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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길 2007. 12. 6. 16:48

영길씨의 금기깨기, 동반자등록법 제정 간담회
"함께 사는 게 가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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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영길씨는 명동 전진상교육관에서 동반자등록법과 관련된 당사자 간담회를 열었습니다.

동반자등록법이란 말 그대로 동반자 관계를 법적으로 보장하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현재는 법적인 결혼이 불가능한 동성커플이나 이성 동거커플, 장애인 공동체처럼 생활의 지속적인 동반자 관계를 맺고 있다면 법적으로 동반자의 지위를 보장하자는 것이 이 법의 요지랍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현재의 법적 결혼제도에 포함되지 않는 다양한 공동체를 구성해 살고 있는 장애여성과 비혼여성, 성소수자 등이 참석해 왜 이같은 법이 필요한지에 관해 주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참가자들의 발언을 간략히 정리해보았습니다.

발언자간 중복되는 내용은 생략하였습니다. 고생해 썼으니 한번 눈기울여 읽어봅시다. 길어도 읽읍시다.

나비야(언니네트워크 활동가)
"비혼은 언젠가 결혼할 것이라는 전제와 결혼을 해야 완벽한 성인이 되는 것처럼 생각하는 편견에 반대하는 뜻으로 미혼 대신 만들게 된 용어다. 비혼여성의 스펙트럼은 굉장히 다양하다. 결혼하지 않고 다양한 파트너쉽과 공동체를 이루며 살겠다는 여성들부터 결혼을 할지 안할지 여부에 상관없이 결혼하지 않은 상태의 여성들까지 아우른다.

우리는 결혼이라는 것이 여성의 삶을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다. 비혼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이성애, 혈연중심적인 가족제도에 편입되지 않고 살아가면서 시민권을 획득하겠다는 것이다.

법적 가족이라는 범주에 들지 않으면 실생활에서 차별이 많다. 가족수당이나 은행 대출, 청약 등에서도 뒷순위로 밀려나기 일쑤다. 특히 여성은 부양할 사람이 없을 거라고 생각해서인지 비혼 남성과도 훨씬 차별을 받는다. 

이런 차별을 해소시켜줄 법적 보완책이 필요하다. 동성이든 이성이든 커플 관계를 맺지 않고 순전히 혼자 살아가는 사람을 배제시키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박김영희(전 장애여성 공감 대표)
"올해로 독립 10년째다. 처음 장애여성 셋이서 공동체를 꾸린다고 나왔을 때 정말 막막했다. 동사무소에 가서 장애여성 셋이 사는데 어떤 사회적 지원을 받을 수 있냐고 물었더니 직원이 "아무것도 없다"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한다는 말이 결혼하라는 것이었다. 장애남성이랑 결혼하면 임대아파트도 나오고 뭐도 나오고 하니까.

그래서 내가 중증장애인이 세 명이 사는데 왜 아무것도 받을 수 없냐고 하니까 모르겠다고 하더라.

10년 전의 그 현실이 지금까지도 달라지지 않았다. 얼마 전에도 시설에 살던 장애인이 독립을 하면서 2,300만원 가지고 월세로 시작했다. 전세금 대출 같은 건 꿈도 꿀 수 없다. 두세 명이 살아도 주민세도 각자 내야 한다.

나도 공동체를 꾸리며 살면서 정작 많이 아파 병원에 가거나 전세계약할 때는 가족이 와야 하더라. 수술 동의서도 가족 아니면 못써주니까. 시설에 있던 장애인들은 시설장이 와야 된다. 같이 살고 있어도 가족으로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같이 사는 게 가족이다. 한 집에서 같이 산다는 건 먹는 것, 입는 것 등 삶에 관한 중요한 결정들을 함께 한다는 뜻이다. 그게 가족 아니고 뭔가?

장애인이 임대아파트에 들어갈 때는 가족이 아니면 같이 들어갈 수가 없고, 혼자 들어가면 7평 남짓 아파트에 들어간다. 그런데 나처럼 전동휠체어를 타는 사람은 거기가 좁아서 살 수가 없다."


김민(성소수자)

"외국의 동반자등록법들을 보면 2명을 전제로 설계된 제도들이 많다. 왜 3,4명도 아니고 하필 2명일까? 가정이 재생산공간이라는, 그러니까 여성과 남성으로 구성되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동성애자 입장에서 동반자등록법은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을 해소하고, 개개인의 인생을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이다."


