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소개/조현묵의 잉카견문록

마고마카 2016. 6. 23. 09:13




1.

아마존 정글의 살랑대는 바람결에 열대우림 나뭇잎 사이로 달님과 별님이 숨바꼭질을 하는 밤, 마치겡가 인디오 부족의 늙은 추장과 아이들이 모닥불 가에 둘러앉아 별을 헤고 있다.

"우리 선조들은 아주 오랫 옛날부터 전설을 먹고 살았단다."

"어떻게 전설을 먹고 살아요?"

아마존의 아이들은 까만 눈동자를 둥그르르 굴리며 추장 할아버지의 옛날이야기에 귀를 쫑긋 세운다.

"이 강 너머 안데스 고원에 사는 사슴들이 이 세상에 어떻게 태어났는지 아니?"

"아니요오."

아이들의 목소리가 일제히 합창이 되어 아마존 강 물결에 반짝반짝 빛나는 달빛과 별빛이 된다.

 

2.

"아주 오랜 옛날, 안데스 어느 부족 마을에 사이가 몹시 나쁜 두 형제가 살고 있었단다. 어느 날, 형 뚜이는 자기의 아들이 훌륭한 인디오 전사가 되기 위한 삭발식 잔치를 베풀었단다. 온 부족 사람들과 친구들을 불러 성대한 잔치를 열었지. 그때 이웃 마을에 사는 가난한 동생 호세가 형님 집에 찾아와 대문간에 서서 잔치에 들어가 먹을 것을 얻게 해달라고 간청하였단다. '집에는 어린 자식들이 굶어 죽어가고 있으니 형님, 제발 먹을 것 좀 주세요' 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욕심 많고 잔악한 형 뚜이는 하인을 시켜 동생을 집밖으로 멀리 쫓아내 버렸단다. 쫒겨난 동생 호세는 밤이 이슥해지도록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깊은 안데스 고원의 산길을 걷고 또 걸었단다. 밤이 깊어지자 안데스 고원은 몹시 추워지기 시작했지. 호세는 추위를 피해 동굴을 찾아 들어갔단다. 그런데 그 동굴 속에는 가난한 호세보다도 더 불쌍한 모습ㅇ르 한 백발노인이 있는 게 아니겠니. 그 노인은 호세에게 먹을 것 좀 달라고 애원하였단다. 호세는 배가 고파 쪼르륵 소리가 나면서도 자식들을 위해 아껴 두었던 산속에서 딴 열매를 노인에게 건네주었지. 그 백발노인은 열매를 맛있게 먹고 난 후, 동생 호세에게 작은 돌덩이 하나를 주면서 그 돌을 몸에 항상 간직하라고 말한 뒤 홀연히 사라져 버렸단다."

 

3.

"배가 고파 허기진 동생 호세는 동굴 속에서 잠이 들었단다. 그때 꿈결 속에서 누군가 이야기하는 소리를 들었지. 그들은 안데스의 바위 신과 고원의 신 그리고 초원의 신이었단다.

'이 사람은 왜 이렇게 슬픈 모습인가요?' 하고 초원의 신이 물었단다.

'욕심 많고 마음씨 나쁜 형이 동생을 멸시하며 쫒아낶기 때문이지요' 라고 바위 신이 대답했지.

'그런데 자기는 먹을 것이 없으면서도 불쌍한 노인을 도와주는 동생은 정말 착하군요. 이런 사람이 세상에 또 있을까요?' 하고 고원의 신이 말했단다.

그러고 나서 세 신은 각각 이렇게 결정했단다.

'나는 배고픈 이 착한 동생에게 희 옥수수 죽을 줘야지.' 초원의 신이 말했단다.

'나는 자줏빛 옥수수 죽을 줄 거야.' 이번에는 고원의 신이 말했지.

'나는 노랑 옥수수 죽을 한 단지 줘야지.' 마진막으로 바위 신이 이렇게 말했단다."

 

4.

