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소통/생생스토리

국민권익위원회 2010. 3. 9. 10:41

 

<국민고충 해결!>

해변마을의 행복한 피서철 만들기

 

 

"해수욕장을 돌려 달라!”
“사용도 하지 않는 군 소초건물* 이전하라.”
“적당한 땅을 내놓으면 이전하겠다.”
“땅을 내놓을 수 있도록 주민들을 설득해 달라.”

 


갈등은 첨예했다. 동해안 7번 국도를 따라가다 보면 만나게 되는 00군의 북쪽 끝자락, 깨끗한 모래사장과 바다 그리고 해맞이 공원을 끼고 있는 조그마한 해변마을이 이 갈등의 현장이었다. 아름다운 해변마을을 멋진 관광지로 개발하여 경제적 소득을 올리려는 주민과 해안의 경계를 맡고 있는 군부대 사이에는 결사항전의 비장한 기운마저 느껴졌다.

 

대략의 사정은 이랬다. 해마다 피서철이 되면 동해안의 해변은 전국에서 몰려드는 인파로 북새통을 이루기 마련이다. 그런데 인근 마을까지 사람들로 가득차 즐거운 비명을 지르는데 이 마을에는 어쩌다 간혹 오는 사람들 말고는 찾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인근 마을들과 비교해서 특별히 풍광이 떨어지는 것도 아닌데 왜 우리 마을에는 사람들이 오지
않는 걸까. 주민들은 그 이유를 모래사장 한가운데 버티고 서 있는 군부대의 소초 건물 때문이라고 믿고 있었다. 그래도 나라를 지키는 것이니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체념을 하고 치미는 화를 달래며 살고 있었다.


그런데 2년여 전부터 이 소초는 사실상 사용하지 않고 그냥 방치되어 있었다. 때문에 마을 사람들은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소초가 철거되거나 이전이 될 것이라 생각하고 올해부터는, 올해부터는……. 하며 기대하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웬걸. 피서철이 막바지에 이를 때쯤 군에서 철거는커녕 난데없이 마을과 해변 사이에 방음벽을 설치하겠노라며 공사를 하기 시작했다. 방음벽이 설치되면 소초를 옮겨가는 것은 물거품이 될 뿐만 아니라 바다까지 가리게 되어 상황은 더 나빠질 것이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주민들로서는 가만히 앉아서 방음벽이 설치되는 것을 두고만 볼 수는 없는 일이었다. 자연히 이러한 불만은 집단시위로 이어졌고 마을주민과 군부대 사이에 갈등이 격화되자 마을 이장은 고심 끝에 국민권익위원회에 민원을 제기했다.

 


양쪽의 입장을 들어보면 모두 나름의 분명한 이유가 있고, 일리가 있었다. 마을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군부대가 조금만 양보하면 해결될 수 있는 문제였다. 군부대 입장에서 보면 대안이 없는 상태로 무작정 소초를 철거하거나 이전을 할 수는 없는 문제였다. 이 갈등을 해결하고 주민들과 군부대 모두에게 만족할 만한 타협점을 제시하는 것이 내게 주어진 일이었다.

 

권익위에서 일하면서 그동안 군인의 자살 원인을 밝혀 달라거나 비행장을 이전해달라거나 또는 독립군임을 입증해달라거나 희귀병의 발병 원인을 찾아달라는 등 해결책을 찾기 어려운 일들을 많이 접해왔다. 그런 일들에 비해서 이번 일은 해법이 단순하게 보였다.

 

그러나 막상 현장으로 내려가 보니 주민들의 고충은 충분히 이해가 되지만 행정기관의 위법하고 부당한 점을 찾기가 어려워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주민들과 군부대간 갈등의 해결책은 이 해변으로부터 반경 2㎞ 안에 2,243㎡만큼의 노는 땅을 찾아내 그 땅을 팔게 하고 그곳으로 소초 건물을 옮기게 하는 것이었다.

이 일을 해결하기 위해 마을에 도착해서 만난 주민들의 얼굴에서는 그야말로 필사항전의 살기까지 느껴졌다. 주민과 군부대 그리고 군청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였으나 분위기는 험악했다.

“수십 년간 국가안보를 위해 기꺼이 희생해왔다. 소초건물을 조금 후방으로 옮기더라도 해안경계에는 별문제가 없어 보이니 소초를 옮겨달라.”

 

주민들은 하나같이 목청을 높였다.