블랙(성소수자)

"레즈비언으로 살면서 가장 절실한 것은 정서적 지원이다. 커밍아웃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사회적, 경제적 차별을 받지 않을 것인가? 나와 애인의 관계를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어떤 때는 정말 벼랑 끝으로 내몰린 기분이 들기도 한다. 성소수자들의 조정과 화해를 위한 정서적 지원을 해주는 센터도 필요하다."


이곤(성소수자)

"오랫동안 커플로 살아도 돈 빌리러 갈 때 아플 때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사실 그 정도 불편이야 내가 감수하고 살아야지 했다. 오늘 와서 얘기를 듣고 보니 이런 법이 정말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보시다시피 각 발언자마다 강조하는 지점이나 느낌들이 조금씩 다릅니다. 각자의 상황에 따라 어떤 것들이 덜 필요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각자 다른 위치에서 절실한 것도 달라지게 마련이지요.

조금씩 다른 이야기들이 하나로 모아지는 것은 가족구성권이라는 지점에서입니다. 동성 커플이든 장애인 공동체든 내가 원하는 대로 내 생활에 맞게 가족을 구성하고 살겠다는 것이지요.

내가 태어나면서 가지게 되는 가족(1차 공동체라고 배우는 그것이요 호호)과 평생 사는 사람도 있을테고, 그 가족에서 벗어나 새로운 공동체를 꾸리며 살아가는 사람도 있지요. 후자의 경우 당연히 내가 어떤 사람들과 함께 살아갈 것인가를 고민하게 되구요. 이때 그 사람들이 이성커플 관계가 아니면 법적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 현행 제도입니다.

이게 당연하다고 혹은 문제없다고 생각하시나요?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까지 동성혼은 못본다"라고 땡깡부리는 호모포비아들이라면 상대하고 싶지 않습니다-_-만 생각해 보세요. 동성애가 이성애처럼 자연스러운 것으로 인식되고, 동성혼이 법적으로 허용(이란 말은 뭔가 이성애자들이 "꼴 사납지만 봐주겠어"란 심정으로 허락해주는 것같은 느낌이 들어 쓰고 싶지 않습니다만)된다고 해도 100% 천연헤테로(!)인 당신이 동성애자가 될 리가 없듯(과연 그럴까요? 후훗) 그냥 각자 타고난 대로 사는 겁니다. 동성애자는 당신의 애인을 빼앗아가거나(캭캭) 당신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지언정(그러게 자기관리 좀 하며 사세요 애먼 동성애자들 겁내지 말고) 당신을 해치진 않습니다.

이성애자가 우연찮게-_- 많다고 해서 정상이라고 확신하지 마세요. 여론조사해서 50% 넘으면 동성애자가 정상이다, 인정할 게 아니라면요.

교리 어쩌고 하시는데 어떤 종교에서도 남을 억압하고 차별하라고 가르치지 않습니다. 당신의 신이 "어떠어떠한 조건에선 차별해도 돼"라고 말한다면 당신의 신부터 의심해보세요. 그러니까 당신의 "동성애자는 비정상이야"하는 말은 "왼손잡이는 비정상이야"라거나 "전라도에서 태어난 인간들은 비정상이야"하는 말과 하나 다를 것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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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여자와 남자가 만나서 가정을 이루고 뭐 이래야 한다고 굳건히 믿고 계신 분들이라면 좀 불쌍하기도 합니다. 왜 연애하다 헤어져서 혼자 됐을 때 위로가 되준 친구가 없으셨쎄효? 반복되는 연애에 지치다 보면 어느 순간 "그래 언제나 떠나지 않는 친구와 살고 싶어" 이런 생각 한번쯤 들게 하는 친구도 하나 없었나봐요. 쯧쯧- (저도 늘상 점잖고-_- 예의바를 순 없겠지요 저도 좀 이죽거려 봤습니다 쿄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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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제도에 그간 문제를 별로 느끼지 못했던 분들이라면 다행히 이성애자로서 괜찮은 파트너를 만나서 결혼할 확률이 높거나 이미 하신 분들일텐데요. 참 운좋은 분들이시니 그냥 죽 그렇게 사세요(비꼬는 건 아니랍니다-ㅁ-)

사실 지난번 포스팅에 100개가 넘게 달린 호모포비아들의 쌩지랄-_-댓글들에서도 드러났지만 이런 제안은 (아직은) 우리나라에선 파격적으로 들리는 것이 사실입니다.

