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 잔

커피 한 잔 마시며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글을 쓰려고 합니다. 잠시 머물고 추억하며 즐거우시기 바랍니다. 브런치에 오셔도 제 글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brunch.co.kr/@donko

26 2020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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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아내의 복수

스웨덴 작가 ‘카밀라 락보그’의 소설 ‘The Golden Cage’는 애증과 여성의 복수를 다룬 연애소설 같은 추리소설이다. 가정폭력 속에 자란 주인공 ‘훼이’(Faye)는 과거를 묻고 대학에 진학하며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잭’(Jack)을 만나 결혼을 한다. 아이디어는 있지만 돈이 없는 그가 사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휴학을 하고 직업전선에 뛰어든다. 그 덕에 잭의 사업은 크게 성공하여 그들은 백만장자가 된다. 하지만 돈은 그들에게 행복을 주지 않는다. 도리어 갈등과 파멸을 가져온다. 잭은 사업의 성공이 모두 자신의 공이라고 생각하고 훼이를 무시하며 바람을 피워댄다. 어느 날, 딸아이와 주말여행을 떠났던 훼이가 중간에 아이가 아파 집에 돌아오는데, 침실에서는 잭이 회사의 여성 간부와 정사를 나누고 ..

댓글 책 이야기 2020. 9. 26.

24 2020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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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모음 나도 술을 잘 마시고 싶다

나도 남들처럼 술을 잘 마시고 싶다. 빈대떡이나 해물 파전을 앞에 놓고 막걸리 잔을 주고받거나, 캠프장 모닥불가에서 맥주병을 부딪치며 건배를 외치고, 페티오에 앉아 치즈나 마른 과일을 먹으며 우아하게 와인잔을 들어 올리고 싶다. 하지만 내 주량은 소주 반잔, 맥주 반 컵, 와인은 향을 맡는 정도다. 술 냄새만 맡아도 얼굴이 벌게지고, 술맛을 보고 나면 금방 심장이 벌름거리고 숨이 가빠진다. 남들은 기분 좋으라고 마시는 술이 내게는 힘든 산행과 같다. 사람들은 함께 술을 마시며 친구가 되고, 힘든 이야기를 꺼내 놓기도 한다. 적당히 술이 들어가면 평소에 하지 않는 언행을 할 수 있는 용기가 생기는 모양이다. 말이 없던 사람이 마구 말을 늘어놓거나, 얌전하던 사람이 돌출 행동을 하기도 하며, 허물을 벗어 놓..

댓글 칼럼 모음 2020. 9. 24.

23 2020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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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되었다

이야기의 시작은 작년 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갑자기 허리가 몹시 아파 응급실에 갔었다. 신장 결석이 의심되어 CT를 찍었다. 허리 아픈 것은 근육통으로 밝혀졌는데, CT에 부신 우연종이 발견되었다. 주치의는 걱정할 일은 아니라며 1년 후에 다시 검사를 해 보자고 했다. 금년 봄에 CT를 찍어보라고 연락이 왔는데, 코로나 탓에 차일피일 미루다가 여름이 되었다. 주치의와 전화상담으로 정기검진을 하는 과정에서 재차 CT를 찍어 보라고 했다. 마스크로 무장을 하고 병원에 가서 CT를 찍었다. 결과는 작년과 동일. 1년 후에 CT를 다시 찍어 보라고 했다. 문제는 다른 곳에서 발견되었다. 간에서 낭종이 발견된 것이다. 주치의는 걱정할 일은 아니지만 초음파(ultrasound) 검사를 하라고 했다. 약간 신경이 ..

댓글 일상에서 2020. 9. 23.

22 2020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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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먼 북소리

‘먼 북소리’는 무라카미 하루키가 1986 - 1989년 사이 3년 동안 그리스와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유럽에서 살며 쓴 책이다. 책 표지에는 “낭만과 감성의 유럽 여행 에세이”라고 적혀 있지만, 여행기라기보다는 그 3년을 전후한 그의 삶을 이야기하고 있는 책이라고 해도 될 것 같다. 3년 동안 유럽에 머물며 그는 ‘상실의 시대’와 ‘댄스 댄스 댄스’ 같은 대표작을 썼고, 번역작품도 여러 편 발표했다고 한다. 500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책이지만 끝나는 것이 아쉬울 정도로 재미있는 내용이다. 대부분의 여행기는 저자의 좌충우돌 여행 경험담과 여행지에 대한 묘사를 담고 있지만, 이 책에는 여행지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없다. 그가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 그가 경험한 유럽의 도시들과 거기 사는 사람들에 대한 그의 ..

