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는 이야기/시끌벅적 게시판

남경 2011. 12. 30. 21:03

   2011년 한해를 정리하는 '올해의 사자성어'에 엄이도종(掩耳盜鐘)이 선정됐다. 엄이도종(掩耳盜鐘)은 ‘나쁜 일을 하고 남의 비난을 듣기 싫어서 귀를 막지만 소용이 없다’라는 뜻이다.

   교수신문은 설문에 응답한 전국의 대학교수 304명 가운데 36.8%가 올해 한국의 정치·경제·사회를 규정지을 수 있는 사자성어로 엄이도종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교수신문은 ‘엄이도종’이 선정된 이유에 대해 한미자유무역협정(FTA),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누리집 디도스 공격, 대통령 측근 비리 등 각종 사건과 정책 처리 과정에서 ‘소통 부족과 독단적인 정책 강행’을 비판한 것으로 분석했다.

   엄이도종은 중국 전국시대 말기 진나라의 승상 여불위가 문객들을 동원해 만든 우화집 '여씨춘추'(呂氏春秋)에서 유래했다. 춘추시대 진나라 범무자의 후손이 다스리던 나라가 망할 위기에 처했다. 그 때 백성 중 한 명이 종을 짊어지고 도망가려 했다. 그러나 짊어지고 가기에는 종이 너무 크고 무거웠다. 망치로 깨서 가져가려고 종을 치니 소리가 크게 울려 퍼졌다. 그 백성은 다른 사람이 종소리를 듣고 와서 종을 빼앗아 갈까봐 두려워 자신의 귀를 막고 종을 깼다고 한다.

   엄이도종을 올해의 사자성어로 추천한 김풍기 강원대 교수는 “FTA 문제라든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산관위) 홈페이지 공격에 대한 의혹 등이 겹쳤지만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설명은 거의 없었다”며 “여론의 향배에 관계없이 자신들의 생각만 발표하고 나면 그뿐이었다”고 비판했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는 “독단적으로 처리해 놓고 자화자찬 식으로 정당화하면서 국민의 불만에 전혀 유념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최민숙 이화여대 교수는 “올 한 해도 대통령 측근 비리, 내곡동 사저 부지 불법 매입, 한미 FTA 비준동의안 날치기 통과 등의 문제로 하루도 바람 잘 날이 없었다”, “아직도 선관위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 등 그 끝이 보이지 않는다”며 “이러한 모든 것들이 소통 부재에서 연유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엄이도종 다음으로는 '여랑목양'(如狼牧羊)이 25.7%로 2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여랑목양은 이리에게 양을 기르게 하는 격이란 뜻으로 탐욕스럽고 포학한 관리가 백성을 착취하는 일을 비유한다.

   지난해에는 진실을 숨겨두려 했지만 그 실마리는 이미 만천하에 드러나 있다는 뜻의 '장두노미'(藏頭露尾)가 사자성어로 뽑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