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 잔

커피 한 잔 마시며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글을 쓰려고 합니다. 잠시 머물고 추억하며 즐거우시기 바랍니다. 브런치에 오셔도 제 글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brunch.co.kr/@donko

03 2020년 08월

03

일상에서 사랑은 기다림이다

나는 한동안 이놈들이 길냥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늘 골목에서 어슬렁거렸고 가끔은 담을 타고 우리 집 뒷마당과 뒷동산을 제집처럼 헤집고 다녔다. 우리 집 왼쪽 옆집에는 ‘와니타’라는 할머니가 사는데, 얼마 전부터 손녀딸이라는 40대 여성이 함께 산다. 그녀는 몸 또는 마음에 병을 지닌 것으로 보인다. 늘 집에 있다. 겨울에는 가끔 집에서 나와 담배를 피우더니, 날이 따듯해지자 밖에 나와 담배를 피우는 횟수가 늘어났다. 그녀가 고양이들과 친해진 것도 그 무렵의 일이 아닌가 싶다. 어느 주말 아침, 고양이들이 창문 앞에 앉아 그녀를 불러대고 있었다. ‘냐옹, 냐아옹’ 야속하게도 그녀는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더 크게, ‘냐옹, 냐아옹’ 그날 그녀가 언제 나왔는지는 알 수 없다. 그 후 그녀가 고양이들에게 먹..

댓글 일상에서 2020. 8. 3.

14 2020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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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모음 실천하는 사랑

죽은 몸으로도 여러 사람을 살릴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사고로 가족을 잃은 슬픔 속에서도 그들의 장기를 기증하여 죽어가는 이들을 살려냈다는 이야기를 자주 접하게 된다. 간의 일부를 떼어내거나 신장을 떼어내어 기증하는 일은 죽지 않아도 할 수 있는 일이다. 직장 동료 중에는 수년 전 투석을 하던 아버지에게 신장을 떼어 준 이가 있다. 그녀의 아버지는 딸에게서 신장을 이식받아 건강을 되찾고 다시 일도 하며 잘 지내고 있다. 가족이 환자에게 신장을 기증하려고 해도 맞지가 않아 이식을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이런 때 생면부지의 사람에게서 신장을 기증받고, 그에게 신장을 떼어 주려던 가족은 대신 다른 사람에게 장기를 주고, 이를 받은 이의 가족이나 친구 중에 누군가가 또 신장을 기증하는 사다리식 장기 기증..

댓글 칼럼 모음 2020. 7. 14.

06 2020년 07월

06

책 이야기 사랑 이야기

‘냉정과 열정사이’는 ‘에쿠니 가오리’와 ‘츠지 히토나리’가 월간지에 번갈아가며 이어쓰기로 연재했던 장편소설이다. 연재가 끝난 후, 에쿠니가 쓴 파트는 빨간 표지의 Rosso(로쏘)로, 쓰지의 파트는 파란 표지의 Blu(블루)로 묶어 단행본 세트로 발매되었다. 여성작가인 에쿠니의 책에는 여자 주인공 ‘아오이’가 등장하고, 남성인 츠지의 책에는 ‘아가타 쥰세이’가 나온다. 각기 따로 한권만 읽어도 스토리 전개에 전혀 무리가 없는 책이다. 나는 아오이가 등장하는 빨간 표지를 먼저 읽었다. 쥰세이와 헤어져 이탈리아에 와서 살고 있는 아오이에게는 완벽한 미국 남자 ‘마빈’이 있다. 그녀는 소일 삼아 파트타임 일을 하며 책을 읽고 친구들과 지내는 여유로운 삶을 즐기고 있었다. 불쑥 그녀를 찾아왔던 대학시절의 친구..

댓글 책 이야기 2020. 7. 6.

29 2020년 06월

29

칼럼 모음 사랑 사랑 누가 말했나

자라면서 부모님으로부터 “사랑한다” 는 말을 들어 본 기억이 별로 없다. 유독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 대부분의 70/80 세대가 비슷한 환경에서 자랐을 것이다. 연인들 사이에도 사랑한다는 말을 입에 담기가 쉽지 않았던 시절이다. 쑥스러워 말로는 하지 못하고 편지로 써서 주저하며 건네곤 했었다. 외국 영화를 보면 서양사람들은 너무나 쉽게 사랑한다고 말하곤 했다. 나중에 영어를 배우며 미국인들이 사용하는 “love” (사랑)이라는 단어는 그때까지 내가 알고 지내던 “사랑”이라는 단어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미국인들은 많이 좋아하는 것은 무엇이나 “사랑” 한다고 말한다. 이들은 사과나 바나나를 사랑하고, 야구와 미식축구를 사랑하며, 뜨거운 여름 햇살을 사랑한다. 요즘은 한국인들도 미국 사람..

댓글 칼럼 모음 2020. 6.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