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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바경혜- 이경혜 2011. 3. 28. 14:39

 

지난  3/25 금요일 고양교육청 대강당에서

도종환 시인의 강연회 있었습니다.

도종환 시인을 만난다는 것이 제게는 남다른 설레임이기도 했습니다.

제가 어렵고 힘들었던 시간 속에

도종환 시인의 ' 담쟁이'가 함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담쟁이가 마음 한켠의 두려움과 박약한 의지를 일깨우고

마음의 성숙을 도왔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 시인을 만난다는 것은  참 설레이고 감사한 시간이었지요.

 

한시간이 조금 넘는 강연에는

우리가 늘 알고 있지만

실천하지 못하는 것들에 대한 일깨움,

 

각박한 현실 속에 흔들리는 삶의 지향,

혼을 빼고 사는 바쁜 일상 속 삶의 여유,..

되짚어 다독이고

흔들어 깨우고

마음에서 내려 놓아야할 것들에 대한

공감, 소통의 시간이 되었습니다.

모두에게 자신을

삶의 아름다움을 돌아볼 수 있는 정말 의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강연회를 준비해주신 분들과

도종환 시인에게 감사드립니다.

 

강연 중 들은 말씀 몇마디 전할까요?

 

< 라일락꽃 >

 

꽃은 진종일 비에 젖어도

향기는 젖지 않는다

 

빗방울 무게도 가누기 힘들어

출렁 허리가 휘는 꽃의 오후

 

꽃은 하루 종일 비에 젖어도

빛깔은 지워지지 않는다

 

빗물에 연보라 여린 빛이

창백하게 흘러내릴 듯 순한 얼굴

 

꽃은 젖어도 향기는 젖지 않는다

꽃은 젖어도 빛깔은 지워지지 않는다

         

             --  도종환   

 

그래서 한번 생각해 봅니다.

나는 지금 나의 빛깔과 향기를 잃지 않고 있는가 ...

 

 

인디언들은 말을 타고 들판을 달리다가 갑자기 멈춰 서서 뒤돌아 본다고 합니다.

자신의 영혼이 따라 오는지 살피기 위해서랍니다.

가끔 멈추어 서서 영혼이 따라오는지 살펴야 합니다.

정신없이 산다는 말은 영혼 없이 산다는 말이겠지요.

아무리 몸을 분주하게 움직일 때라도 영혼을 내려놓지 말아야 합니다.

 

수급불유월(水急不流月).

물이 급하게 흘러가도 달은 떠내려 가지 않는다.

물줄기가 골짜기를 휘돌아 가거나,

급류처럼 쏜살같이 흘러 내려갈 때도 달은 쓸려 가지 않고 거기 떠 있지 않습니까?

우리의 영혼도 물줄기를 따라 쓸려 가지 않고 달처럼 떠 있어야 합니다.

시간의 물줄기,일의 물결 속에 휩쓸려 영혼을 흘려보내지 말아야 합니다.

 

정신없이 부산한 저를 두고 하는 말씀같았지요..

 

< 벌레먹은 나뭇잎 >               

                              -이생진-

 

나뭇잎이

벌레먹어서 예쁘다

귀족의 손처럼 상처 하나 없이 매끈한 것은

어쩐지 베풀 줄 모르는 손 같아서 밉다

떡갈나무 잎에 벌레 구멍이 뚫려서

구멍으로 하늘이 보이는 것은 예쁘다

상처가 나서 예쁘다는 것이 잘못일 줄 안다

그러나 남을 먹여가며 살았다는 흔적은

별처럼 아름답다. 

 

그러나 남을 먹여가며 살았다는 흔적은

별처럼 아름답다. ..

가슴에 와 닿아

한번 더 되 내어 읽어 보았습니다.

  

< 만일 내가 아이를 다시 키운다면 >

 

만일 내가 아이를 다시 키운다면

먼저 아이의 자존심을 세워주고

집은 나중에 세우리라.

 

아이와 함께 손가락 그림을 더 많이 그리고,

손가락으로 명령하는 일은 덜 하리라.

 

아이를 바로 잡으려고 덜 노력하고,

아이와 하나가 되려고 더 노력하리라.

 

시계에서 눈을 떼고

눈으로 아이를 더 많이 바라보리라.

 

만일 내가 아이를 다시 키운다면

더 많이 아는데 관심을 갖지 않고,

더 많이 관심 갖는 법을 배우리라.

 

자전거도 더 많이 타고

연도 더 많이 날리리라.

 

들판을 더 많이 뛰어다니고

별들을 더 오래 바라보리라.

 

더 많이 껴안고

더 적게 다투리라.

 

떡갈나무 속의

도토리를 더 자주 보리라.

 

덜 단호하고

더 많이 긍정하리라.

 

힘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보이지 않고,

사랑의 힘을 가진 사람으로 보이리라.

                                                    

        -다이애나 루먼스-

 

아이에게 많은 관심을 가졌는가 ?

관심을 갖는 방법을 아는가 ?

도토리 속의 떡갈나무를 더 자주 보라는 말이 가슴에 와 닿습니다.

아이의 무한한 가능성을 더 많이 보아주라는 말씀이었지요.

 

더불어 유럽의 아동교육에 대한 말씀도 있으셨는데요,

 

갈등과 대립을 일으킬 수 있는 문제들을

이론으로 교육하기 보다는  

지속적 토론훈련을 통하여 갈등해소의 방법을 배우게 하고

아동교육에 있어서는

교육에 대한 지속적, 장기적 목표를 갖고

학생교육을 실행하여야 한다는 말씀도 하셨습니다.

대한민국의 나날이 변질되어가는 근본없는 교육정책에 대한 일갈이 아니셨을까 합니다.

 

끝으로

아름다움을 아름답게 느낄 줄 아는 사람으로

언제나 주위를 돌아볼 수 있는 삶의 여유를 가져 주기를 바란다는

말씀으로 강연을 마치셨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담쟁이                  
                                                         

                                                           도종환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 할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간다

 

                           한 뼘 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 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담쟁이」- 도종환시/김정식곡/노래 김정식과 딸들

 

 

시인은 자신이 가장 어렵고 해직되어 직장도 없을 좌절의 순간에야

비로소 담쟁이란 식물에 눈이 가게되고,

그 담쟁이를 깊이 묵상하고 이 시를 지었다고 한다.

잘 나가고 돈 잘벌고 잘 먹고 잘 살 때는 하잘 것 없는 담쟁이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으나,

자기가 낮아질 때 남이 보이고 볼품없는 담쟁이에서도

인생과 사랑과 서로 돕는 인생의 진수를 깨닫게 된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외부의 여건 보다는

스스로 바라고 꿈꾸며 스스로 설정하는 모습 그대로의 자신일 수 있다는 믿음이 이 시대 요구되고 있다.  

 

 

도종환 시인 자신의 설명

 

   물 한 방울 없고 흙 한 톨 없는 벽을 타고 오르는 담쟁이를 보면서 

저 담쟁이들은 어떻게 저런 곳에서 살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마음이 조급했고

나 혼자만이라도 이 어려운 처지에서 벗어나야 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담쟁이는 아주 천천히 그 벽을 기어오르고 있었고

옆의 이파리들과 전부 함께 손을 잡고 벽을 오르는 것이었습니다.

내 처지도 어렵지만

저 담쟁이 중에 처음에 저런 벽에 살게 된 작은 이파리들은

얼마나 절망스러웠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위안 받았고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

 

 담쟁이를 보고 용기를 얻었습니다.

 

나도 담쟁이처럼 손에 손을 잡고

내 앞에 놓인 벽을 혜쳐 나가자고 마음먹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