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음식

산천초목 2009. 2. 8. 17:03

건강하게 자연을 먹는 방법 사찰음식

서정민 기자 meantree@joongang.co.kr | 제71호 |
밥이 보약이라지만 한여름의 무더위는 우리의 혀마저 무디게 해
몸에 좋은 것과 입에만 좋은 것의 구분을 흐리게 한다.
이런 때일수록 건강과 맛을 모두 충족시키는 음식이 필요하다.
자연을 거스르지 않으면서 몸과 마음을 맑고 건강하게 해주고,
먹는 기쁨까지 선사하는 사찰음식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한다.
 
 
 
1 상추대궁김치
상추대궁, 고춧가루, 찹쌀가루, 소금, 진간장
상추대궁을 깨끗하게 씻어 물기를 뺀 후 찹쌀가루로 묽게 풀을 쑨 뒤 고춧가루를 풀어 주고 진간장·소금으로 간을 한 양념을 조금씩 적셔 먹는다. 여름은 숙성의 계절이라 오이·수박 등 수분이 많은 채소와 과일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또한 식물이 영양분을 뿌리가 아니라 잎에 저장하는 시기이므로 상추·시금치 등 잎이 넓은 야채를 먹는 것이 좋다.

2 표고버섯 냉면
냉면국수, 표고버섯, 오이, 배, 식용유, 들기름, 고춧가루, 진간장, 통깨, 식초, 설탕, 소금 약간씩
표고버섯과 오이는 채 썰고, 배는 갈아 즙을 낸다. 표고버섯을 볶다가 고춧가루를 넣은 후 진간장을 부어 국물이 걸쭉하게 되도록 한 번 더 볶는다. 여기에 배즙을 섞고 설탕·소금·식초·통깨를 더해 양념장을 만든다. 삶은 냉면 국수에 양념장을 듬뿍 얹어 채 썬 오이를 올려 먹는다. 찬 음식인 냉면에 들기름이 따뜻한 기운을 더해줘 자주 먹어도 탈이 안 난다.

3 차조기죽
쌀 1컵, 물 6컵, 차조기 잎, 소금 약간
쌀은 씻어서 한 시간 정도 불리고, 차조기 잎은 채 썬다. 냄비에 불린 쌀과 물을 붓고 끓이다가 푹 퍼지면 차조기 잎을 넣고 불을 끈 다음 소금 간을 한다. 사찰음식에서 죽은 ‘열 가지 공덕을 지닌 음식’으로 통한다. 특히 차조기는 중국의 명의 화타가 게를 먹고 탈이 난 사람들을 차조기 달인 물로 고쳤다는 일화가 전해질 만큼 해독작용이 뛰어나 회나 고기를 먹을 때 함께 싸 먹으면 좋다.

4 노각 무침
노각(늙은 오이), 소금, 양념장(고추장 2큰술, 설탕 1/2큰술, 식초 1큰술, 통깨), 참기름
껍질을 벗겨 채 썬 후 소금을 뿌려 살짝 절였다가 물기를 꽉 짜 양념장을 살살 버무린 다음 참기름을 뿌려 낸다. 껍질이 누렇게 익을 때까지 놔두었다가 늦여름에 먹는 노각은 여름철 더위를 물리치는 음식으로 최고다. 신진대사를 활발히 할 뿐 아니라 피로회복에도 도움이 되고, 찬 성질이 있어서 목이 마르고 가슴이 답답할 때 특히 좋다.

5 냉잡채
당면, 표고버섯, 양배추잎, 적채, 오이, 상추, 깻잎, 팽이버섯, 식용유 약간, 표고버섯 양념(진간장 1큰술, 참기름 1작은술), 잡채양념(과일즙 1/2컵, 진간장 2큰술, 설탕 1/2작은술, 식초 2큰술)
표고버섯은 불려 물기를 꼭 짠 후 양념에 무쳐 기름 두른 팬에 볶는다. 각종 야채는 채 썬다. 사과·배 등의 과일을 믹서에 갈아 즙을 낸 후 잡채 양념을 만든다. 큰 접시에 손질한 재료를 돌려 담고, 가운데 냉면을 놓은 후 양념을 끼얹는다.

