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이동찬 2007. 9. 10. 22:07
번화한 오피스 타운이자 비즈니스 중심지로 손꼽히는 삼성역 일대. 저녁이면 하루의 피곤을 씻어버리려는 직장인들이 거리로 쏟아진다. 그들이 정겹게 술 한잔 나눌 수 있는 곳을 찾았다.

 


하루 유동인구 60만 명. 사람과 차들이 한데 섞여 북적이는 삼성역 일대에는 그 복잡함만큼이나 다양한 먹을거리가 있다. 골목마다 수많은 음식점이 들어서 있지만 특히 현대백화점 본점 건너편 국제섬유센터 일대에는 직장인들의 점심 그리고 회식이나 손님 접대에 알맞은 술집과 밥집이 들어서 있다. 20대에서 50대 이상까지 손님의 연령층도 각양각색. 패스트푸드 같은 신세대 입맛을 겨냥한 음식점에서 설렁탕과 감자탕처럼 향토색 짙은 음식점, 포장마차, 고급 일식과 양식 레스토랑까지 골고루 자리한다.

음식점으로 빼곡히 들어찬 다소 어수선한 여느 맛집 거리와 달리 반듯한 건물만큼이나 거리는 깔끔함 그 자체다. 현란한 간판 장식도, 튀는 광고 문구도 하나 없다. 낮에는 밥집이, 밤에는 술집이 활기를 띠는 점만 다를 뿐 낮밤 구별 없이 단정하고 잘 정비되어 있어, 어찌 보면 조금은 차가운 인상을 풍긴다. 하지만 사람 사는 곳에 어찌 정이 없고 이야기가 없으랴. 이 정갈한 곳의 술집 한곳 한곳마다 칼날처럼 줄 세운 와이셔츠를 입고 반짝이는 구두를 신은 이들의 기쁨과 한숨이 묻어난다.

술 한잔 걸치기 좋은 곳, 그러면서 손님 만나기도 좋은 곳이 바로 ‘도리원’이다. 국제섬유센터가 있는 골목에서 가장 처음 찾은 이 집은 ‘이곳에서 식사를 하면 업무가 잘 성사된다’는 나름의 명성을 얻고 있다. 하루에도 몇 번이나 모임과 접대를 해야 하는 샐러리맨들. 그러니 술집 하나 선택하는 데도 엄청난 공을 들인다. 그런 이들에게 인기 높은 이곳에는 그만큼 업무에 관련한 희비가 얽히고설켜 있다. 물론 업무상 술자리뿐 아니라 깔끔한 술자리를 좋아하는 젊은이들도 그냥 술 한잔 생각날 때 찾아든다. 이곳의 단골 손님들이 추천하는 메뉴는 훈제 연어를 채소와 곁들여 내는 연어쌈과 칠리소스를 얹어낸 적어구이찜. 퓨전 스타일 요리가 대부분인데, 시쳇말로 맛이나 모양 모두 쌈빡하다.

도리원만큼이나 깔끔함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인기 있는 곳이 ‘우메스시’다. 일본에서 2년간 유학하고 귀국해 4년 동안 일본인 요리사와 함께 일식 요리의 내공을 쌓은 박준호 실장이 맛을 책임진다. 심하면 간판 오르내리기가 한 달 걸러 한 번이라는 이 일대에서 무려 7년 동안 한자리를 지키고 있다. 계절에 따라 물 좋은 생선을 골라 제대로 된 초밥 맛을 내는 덕분에 평일 저녁에도 자리가 꽉 찬다. 한마디로 ‘고급’으로 분류되는 일식이다 보니 전체적으로 가격이 높다. 하지만 따끈한 청주 한잔과 칼칼한 매운탕 한술 뜨러 오는 이들을 박대하지 않는다. 주섬주섬 챙겨주는 곁들임 메뉴에 알게 모르게 푸짐함을 담는다.