동굴 속 주변이 조용해지자 호세는 살며시 눈을 떴단다. 일어나서 주변을 둘러보니 옆에서 이야기를 나누던 신들은 모두 사라지고, 그의 머리맡에 세개의 단지가 놓여 있는 게 아니겠니. 그것은 바로 옥수수 죽이었단다. 호세는 단지에 있는 옥수수 죽을 배부르게 먹었단다. 그런데 옥수수 죽은 먹어도 먹어도 줄어들지 않는 것이었단다. 호세는 행복하고 기쁜 마음으로 집에서 굶주리고 있는 어린 자식들과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 옥수수 죽 단지를 싸 짊어지고 짖을 향해 길을 떠났단다. 그런데 길을 가면 갈수록 등에 짊어진 옥수수 죽 단지가 점점 더 무거워져 걸을 수 없게 되었단다. 동생 호세는 봇짐을 내려놓고 단지의 뚜껑을 차례로 열어 보았단다. 아니! 그런데 이게 웬일이지? 호세는 깜짝 놀랐단다. 노란 옥수수 죽은 황금으로 변해 있었고, 하얀 옥수수 죽은 은으로, 자줒빛 옥수수 죽은 구리로 변해 있는 게 아니겠니. 호세는 엄청나게 많은 금은보화를 보고 기뻐서 어쩔 줄을 몰랐단다. 그는 이것을 다 짊어지고 갈 수 없어서 조금만 가져오고 나머지는 동굴 속에 숨겨두었지. 그러고는 나중에 필요할 때마다 조금씩 금은보화를 가져갔단다. 그렇게 동생 호세는 부자가 되어 잘살게 되었단다."

 

5.

"동생 호세가 부자가 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욕심 많은 형 뚜이는 동생 집을 찾아와 어떻게 부자가 되었느냐고 꼬치꼬치 캐물었단다. 마음씨 착한 동생은 형님의 끈질긴 협박에 자기가 부자가 된 경위와 남은 금은보화를 동굴 속에 감추어 두었다고 이야기를 해주었단다. 형 뚜이는 동생이 말한 그 동굴을 찾아내고는 죽을 힘을 다해 동굴 바닥을 파내기 시작했단다. 동생이 숨겨둔 금은보화를 찾아내려고 말이다. 그러나 그는 끝내 금은보화를 찾지 못하고, 지쳐서 동굴 안에서 잠이 들었단다. 그때 바위 신과 고원의 신, 그리고 초원의 신이 나타나 의리 없고 욕심 낳은 형 뚜이에게 벌을 주기로 했지. 바위 신은 그의 머리에 뿔을 달았고, 초원의 신은 그의 머리카락을 모두 잘라버렸지. 고원의 신은 그에게 꼬리를 붙였단다. 이튿날 잠에서 깨어난 뚜이는 자기 자신의 모습이 완전히 변해버린 것을 알고는 하늘을 향해 울부짖기 시작했단다. "

 

6.

"형 뚜이는 집에 돌아와 아내에게 내가 왔노라고 울부짖으며 말했단다. 그러나 그의 아내는 짐승이 되어버린 남편을 알아보지 못하고 그를 붙잡아 우리 속에 가두어 버렸단다. 그때서야 자신의 죄를 뉘우친 형은 슬픔에 빠져 괴로운 나날을 보내며 살았지.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우리를 탈출하여 높은 안데스 고원의 초원 속으로 도망가 영원히 사슴이 되었단다.  그래서 사슴은 죄의 업보를 머리에 짊어지고한평생을 살게 되었지. 긴 목을 하고 슬픈 두 눈으로 자기가 살던 고향집을 바라보며 살아가게 된 것이란다."

 

인디오 아이들은 추장 할아버지의 사슴의 전설 이야기를 듣고 모두 깊은 생각에 잠겼다. 모닥불은 하얗게 사위고, 아마존의 밤은 깊어만 갔다. 달님과 별님은 아직까지 나뭇잎 사이로 숨바꼭질을 하고 있었다. 아마존 강 물결은 까르륵거리며 달빛과 별빛이 되어 하얗게 반작거리고 있었다.




책에는 사슴 사진이 없어요. ^^:  가장 설명에 가까운 동물이 '비꾸냐' 일 것 같네요.






http://bookthumb.phinf.naver.net/cover/062/372/06237207.jpg?type=w150&udate=2012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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