6 방아잎 풋고추 장떡
방아잎, 애호박, 풋고추, 청·홍 고추, 밀가루 2컵, 된장 2큰술, 고추장 2큰술, 식용유 적당량
호박과 청·홍 고추를 같은 크기로 채 썬다. 밀가루에 된장·고추장을 넣고 골고루 섞어 되직하게(채소를 넣으면 묽어질 것을 감안해) 반죽한다. 반죽에 채 썰어 둔 채소를 넣고 프라이팬에서 동그랗게 부쳐 낸다. 여름철 호박은 열매·잎·꽃 하나도 버릴 것이 없어 ‘호박이 넝쿨째 들어온다’는 말이 절로 떠오른다. 방아잎은 한국의 대표적인 허브로 아주 매력적인 향기가 난다.

7 감자찜
감자, 소금 약간, 양념장(집간장 2큰술, 고춧가루 1작은술, 통깨, 다진 청·홍 고추 1/2개씩)
감자는 껍질을 벗기고 녹즙기에 간 후 시간을 조금 두었다가 건더기와 가라앉은 녹말·소금을 섞어 반죽한다. 얇게 반대기를 만들어 찜통에 넣고 찐 후 양념장과 함께 먹는다. 기름을 사용해 프라이팬에서 구워 내지 않고 찐 음식이라 맛이 아주 담백하고 씹는 맛도 쫄깃쫄깃하다.


“뎅그렁~, 뎅그렁~.” 숲이 보내는 바람이 작은 풍경을 흔들면 산속 옹달샘에 초록 잎 한 장 살짝 떨어질 때처럼 산사의 아침은 청량하게 깨어난다. “댕그랑~ 댕그랑~.” 공기 속으로 퍼지는 풍경 소리를 상상만 해도 머리와 가슴이 맑고 시원해진다. 이 속 깊은 푸름 속에 조용히 몸담고 정갈한 하루를 보낼 수 있다면 요즘처럼 연일 기승을 부리는 폭염도 내 일이 아닐 것만 같다.

사계절 가운데 모든 자연이 가장 싱싱하게 피어나는 때는 바로 여름이다. 그런데 사람은 이맘때면 더위를 먹어 머리가 몸을 잘 가누지 못하게 된다. 거두절미하고 자연에서 휴식을 취한다면 쉽게 치유될 수 있는 일이지만, 누구도 흔쾌히 일상을 떠나지 못하는 게 우리의 현실. 그렇다면 도시에서 한여름의 무더위를 이기고 건강하게 보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예부터 우리는 ‘밥이 보약’이라는 말을 들어왔다. 그런데 여름은 사람의 혀 또한 무디게 만들어 몸에 좋은 것과 입에 좋은 것의 구분을 흐리게 한다. 이때 권하고 싶은 것이 사찰음식이다. 풍경 소리 맑은 산사의 새벽 공기처럼 건강한 기운과 더불어 음식의 맛, 기쁨의 맛, 기의 맛을 모두 충족시켜줄 수 있기 때문이다.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맑은 음식
“사찰음식은 선식, 즉 정신을 맑게 하는 음식이죠.” 사찰음식 전문가인 선재 스님은 우리가 먹는 음식을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해 사찰음식의 의미를 설명해 주었다. “일반음식은 생명을 유지시켜 주는 가장 기본적인 음식을 말하죠. 여기에 건강을 더 생각한 음식이 채식과 자연식입니다. 마지막으로 사찰음식은 마음을 맑고 바르고 건강하게 인도해 지혜와 인품을 갖추게 하죠.”

식재료만 보자면 언뜻 보아 채식과 다를 바 없어 보이지만, 사찰음식에는 채식과는 다른 두 가지 중요한 이론이 있다.

첫째는 ‘음식이 곧 성품을 만든다’는 것. “외국에 나가 강의할 때마다 음식과 성품의 상관관계를 설명하면서 가끔 사용하는 표현이 있어요. 우리나라는 도마다 지역 음식의 특성이 강하고 또 각각 다른데 지역 주민의 성격에도 차이가 있다고. 경상도 사람은 맵게 먹으니까 성격이 급하고, 충청도 사람은 심심하게 먹으니까 느긋하고, 전라도 사람은 산과 들과 바다에서 골고루 난 풍성한 식재료 덕분에 음식문화가 발달했고 예술인도 많죠. 이처럼 사람은 자기가 좋아하는 음식에 따라 성품이 각기 다르게 나타납니다.” 사찰음식에서 육류·어패류와 함께 오신채(五辛菜:자극성이 있는 다섯 가지 채소로 파·마늘·달래·부추·흥거를 말한다)를 금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이들 식재료는 먹으면 먹을수록 밖으로 뻗치는 힘이 강해져 정서의 동요가 쉽고 성격이 과격해지며 조급해지는 경향이 있어 수행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둘째는 우주론적인 생명관, 즉 자연과 사람은 하나여서 ‘자연을 거스르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계절에 맞게 제철 음식을 먹으며, 성장촉진제·항생제·농약 등을 사용해 자연스러운 성장을 거스른 것은 먹지 않는다는 것이 사찰음식의 특징이다.