때로는 왁자지껄한 분위기 속에서 친목을 다질 필요성이 있을 때 회사 동료와 함께 찾기 좋은 ‘우리소’. 오후 6시가 넘으면 목을 죄던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어헤치고 소주 한잔에 맛 좋은 고기 한 점 먹으려는 직장인으로 가득하다. 하루의 스트레스를 숯불 연기에 날려버리려는 듯 연신 고기를 구워 대는 손길이 바쁘다. 보통 육질이 좋으면 맛이 싱거운 고기가 대부분인 다른 고깃집과 달리 우리소의 한우는 육질은 물론, 고기 자체에 간이 배어 있어 맛이 남다르다. 숯불에 익혀 소금에 살짝만 찍어 먹어도 그 맛이 달고 입에서 사르르 녹는 듯해 한번 먹으면 잊을 수 없을 정도. 바로 무쳐내 아삭한 맛이 살아 있는 겉절이와 적당히 익은 동치미 등 반찬도 소박하지만 모두 맛깔스럽다.

‘후레쉬빌’은 여성에게 특히 인기가 있는 곳이다. 테이블 배치가 시원하고 심플한 인테리어가 보기 좋다. 테이블 사이마다 칸막이가 돼 있어 밀담을 나누어도 좋고 면접 장소로 이용하는 직장인도 보인다. 일본 스타일 그대로 만들어낸 햄버그스테이크는 고기를 곱게 다진 덕분에 부드럽게 씹는 느낌이 좋다. 흰 플라스틱 접시 대신 철판에 스테이크를 담아 끝까지 따뜻하게 먹을 수 있게 한 점도 돋보인다. 곁들이기에 좋은 와인도 준비돼 데이트를 위해 찾는 젊은 직장인이 많은 편이다.

후레쉬빌에서 나와 테헤란로로 꺾어 들어간 골목길에 접어들자 유독 여성 손님들로 발 디딜 틈이 없는 ‘슈슈샤브샤브’가 눈에 들어온다. 청경채, 배추, 치커리 등 싱싱한 채소 10가지와 녹차국수, 물만두, 팽이버섯 등 접시마다 가득 놓인 재료를 육수에 익혀 건져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종잇장처럼 얇게 썰어 내오는 쇠고기를 육수에 살짝 넣어 익힌 후 레몬과 간장 등으로 만든 양념장에 찍어 먹으면 속 부대낌이 없으면서도 왠지 모르게 든든하다. 후식으로 내오는 호박죽까지 뚝딱 비우고 나면 아침을 거르기 일쑤인 직장인들의 속이 어느새 편안해진다. 저녁 10시가 넘어가면 달달하게 취기 오른 사람들이 하나 둘 거리를 점령한다. 2차, 3차를 외치며 다음 행선지를 찾아 발길을 서두르는 그들의 발걸음 속에 다음 날을 위한 떨침과 새로움이 묻어난다.

후레쉬빌 부드러운 햄버그스테이크와 입에서 살살 녹는 꽃등심스테이크를 저렴한 가격에 맛볼 수 있는 곳. 이탈리아 전통 치즈인 고르곤촐라로 맛을 내 느끼하지 않은 스파게티도 인기다. 02-561-0550
우리소 농협에서 선정한 최고 등급의 한우만 고집하는 곳. 고기 선정을 까다롭게 해 고기의 질과 맛은 어디에도 견줄 수 없다. 입에서 사르르 녹는 그 맛은 환상적이다. 02-566-8990
슈슈샤브샤브 배추, 치커리, 청경채 등 10가지의 유기농 채소와 얇게 썬 쇠고기가 어우러져 담백한 맛을 내는 샤부샤부집. 녹차국수와 물만두, 버섯 등을 곁들여 먹으면 든든하다. 02-556-4646
우메스시 삼성동 일대 비즈니스맨의 접대 장소로 인기인 곳. 일본에서 유학한 주방장의 칼끝에서 전해지는 생선회의 신선한 맛이 남다르다. 02-567-9880
도리원 중요한 모임을 위한 장소로, 사적인 만남의 공간으로 적당한 한정식집이다. 제대로 맛을 내기 어려운 홍어삼합도, 맛깔스럽고 다채로운 퓨전 요리도 만날 수 있다. 02-556-7844

중앙일보 [마이프라이데이]
 
 
 
 
출처 : 조명래
글쓴이 : 야생초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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