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과 글/그림과 시(picture poem)

솔뫼 김성로 2008. 8. 3. 22:34

 

 

 

가는 길이 멀어도

 

                    시 : 이영철

                 그림 : 김성로

 


먼 길 돌아와 본 사람은

안다

 

그 길 돌아온 길목마다

어떤 낡은 풍차가 돌고 있었는지를

고통으로 들쑤시는 죽은 나무가지

낡은 헝겊 뭉치처럼 주렁주렁 매달린 까마귀 떼들

말 속에 갇힌 변명

갇힌 인생을 낭비한 무지한 죄

숨 막히는 비탄들

 

먼 길을 돌아와 본 사람은

안다

 

걷다가 주저앉다가 기어가다가

빨래줄에 펄럭이는 남루한 일상

소리없이 울다가

아니 웃다가

더러운 손을

죄악으로 피 묻은 손을

싹뚝

자르고 싶은 충동

아픈 눈길의 덫

 

먼 길을 돌아와 본 사람은

안다

 

잡았다 놓아줌의 용서

놓았다 잡아주는 은혜

발길을 뗄 때마다 검문 당하는

조각난 시어들

뿌옇게 밝아오는 여명 

선지해장국 눈물 반 스푼

일용할 먹이에 후춧가루를 뿌리며

낡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때 지난 유행가를 듣는다

 

먼 길 돌아와 본 사람은

울지 않는다

울지 않으려 웃는다

웃다 운다

 

 

 

먼 길 돌아본 사람은 안다
그래요
삶은 살아본 사람이 그 모퉁이마다 무엇이 있는지 알지요
모퉁마다 우리를 반기던 생의 희로애락
먼 길 돌아본 사람만이 알지요
김성로 화백님 안녕하세요
좋은 시에 좋은 그림으로 치장하셨네요
글과 그림 잘 감상하고 갑니다
반갑습니다. 결님.
오랜만이네요. 잘 계시지요?

때로 삶이 힘겹게 느껴지기도 하고
하는 일이 무의미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건
또 다른
도약을 위한 준비기간일 뿐

산을 오르듯이
가끔은 쉬었다 가시길

좋은 날 되시고 건필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