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 잔

커피 한 잔 마시며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글을 쓰려고 합니다. 잠시 머물고 추억하며 즐거우시기 바랍니다. 브런치에 오셔도 제 글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brunch.co.kr/@donko

22 2020년 09월

22

책 이야기 먼 북소리

‘먼 북소리’는 무라카미 하루키가 1986 - 1989년 사이 3년 동안 그리스와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유럽에서 살며 쓴 책이다. 책 표지에는 “낭만과 감성의 유럽 여행 에세이”라고 적혀 있지만, 여행기라기보다는 그 3년을 전후한 그의 삶을 이야기하고 있는 책이라고 해도 될 것 같다. 3년 동안 유럽에 머물며 그는 ‘상실의 시대’와 ‘댄스 댄스 댄스’ 같은 대표작을 썼고, 번역작품도 여러 편 발표했다고 한다. 500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책이지만 끝나는 것이 아쉬울 정도로 재미있는 내용이다. 대부분의 여행기는 저자의 좌충우돌 여행 경험담과 여행지에 대한 묘사를 담고 있지만, 이 책에는 여행지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없다. 그가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 그가 경험한 유럽의 도시들과 거기 사는 사람들에 대한 그의 ..

댓글 책 이야기 2020. 9. 22.

17 2020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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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어른들의 이야기

‘엠마 스트라우브’ (Emma Straub)의 장편소설 ‘All Adults Here’(우리는 모두 성인입니다)는 소도시에 사는 68세의 여성 ‘애스트리드’(Astrid)와 그 가족의 이야기다. 책은 그녀가 오래된 이웃 ‘바바라’가 통학버스에 치여 죽는 것을 목격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그녀 대신 자신이 죽을 수도 있었다는 생각을 한다. 그 죽음을 보고 그녀는 자신이 자녀들과 감정적으로 너무 멀어졌으며 자신을 숨기고, 속이며 살아왔다는 것을 깨닫는다. 애스트리드에게는 엘리엇, 포터, 니콜라스, 3명의 자녀가 있다. 장남 엘리엇은 중국계 이민자의 딸인 웬디와 결혼하여 어린 두 아들을 두었고, 딸 포터는 독신이며, 막내 니콜라스는 여자 친구 줄리아를 임신시켜 어린 나이에 결혼을 하여 세실리아라는 딸을 두고 ..

댓글 책 이야기 2020. 9. 17.

05 2020년 09월

05

책 이야기 노인들의 이야기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신작, ‘올리브 어게인’을 읽었다. 퓨울리쳐 상을 받았던 ‘올리브 키터리지’의 후속 편이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무대는 메인 주 코스비라는 작은 마을이다. 그냥 순서 없이 한 편씩 읽어도 좋은 단편을 모아 만든 연작소설집이다. 각자 참으로 다양한 사연들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우연히 한 마을에 모여 살며 우여곡절을 이겨낸다. 그녀의 이야기는 어딘가에서 본 듯한, 누군가에게서 들은듯한 사연들을 담고 있다. 슬픈 일도 너무 슬프지 않고, 화나는 일도 크게 화나게 하지 않는다. 이야기는 그냥 ‘그렇구나’ 하는 느낌으로 끝이 난다. 이 책은 특히 인생의 막바지, 노년을 담고 있어서 노화,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그렇다고 마냥 칙칙하거나 어둡지 않다. 그녀의 이야기에는 내가 ..

댓글 책 이야기 2020. 9. 5.

27 2020년 08월

27

책 이야기 상실의 시대

20여 년 만에 ‘상실의 시대’를 다시 집어 들었다. 원제는 ‘노르웨이의 숲’이라는 하루키의 대표작이다. 작품 속에 나오는 존 레논이 만든 ‘노르웨이의 숲’이라는 노래에서 따온 제목이다. 책 표지에 실린 그의 사진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에게도 이런 청춘의 날이 있었구나. 청년 하루키의 모습은 책의 주인공을 연상시켰다. 1968년을 시작으로 열여덟의 청년 ‘와타나베’가 3년 동안 경험하는 사랑과 방황의 이야기다. 400쪽이 넘은 분량의 장편소설이다. 프레지던트 데이 (2/17일) 연휴의 토요일에 시작해서 이틀 만에 끝냈다. 이렇게 몰입해서 책을 읽은 것은 참으로 오랜만의 일이다. 주인공 와타나베를 통해서 나에게는 주어지지 않았던 청춘의 시간들을 잠시나마 추억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는 집을 떠나 기..

댓글 책 이야기 2020. 8. 27.