그러나 이러한 주민들의 격앙된 요구에 군부대와 자치단체의 답변은 하나같이 원론적인 것이었다. 군부대는“자치단체가 인근에 이전할 부지와 비용을 지원해 준다면 검토해 보겠다.”는 정도에서 이야기를 마무리하려 했고, 자치단체가 내놓은 대안이라고는“마땅한 군청 소유 토지가 없고, 주민도 군부대가 옮겨 온다면 땅을 팔 수 없다고 한다.
그러니 인접 S시에 있는 부대 건물을 확장하여 그리로 이전하라.”며 자기네 지역은 안 되니 다른 지역으로 옮기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님비(NIMBY) 같은 의견 뿐이었다. 모두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만한 대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었다.

 

분위기는 잔뜩 당겨진 활시위처럼 팽팽하게 긴장되어 가고 있었다.


이 갈등을 해결하라고 내려온 사람이 바로 나이니 모두의 시선은 나에게 집중이 되었다. 그러나 어쩌랴. 나는 솔로몬의 지혜도 가지고 있지 못하고 영화 속 해결사처럼 멋지게 상황을 변화시킬 능력도 없으니. 이럴 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현장을 다시 한 번 둘러보는 것이다.

 

가장 단순하지만 가장 좋은 해결법은 현장에서 찾을 수 있다고 나는 믿고 있다. 현장에 답이 있다! 이것이 그동안 일을 하면서 내가 체득한 문제 해결의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이미 방음벽 공사는 주민들의 시위로 중단이 된 상태였다. 소초가 옮겨지지는 않았지만 방음벽 공사가 일단 중단되었으니 소초를 옮길 수 있는 방법만 찾아보면 될 일이었다. 그 다음으로 내가 한 일은 소초가 옮겨갈 만한 땅이 어디 있는지를 찾아보는 것이었다. 인근 주유소, 모텔,식당에 들러 빈 땅이 있는지 물어보고, 군청에 가서 지적도를 확인하는 일을 반복했다. 이틀 동안 조사를 해보니 군부대 소초를 옮길 만한 적절한 후보지를 찾을 수 있었다. 지역 주민의 땅과 군부대 땅, 그리고 국유지가 후보지였다. 이제 이들 땅 주인에게 소초를 옮길 수 있도록 땅을 넘겨 달라고 설득할 차례였다. 먼저 땅 소유주인 지역 주민에게 땅을 팔도록 설득해 달라고 이장에게 협조를 부탁했다. 그러나“군에는 절대 땅을 팔지 않겠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군부대에서는“우리 부대 소유의 땅이 아니므로 상급 부대에 물어봐야 한다.”는 예견된 답변을 보내왔다.


마지막으로 기대할 곳은 국유지를 쓰고 있는 K공단이었다. 담당자를 찾아가“이 민원 토지와 공단 관리 부지를 바꾸면 공단은 이 모래사장 땅에 위락시설을 하여 직원들의 피서지로 활용하고 주민들은 해수욕장을 활성화할 수 있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것 아니냐.”고 설득했다. 이런 설득이 다행히 통했는지 며칠 후 K공사는 몇 가지 단서를 조건으로 긍정적인 답변을 보내왔다.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는 듯했다.이제 남은 일은 이런 내용을 문서로 만들어서 서명을 받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런 일을 처리하는 데는 또 다른 절차상의 문제가 일어나게마련이다. 소위‘윗분’들의 결재를 받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절차 문제만 순조롭게 진행되면 해결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하니 다른 방법이 없는지 저절로 찾아보게 되었다. 그러던 차에 권익위원장의 ‘민원현장 방문 계획’을 살펴보다 조만간 속초에 방문할 계획이 잡혀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속초를 가는 길에 이 마을에 잠깐 들렀다 가도록 일정을 잡았다. 권익위원장이 마을에 들르게 되니
각 관계기관의 장들도 마을로 오게 되었고 이 자리에서 소초건물 교환 이전 건이 현장에서 바로 합의가 되었다. 주민들과 군부대, 관계 기관의 팽팽했던 갈등의 긴장은 이렇게 해서 모두에게 만족할 만한 해결책을 얻는 것으로 풀리게 되었다.


뒤에 들리는 이야기에 따르면 이 마을은 이런저런 공로로 전국 최우수 마을로 선정이 되어 이장이 대통령의 표창과 상금을 받고 청와대를 방문하는 경사가 있었다고 한다. 해묵은 갈등이 풀린 데 이어 이런 경사까지 겹치게 되어 아마도 마을주민들에게는 행복한 한 해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이제 다음 피서철에는 갈등으로 굳어진 얼굴이 아닌 밀려드
는 인파로 행복한 비명을 지르는 바쁜 주민들의 즐거운 얼굴을 만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국방보훈민원과 장 금 식>

 

<고충해결 현장에 답이 있다-권익위 조사관들이 국민과 함께 겪은 현장의 감동 이야기를 편집했습니다.>

 

갈등을 풀었다니 다행이네요! 수고하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