심히 하지 않으면, 그건 ‘작..

댓글 칼럼 모음 2020. 8. 28.

27 2020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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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상실의 시대

20여 년 만에 ‘상실의 시대’를 다시 집어 들었다. 원제는 ‘노르웨이의 숲’이라는 하루키의 대표작이다. 작품 속에 나오는 존 레논이 만든 ‘노르웨이의 숲’이라는 노래에서 따온 제목이다. 책 표지에 실린 그의 사진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에게도 이런 청춘의 날이 있었구나. 청년 하루키의 모습은 책의 주인공을 연상시켰다. 1968년을 시작으로 열여덟의 청년 ‘와타나베’가 3년 동안 경험하는 사랑과 방황의 이야기다. 400쪽이 넘은 분량의 장편소설이다. 프레지던트 데이 (2/17일) 연휴의 토요일에 시작해서 이틀 만에 끝냈다. 이렇게 몰입해서 책을 읽은 것은 참으로 오랜만의 일이다. 주인공 와타나베를 통해서 나에게는 주어지지 않았던 청춘의 시간들을 잠시나마 추억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는 집을 떠나 기..

댓글 책 이야기 2020. 8. 27.

26 2020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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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모음 100가지 다른 인생

나는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매일 저녁 책을 읽는다. 전자책보다는 종이책을 선호하는 편이지만 비용 문제와 편리함 때문에 요즘은 킨들을 자주 사용한다. 굳이 도서관에 가지 않아도 전자책은 집에서 편하게 빌릴 수 있다. 베스트셀러나 신간처럼 인기 있는 책은 예약을 해 놓고 기다리면 2-3주 안에 이-메일로 연락이 온다. 그때 다운로드를 하면 3주 동안 대여가 가능하다. 읽다가 재미없는 책은 주저 없이 내려놓는다. 읽고 싶은 책들이 널려 있는데 굳이 재미없는 책에 매달릴 필요는 없다. 인문학 서적보다는 소설이나 산문을 좋아한다. 에세이에는 저자의 생각과 인생철학이, 소설에는 다양한 모양새의 삶이 들어 있다. 과대 포장된 자서전이나 논픽션보다는 소설이 훨씬 더 사실적이다.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며 만나게 되는 사람..

댓글 칼럼 모음 2020. 8. 26.

25 2020년 08월

25

책 이야기 내 옆에 있는 사람

이병률 시인의 여행 산문집 ‘내 옆에 있는 사람’에는 페이지 숫자가 없고, 목차도 없다. 세어보기 전에는 몇 쪽인지, 몇 편의 산문이 실려 있는지 알 수 없다. 그래서 책의 두께를 자로 재어 보았다. 24 mm 다. 코로나가 시작된 후 수염을 기르고 있다. 처음에는 3 mm 길이로 다듬었는데, 너무 길다 싶어 요즘은 1 mm 클립을 끼워 다듬는다. 2 mm 가 마음에 드는 길인데, 내가 산 면도기에는 2 mm 클립은 없다. 이틀쯤 수염을 깎지 않으면 1 mm 쯤 자란다. 24 mm의 두께는 내가 48일 동안 자르지 않은 수염의 길이와 같다. 나는 이 책을 아껴가며 매일 조금씩 한 달쯤 읽었다. 어떤 글은 내 이야기 같기도 하고, 어디서 들은 이야기 같기도 하며, 어떤 것은 그가 지어낸 이야기지 싶은 글도..

댓글 책 이야기 2020. 8. 25.

24 2020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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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 배반의 도시

NBC 방송에서 제공하는 스트리밍 서비스 Peacock으로 ‘니콜라스 케이지’ 주연의 영화 ‘배반의 도시’(Red Rock West)를 보았다. 1992년 작품이라 젊은 모습의 니콜라스 케이지가 나온다. Peacock 서비스가 시작되기 전, 1년 유료 시청료를 50% 로 할인해 주고 있었는데 어쩌다 보니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무료 스트리밍은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의 폭이 좁고, 영화 중간에 서너 차례 15-30초짜리 광고가 나온다. 무일푼의 떠돌이 ‘마이클’(니콜라스 케이지 분)은 '레드 락'이라 불리는 작은 마을을 지나치게 된다. 커피 한 잔 마시러 들른 카페에서 그를 자신이 고용한 해결사로 착각하는 주인 ‘웨인’에게서 살인 청부를 부탁받고 5천 달러를 받으며 그의 수난기가 시작된다. 청부살인의 대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