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이동찬 2007. 9. 10. 22:08

 

지인의 소개로 국립중앙박물관문화재단의 대표이자 아직도 무대에 오르는 성악가인 박형식 사장을 만났다. 단골집을 추천해달라고 하자, 선뜻 아귀찜 전문점‘우래옥’을 말한다. 격조 높은 공간만 찾으러 다닐 법한 그에게서 나온 답변이 의외다.

박형식 대표가 이곳을 찾기 시작한 건 2년 전, 국립중앙박물관 내의 극장 부대시설을 준비하면서부터다. 인근에 있는 식당을 찾다가 우연히 이곳에 발을 들여놓으면서 인연이 시작됐다. 붙임성 좋은 주인 내외와 어느 요리를 시켜도 맛난 요리가 그를 만족시켰고, 그후 일주일에 두세 번은 이곳을 찾기 시작했다. 몇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변함없는 맛과 정에 아직도 우래옥을 향한 발걸음에 망설임이 없다.

고등어 알레르기가 있는 박형식 대표. 하지만 우래옥의 고등어김치찌개는 알레르기가 생기지 않아 그가 유일하게 먹을 수 있는 고등어요리다.

“중앙박물관 오픈을 앞두고는 하루가 멀다 하고 왔는데, 매일 고등어김치찌개를 먹어도 물리지 않아요.”

우래옥의 물리지 않는 맛의 비법은 주인의 고향 해남에서 2년 묵힌 묵은지에 있다.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이 재료 덕에 별다른 조미료 없이도 깊은 맛을 낸다.

아귀찜 역시 이곳에서 꼭 맛봐야 할 음식이다. 고춧가루에서 콩나물, 부추까지 모든 재료를 주인의 고향인 해남에서 들여온다.입에 넣자 쫄깃한 아귀의 육질과 아삭한 콩나물이 한데 어우러지며 감칠맛을 낸다.

고춧가루가 듬뿍 들어간 양념은 텁텁할 것 같지만 매콤달콤한 맛이 계속 입맛을 다시게 한다. 좋은 재료와 이를 제대로 조리하는 주인의 손맛 때문이다.

정작 박형식 대표가 이곳을 찾는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남다른 주인의 인심 때문이다. 한번은 박형식 대표가 ‘오이지가 맛있다’고 한마디 건네자 계산을 마치고 가게를 나서는 그를 불러세워, 오이지가 담긴 작은 봉지를 슬며시 건넨 일도 있다. 작은 부분까지 세세히 챙기는 살가운 모습은 어쩔 수 없이 이곳을 찾게 한다.

인터뷰 중 반주를 마시던 박형식 대표가 고백하듯 말한다. “체질상 술을 잘 못해요.”소주 두 잔이면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고, 심장 뛰는 소리에 머리까지 울릴 정도였다. 어쩌다 지금은 주량이 늘어 소주 한 병 정도는 거뜬하지만 술을 마시면 얼굴이 붉어지긴 마찬가지. 그래서 회식 뒷담당을 자처한다. 이때 옆에 있던 한 직원이 박 대표를 칭찬하기 시작한다.

“음악을 전공한 사장님은 감수성이 예민하세요. 회식 자리가 무르익으면 슬며시 자리를 빠져나갔다가 꽃이나 아이스크림 등을 들고 오시죠. 그래서인지 다른 회사와 달리 가족 같은 분위기인 것 같아요.” 듣고 있던 박형식 대표는 직원들이 고마워해 주니 오히려 감사하다며 훈훈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하지만 그에게도 어려운 것이 있다. 바로 인간관계다. 많은 직원을 거느리다 보니 말도 많고 탈도 많다.

극장 용 외에도 민원이 발생하기 쉬운 식당 4개, 카페 3개, 아트숍 4개 등의 부대시설을 총괄해 맡고 있다. 세세한 곳까지 신경을 쓰며 관심을 가져도 섭섭해하는 사람이 생기게 마련.

그래서 회식을 자주 한다. 회식 장소는 매번 우래옥에서 시작한다. 편하게 술 한잔, 안주 한 점을 건네다 보면 오해가 풀려 간다.

인터뷰 중 박형식 대표가 느닷없이 김종환의 ‘사랑을 위하여’를 부른다. “하루를 살아도~ 나는 그 길을 택하고 싶다~.”

반주 한잔에 기분이 좋으면 스스럼없이 노래 한 곡 부를 줄 아는 낭만가. CEO로 다시 태어난 성악가 박형식의 영혼의 목소리가 감칠맛 나는 우래옥의 음식에 얹혀져  가을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준다.



▒ Information
문의: 02-749-4001  |  영업시간: 11:00~22:00(추석 무휴)
가격: 고등어김치찌개 5000원, 아귀찜 2만5000~3만원, 감자탕 1만5000~2만원
주차: 가능  |  위치: 용산 중앙대학부속병원 정문 맞은편 골목 오른편

 

 

 

출처 : 조명래
글쓴이 : 야생초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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