파격적인 건 실제로 내용이 파격적이라기보다는 아직 많이 안들어본 얘기라서 그런 경우가 많습니다. 혼전 섹스는 10년 전만 해도 구들장 밑에 숨어서라도 숨기고 싶은 "파격적"인 얘기였지만 지금 각 시내 모텔에는 "혼전순결 반대"를 외치는 남녀노소의 운동(!)이 한창입니다. (계속 이죽거리게 되는군요 날이 추워서 호호)

저는 이런 논쟁에서 자신과 "다른" 사람은 이해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혐오(!)하기까지 하는 사람들을 보면서는 이런 생각부터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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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혼이 사회의 성관념에 미치는 악영향'이나 '동반자등록법이 제정되어서는 안되는 10가지 이유' 같은 거 생각할 시간 있으면 '자기와 조금이라도 다른 가치관과 생활방식을 가진 사람들을 깎아내리는 습성의 해소방안' 같은 거나 연구하셨음 좋겠네요. 그것도 정도껏 해야 신념이고 그 사람의 가치관으로 보이지 심하면 참 보기 흉하더라구요.

점점 다양해지고 있는 사회에서 다양성에 참 둔감하고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반드시 도태하고 말 겁니다. (또또-_- 아 네, 영하라잖아요-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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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간담회를 시작하면서 영길씨는 자신의 경험을 먼저 얘기했습니다. 딸이 동성동본인 남자와 결혼을 한다고 했을 때 1년 가까이 반대를 했지만 결국에는 허락하게 되었다는 얘기였죠. 처음에는 온 집안이 야단이 나서 쌍수를 들고 반대했는데 고민을 하면서 "진보운동한다는 사람이 동성동본 때문에 결혼을 못하게 하나? 이거 내가 돌파하지 못하면 사기꾼 진보겠다"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겁니다. 마침 동성동본 혼인신고를 잠깐 허용해준 시기여서 혼인신고도 하고 같이 잘 살고 있는데 집안에서는 지금까지도 불편하다고 하네요. 절연하다시피 한 집안어른도 계시구요. 그렇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해해주시는 분들이 한 분 한 분 늘더라는 거에요. 예쁘게 잘 사니까, 영길씨를 봐서, 어차피 남의 일이니까(뭐 이건 아니겠지만요ㄷㄷㄷ)

그러면서 영길씨의 마지막 말은 "시간을 가지고 돌파하자"는 것이었습니다.

"동성혼 같은 경우는 사실 당원들 간에도 잘 합의가 되지 않는 부분이다. 이번 공약을 계기로 당내에서도 논의가 많아지길 바란다. 우리는 차별없는 세상을 만들자고 하는 사람들이다. 정서적 편견은 당장 극복하기 어렵더라도 법적인 차별부터 극복해보도록 하자. 대선기간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민주노동당이 앞장서서 동반자 등록법 발의시키겠다."


저는 진보와 보수는 기존의 공고한 벽에 균열을 내느냐, 아니면 그 벽을 더욱 공고히 다지느냐의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공고히 다지는 건 기존의 판에서도 충분히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사람들이 하면 됩니다. 더 나은 미래가 가능하다고 꿈꾸고, 현실을 바꾸기를 소망한다면 균열을 내면 됩니다. 그게 진보고, 운동입니다.

어떤 균열을 어떻게 낼 수 있느냐고요? 글쎄요 각자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은 굉장히 다양할테지만, 그 벽이 왜 서있는지, 언제부터 서있었는지, 왜 이렇게까지 공고해졌는지를 묻는 것부터 시작이지 않을까요? 벽을 울타리로 착각하지 않고, 벽을 벽으로 인식하는 것에서부터 돌파는 가능해집니다. 불가능하다고 포기하지만 않으면 할 수 있습니다.

기억하세요. 돌파는 아주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걸.

+ 간담회 사진은 늘 그렇듯 진보정치.
+ 개 풀 뜯어먹는 사진은 여기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