“요리를 어떻게 하느냐도 중요합니다. 이 또한 자연을 거슬러서는 안 되기 때문이죠. 자연의 하루에는 아침·점심·저녁이 있고 우리 몸은 때에 따라 리듬이 달라지니까 이것을 거스르지 말고 음식을 먹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똑같은 미역을 사용하더라도 아침에는 기름에 볶지 않고 맑은 물에 간장이나 소금으로만 간을 해 끓인다. 아침은 뇌가 움직이는 시간이고 몸이 맑은 상태이기 때문에 탁한 음식인 기름을 먹게 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슬로푸드 운동’과 닮은점
“자연과 사람이 하나라는 것은, 자연을 해쳐서는 안 된다는 의미도 포함합니다. 내가 먹을 것을 만들어 내는 땅을 오염시키는 일은 결국 나를 해치는 일이죠.”
세계적으로 ‘슬로푸드 운동’이 음식문화의 키워드다. 이탈리아 사람 카를로 페트리니에 의해 1989년 출범한 국제 슬로푸드 운동의 시작은 로마의 유서 깊은 스페인 광장에 패스트푸드의 선두주자인 맥도널드가 들어선 충격적인 사건에 대응하기 위해서였다. ‘빨리빨리’라는 속도의 노예가 된 인류가 그저 한 끼를 때우기 위한 수단인 ‘패스트푸드’에 중독되면서 다양한 음식문화가 소멸되고, 인간의 품위 또한 상실되고 있다는 것이 카를로 페트리니가 지적한 우리 식문화의 문제점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식탁에서의 즐거움’을 되찾는 방법뿐이라고 슬로푸드 운동가들은 말한다. 지역요리의 맛과 향을 다시 발견하는 것이 첫 번째 목표. 그러기 위해서는 제철 음식을 사용하고, 지역의 고유한 음식들을 문화로서 인식하며, 환경과 자연경관을 위협하는 대량생산, 규격화, 기계화, 장거리 수송 등의 폐해에서 벗어난 건강한 시장과 시스템을 갖추기 위한 노력을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간의 미각과 건강, 환경까지 생각하는 슬로푸드 운동은 우리의 사찰음식과 닮은 점이 많다.

“부처님 말씀 중에 ‘꿀벌이 꽃에서 꿀을 취하듯 자연과 함께여야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꿀은 자신이 원하는 맛 좋은 꿀을 취하되 꽃씨를 자기 발에 묻혀 널리 퍼지게 하고, 꽃은 꿀벌에게 자신이 노력해 만든 꿀을 주되 왕성한 번식을 위해 꿀벌의 이동력을 빌리는 거죠.” 자연과 인간이 아무도 해롭지 않고 서로 기쁨을 취할 수 있는 식문화, 이것이 슬로푸드와 사찰음식의 공통분모다. 그리고 종교의 문제를 떠나 우리가 사찰음식의 가치를 인정해야 하는 이유다.

우리 음식문화에 끼친 영향
우선 산과 들에서 채취한 제철 나물들을 국·무침·쌈을 해 먹거나, 그대로 말리거나, 소금물에 데쳐 말린 다음 가루를 내어 쓰는 등 채식문화가 발전할 수 있었다. 또한 제철 채소를 이용한 다양한 장류가 발달할 수 있었다. 육류 절제로 인한 부족한 열량과 단백질을 채우기 위해 튀김류와 부각(찹쌀 풀이나 밀가루를 발라 말렸다가 기름에 튀긴)류의 종류가 풍성해진 것도 사찰음식의 특징이다.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겨울을 나기 위한 방법으로 다양한 저장음식을 발달시킨 것도 우리 음식문화의 소중한 재산이다. 제철 재료의 영양소를 오랫동안 공급받을 수 있도록 김치·된장·고추장·간장 등의 장류와 장아찌류, 김치 등의 각종 저장음식을 발달시켰고, 특히 절에서 담가 먹었던 김치는 파·마늘·젓갈을 넣지 않고 된장이나 간장으로 맛을 내는 등 속가의 김치와는 맛과 종류에서 다르게 발전시킴으로써 풍성한 식문화 자료를 제공해 왔다.

