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극락조 2014. 4. 13. 14:54

더 스크랩

무라카미 하루키  권남희  村上春樹  
출판사 비채   발간일 2014.02.20
책소개 다사다난했던 우리의 1980년대, 하루키 씨와 제대로 추억하기 걱정 마세요, 재미있으니까!비채에서 ...

무라카미 하루키의 < 더 스크랩>

부제로 < 1980년을 추억하며>가 붙어 있는 책이다.

책모양도 한껏 멋을 부렸다.

동화책에서 볼 수 있는 형태랄까?

책은 두껍지만 한쪽 면을 각지게 깎아 내어 무게를 감했다.

첫 장을 넘기자 어릴 적 듣고 보고 읽었던 익숙한 단어들이 톡톡 튀어나온다.

작가의 나이를 헤어보지 않더라도 짐작하고도 남겠다.

같은 세상을 공유하고 있구나, 싶어 정이 간다.

아날로그의 최 정점 시대인 1980년대로 <더 스크랩>을 타고 백 투더 퓨처한 기분이다.

하루키가 젊은시절을 보낸 60-80년대는 세계의 중심이 미국이었다.

일본이 먼저 그리고 이어서 한국까지, 미국하면 모든 것이 다 통했고 미제하면 좋아보였다.

지금 한류, 한류 하지만 그 시절 미류(미국류)우리의 정신까지 모두 미국화 시켰다.

하루키도 예외는 아니다.

하루키의 잡설도 미국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 때의 문화 소비자들이 팝송, 미국 뉴스와 미국 연예계를 모르면 시대에 뒤떨어졌으니까 ..... 하루키는 시대에 맞춰 1980년대 미국 문화를 중계했다.

<더 스크랩>의 글들은 문화를 전달하는 글들이지만 그의 취미를 엿볼 수 있다.

독서는 당연하고, 영화, 음악, 특히 재즈를 좋아한다고 했고 그리고 야구까지. 자기 관심사와 그시대의 상징을 스크랩하여 <더 스크랩>은 스크랩답게 1980년이 캡쳐되어 있다.

지금은 에이즈 같은 핵 폭탄급 때문에 거론도 되지 않는 헤르페스라는 성병이야기부터

레지잭슨과 빌리조엘이 얼마나 벌고 있는지. 1980년대를 주름 잡은 로키의 실베스터 스탤론과 그의 맞수 아놀드 슈왈츠제네거. 미국 문학의 두 거목 스콧 피츠제럴드와 어니스트헤밍웨이. 그리고 사랑 이야기에 불치병이란 유행을 가져온 러브스토리, 그 러브스토리를 쓴 에릭 시걸이 연예소설이나 쓰는 작가로 인정받지 못했다는 안타까운 이야기, 귀신까지 잡아 뉴욕 만세를 부르는 빌머레이가 나오는 영화 고스트 버스터즈의 추억까지....

어린 시절, 영화를 보고 친구들끼리 모여 미국이 귀신까지 잡아! 미국은 별꼴이야 지들은 귀신도 잡아하며 어린마음에 반발심을 표했던 기억도 나고, 영화 스타워즈는 오늘의 3D 영화 아바타까지 있게 한, 새로운 방식의 환상적인 영화였는데, 스타워즈를 대하는 그의 순수함에 나도 그 시절의 환상에 젖었던 추억이 떠올라 즐겁다.

요즘은 인터넷 덕분에 연예인에 대한 관심거리는 많이 공개되어 있다.

인터넷이 없었고 PC통신이 겨우 싹을 틔우던, 그래서 신문이 제왕이던 그 시절, 하루키에 의해 연재되는 글들은 독자에게 큰 즐거움을 주었을 것이다.

그는 <더 스크랩>을 첫 장에서 이사 짐 싸다 벽장에서 나온 오래된 졸업앨범을 무심코 넘겨보는......그런 기분으로 읽어 주시길라고 적었다.

맞는 말이다.

1990년대, 2000년대를 넘어오면서,

미국 일변도 문화에 대한 저항,

우리 것은 왜? 하는 목마름,

우리에게도 훌륭한 인재들이 있어!

그리고 드디어 우리의 인재들을 통해 발현된 우리 문화에 공감하면서 FM의 음악 방송에서 1위를 차지했던 팝송을 제치고 가요가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물론 TV드라마에서도 미국드라마 시리즈가 사라지면서 미국 문화는 그렇게 조금씩 멀어져 갔다.

지금은 오히려 우리 문화에 대한 자부심 때문에 <더 스크랩>의 첫 장을 넘기며 하루키와 일본사람들은 미국인이야 하는 반발심까지 일어났다.

그러나 책을 읽으면서 우리가 그런 시절을 넘어왔다는 생각이 들면서 그런 문화의 혜택과 그 시절에 대한 반성이 동시에 일어났다.

1980년대 없이는 오늘이 없다. 미국이 있어 그를 잣대로 우리를 키워 냈다. 그의 사소하고 유쾌한 정보를 읽으면서 오늘날 나를 형성한 정신의 세포를 헤집어 본다. 그리고 공유된 추억으로 단단히 굳어져 있는 나의 정신을 살살 파헤친다.

사실 한번 씩 단단하게 굳은 화분의 흙을 파헤쳐 주면 식물이 잘 자란다.

추억 하나 하나가 파헤쳐져 나의 정신도 더욱 평화롭고 건강해 지겠지......

하루키의 <더 스크랩>은 자신이 밝힌 대로 80년대 추억거리다.

편안하게 청춘시절을 되새기고 추억하고자 하면 읽어 볼만하다. 읽다보면 사람에 따라 격렬한 공감 또는 잔잔한 공감을 할 수 있어 자신의 정신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1980년대가 어떤 시대였는지 어떤 문화가 풍미를 했는지 궁금한 젊은 세대에게도 추천할 만하다. <더 스크랩>에 거론되는 인물을 인터넷 검색을 통해 따라 가다 보면 80년대로 한 줄로 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추억이 그립지도 않고 하루키에게 무엇인가를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추천하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