댓글 책 이야기 2020. 9. 22.

20 2020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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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이 기억 구운 옥수수

백일해는 소아 감염질환 중 전염력이 강한 질환 중 하나다. 한국에는 80년대부터 정제 백일해 백신이 혼합된 DTaP 백신이 도입되면서 유행이 감소하였다고 한다. 백일해에 걸리면 기도가 막힌 ‘색색’ 거리는 소리를 내면서 마치 금세라도 숨이 넘어 갈듯이 격렬한 기침을 한다. 한 번 걸리면 백일 동안 기침을 한다고 해서 백일해다. 한국에 백일해 백신이 보급되기 전의 일이다. 동생이 먼저 걸려 왔다고 기억한다. 할머니는 육모초 (익모초) 달인 물이 백일해에 좋다며 나와 동생에게 수시로 육모초 달인 물을 마시게 했다. 그 무렵 나는 백일해 탓인지 입맛이 없어 밥을 잘 먹지 못했다. 하루는 할머니가 장에 다녀오시는 길에 구운 옥수수를 하나 사 오셨다. 그놈을 반으로 잘라 큰 것은 내게, 작은 것은 동생에게 주었다..

댓글 맛이 기억 2020. 9. 20.

19 2020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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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죽음 뒤에는 무엇이 있을까

요즘 자주 삶과 죽음에 대하여 생각하게 된다. 과연 죽는다는 것은 무엇이며 죽음 뒤에는 무엇이 있을까? 유명한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는 인간의 뇌를 컴퓨터에 비유하며 천국이나 사후세계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죽음이란 컴퓨터를 끄는 것과 같아 플러그를 뽑는 순간 생은 끝이 나고 아무것도 없다고 했으며, 또한 신은 없고 세상의 누구도 우주를 다스리지 않는다고도 했다. 성당에 다니고 있지만 솔직히 교회가 가르치는 하느님의 나라는 믿기 어렵다. 지배자가 피지배자를 다스리기 위하여 그럴듯하게 만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다음 세상이 없다거나 나보다 큰 힘을 가진 이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세상에는 새로운 것도 없고 영원히 사라지는 것도 없다고 생각한다. 사라진 별을 이루고..

댓글 일상에서 2020. 9. 19.

18 2020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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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모음 이 놈들이 밥은 먹고사나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것 중에 하나가 목 주변에 생기는 쥐젖이다. 50이 넘자 그 숫자가 급속히 늘어났다. 10여 년 전에 피부과에서 제거를 했는데, 다시 생겨났다. 카이저의 주치의는 건강에는 지장이 없는 미용상의 문제니, 보험으로는 커버가 안된다며 원하면 피부과 의사를 만나 자비로 제거하라고 했다. 가끔은 가렵기도 하고, 면도를 하다가 잘못 건드리면 아프기도 해서 주치의를 바꾸며 다시 이야기를 하니 피부과로 보내 주었다. 피부과 의사는 탄산가스 레이저를 환부에 넉넉히 뿌려 주었고, 그 후 2-3주에 걸쳐 10여 개에 달하던 쥐젖은 하나씩 떨어져 나갔다. 어느 날 아침에 보니 며칠 전까지만 해도 곧 떨어져 나갈 듯이 보이던 쥐젖 하나가 다시 살아나고 있었다. 까맣게 타들어 가던 놈이 살색을 띠기 시작했다..

댓글 칼럼 모음 2020. 9. 18.

17 2020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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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어른들의 이야기

‘엠마 스트라우브’ (Emma Straub)의 장편소설 ‘All Adults Here’(우리는 모두 성인입니다)는 소도시에 사는 68세의 여성 ‘애스트리드’(Astrid)와 그 가족의 이야기다. 책은 그녀가 오래된 이웃 ‘바바라’가 통학버스에 치여 죽는 것을 목격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그녀 대신 자신이 죽을 수도 있었다는 생각을 한다. 그 죽음을 보고 그녀는 자신이 자녀들과 감정적으로 너무 멀어졌으며 자신을 숨기고, 속이며 살아왔다는 것을 깨닫는다. 애스트리드에게는 엘리엇, 포터, 니콜라스, 3명의 자녀가 있다. 장남 엘리엇은 중국계 이민자의 딸인 웬디와 결혼하여 어린 두 아들을 두었고, 딸 포터는 독신이며, 막내 니콜라스는 여자 친구 줄리아를 임신시켜 어린 나이에 결혼을 하여 세실리아라는 딸을 두고 ..

댓글 책 이야기 2020. 9.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