사찰음식에서 음식은 ‘약’이라는 의미와 같다. 이 때문에 다양한 식재료를 약용으로 섭생할 수 있는 방법들이 강구되었다. 마지막으로 버섯 가루, 다시마 가루, 재피 가루, 다시마 물, 버섯 물, 방아잎, 들깨 가루, 들깨 국물, 날 콩가루, 참죽순 말린 것 등 여러 가지 천연 조미료가 개발될 수 있었다.

사찰음식에서 배우는 건강 식습관 6 가지
첫째, 때에 맞춰 소식(小食)한다. 부처님은 ‘아침에는 죽, 점심은 딱딱한 음식, 저녁은 과일즙’을 권하셨다. 아침에는 뇌가 활동을 시작하는 시간이므로 가볍게 먹고, 낮은 활동량이 많을 뿐 아니라 위장이 활발하게 활동하는 시간이니 딱딱한 음식을 먹으라는 의미다. 특히 ‘과식을 하거나 잠자기 두 시간 전에 먹는 음식은 독약과 같다’며 저녁에는 과일즙을 먹으라고 했는데 이는 과일즙의 섬유질을 통해 원활한 배설을 돕도록 하기 위함이다.

둘째, 제철 음식을 먹는다. 경전 『금광명최승왕경』에 보면 “중생에게 네 가지 병이 있으니 봄에는 가래심화병이 나고, 여름 동안에는 풍병, 가을에는 황열, 겨울이면 세 가지 병이 한꺼번에 나니, 봄에는 떫고 뜨겁고 매운 것을 먹고, 여름에는 미끈미끈하고 뜨겁고 짜고 신 것을 먹으며, 가을에는 차고 달고 미끈미끈한 것을, 겨울에는 시고 떫고 미끈미끈하고 단것을 먹어라”라는 대목이 있다. 주식을 예로 들면 쌀은 여름의 뜨거운 햇볕 아래에서 성숙된 열매여서 보리보다 많은 열량을 함유하고 있고, 그 질이 보리보다 끈끈하기 때문에 땀을 통한 체열의 발산을 막아 주는 힘이 강하다. 이 때문에 쌀밥은 추운 때에 알맞고, 반면 보리밥은 여름에 어울리는 냉한 음식이다.

셋째, 골고루 먹는다. 예부터 모든 비구는 한 번에 반드시 일곱 집을 돌며 탁발(마을로 돌아다니며 동냥하는 일)하게 되어 있었다. 이는 무소유에서 비롯된 문화로, 일곱 집의 서로 다른 음식을 고루 먹으며 편식을 없애고 그로 인해 건강을 유지시키라는 의미도 포함돼 있다.

넷째, 과식을 금하고 육식은 절제한다. 과식하면 배설이 더뎌져 음식의 독성이 체내에 그대로 남기 때문에 만병의 근원이 된다. 육류는 채소보다 체내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고 배설이 원활치 않아 병을 부르기 쉽다. 부득이하게 육류를 먹을 때는 두 배의 채소와 함께 먹는 것이 좋다.

다섯째, 모든 식재료를 버리는 것 없이 다 먹는다. 채소는 뿌리에서 잎까지, 열매는 과육과 껍질까지 다 먹는 것이 좋다.

여섯째, 신토불이를 지킨다. 사계절에 맞는 음식을 먹는 것도 중요하지만 체질에 맞는 음식을 섭취하기 위해서는 태어난 곳의 음식을 먹으라는 것. 사찰음식은 이미 3000년 전부터 신토불이를 강조해 왔다.


사진 최정동 기자, 도움말 선재스님 (동국대 가정학과 교수, 선재사찰음식연구원 원장), 요리 차재만 (선재사찰음식연구원 실장)

출처 : 『 발 효 스 캔 들 』
글쓴이 : 발효스캔들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