25 2020년 08월

25

책 이야기 내 옆에 있는 사람

이병률 시인의 여행 산문집 ‘내 옆에 있는 사람’에는 페이지 숫자가 없고, 목차도 없다. 세어보기 전에는 몇 쪽인지, 몇 편의 산문이 실려 있는지 알 수 없다. 그래서 책의 두께를 자로 재어 보았다. 24 mm 다. 코로나가 시작된 후 수염을 기르고 있다. 처음에는 3 mm 길이로 다듬었는데, 너무 길다 싶어 요즘은 1 mm 클립을 끼워 다듬는다. 2 mm 가 마음에 드는 길인데, 내가 산 면도기에는 2 mm 클립은 없다. 이틀쯤 수염을 깎지 않으면 1 mm 쯤 자란다. 24 mm의 두께는 내가 48일 동안 자르지 않은 수염의 길이와 같다. 나는 이 책을 아껴가며 매일 조금씩 한 달쯤 읽었다. 어떤 글은 내 이야기 같기도 하고, 어디서 들은 이야기 같기도 하며, 어떤 것은 그가 지어낸 이야기지 싶은 글도..

댓글 책 이야기 2020. 8. 25.

20 2020년 08월

20

책 이야기 유전자로 찾는 나의 반쪽

언제나 나만 바라보고, 나만 사랑해주고, 함께 있으면 재미있고 행복한 사람을 만나는 일은 누구나 한 번쯤은 꿈꾸어 보았을 로망일 것이다. ‘존 마스’의 장편소설 '더 원'은 유전자 검사를 통해 모든 면에서 어울리는 나의 반쪽, 운명의 반려자를 만날 수 있는 세상을 그리고 있다. 소설에서 사람들은 ‘유전자(DNA) 매치’를 통해 짝을 찾는다. ‘맨디’ (Mandy)는 매치를 통해 찾은 남자가 죽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의 장례식에 참석한다. 그곳에서 그의 누이를 만나게 되고, 세상에 없는 그와 사랑에 빠진다. 급기야 그가 남겨 놓은 냉동정자로 아이를 임신하게 된다. 그리고 그가 죽은 것이 아니라 식물인간 상태로 요양원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크리스토퍼’(Christopher)는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범이..

댓글 책 이야기 2020. 8. 20.

10 2020년 08월

10

책 이야기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꼽추와 앉은뱅이와 난장이가 등장하는 책을 읽었다. 요즘 이들을 이렇게 불렀다가는 장애인 비하라며 엄청난 비난을 받을 것이다. 나는 앉은뱅이지만 ‘앉은뱅이’라고 불린 기억은 없다. 어렸을 때 동생이 싸우다가 나를 ‘병신’이라는 불렀다가 아버지께 크게 혼이 났던 적이 있다. 아버지는 동생에게 형은 ‘병신’이 아니고 ‘불구자’라고 가르쳐 주었다. 그 후 불구자라는 호칭은 ‘장애인’으로 바뀌었다. 장애의 유형과 상관없이 심신에 장애가 있는 사람을 통틀어 장애인이라고 한다. 꼽추나 앉은뱅이나 난장이보다는 거부감이 없는 호칭이긴 하지만, 그 사람을 제대로 표현하는 말은 아니다. ‘아무개가 장애인이다’라고 하면 그 사람이 팔을 못쓰는지 다리가 불편한지 알 도리가 없다. 오늘 읽은 책 이야기를 하자. 조세희의 소설집 ..

댓글 책 이야기 2020. 8. 10.

02 2020년 08월

02

책 이야기 죽는 게 뭐라고

‘죽는 게 뭐라고’는 시크한 독거 작가 ‘사노 요코’의 마지막 에세이 집이다. 시한부 삶을 선고받은 그녀가 호스피스 병원에서 경험한 이야기며 그녀의 죽음 철학이 들어 있는 책이다. 책에는 그녀가 신경과 의사인 ‘히라이’ 박사와 나눈 대화가 한 챕터를 이루고 있는데, 마치 선문답 같은 이야기들이다. 호흡이 멎고 심장이 멈추어도 머리카락은 자란다. 몸의 세포들 중에는 사후 24시간 정도 살아있는 것들도 있다고 한다. 사노는 마음이 가슴 부근에 있는 것 같다고 하지만, 히라이는 우리의 마음은 대뇌피질에 존재한다고 과학적으로 설명한다. 소뇌가 없으면 몸은 움직이지 못하지만 죽지는 않으며, 뇌간을 모두 들어내면 호흡을 할 수 없지만 인공호흡기를 연결하면 계속 살 수 있다. 우리가 살 수 있도록 숨을 쉬고, 혈압과..

댓글 책 이야기 2020. 8.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