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명 이야기

    더불어 2020. 2. 18. 00:11

    경향신문
    세밑, 유명하다는 작명소 찾아가보니…“흔한 이름이 좋아요”
    김희연기자 egghee@kyunghyang.com
    입력 : 2009.12.22 17:32

    저출산 시대 작명보다 개명
    70~80대 실버개명도 많아져

    연말 한 모임 자리. 부동산 시세부터 직장 일, 아이들 교육, 저출산 문제에 이르기까지 

    한 해 묵은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왔다. 

    내년은 호랑이 해인 경인년. 자연스럽게 토정비결과 사주 얘기가 나왔고 이름 짓기까지 화제가 됐다. 

    마침 자리에 있던 대여섯명 가운데 ‘김봉수 작명소’에서 자녀 이름을 지었다는 이가 3명이나 됐다.

    서울 종로구 적선동에 자리한 김봉수 작명소는 1960년대부터 정·재계 인사들이 이름을 많이 지어 

    유명세를 얻은 곳이다. 덕분에 작명소의 대명사 격이 됐고, 적선동은 물론 창성동·사직동·효자동 일대에 

    다른 작명가들까지 모여들어 작명소가 수십곳에 달했다고 한다. 

    그러나 저출산 시대에 접어들며 이름을 짓는 신생아들도 줄었을 터. 저출산의 그늘은 어느 정도이고 

    이름에 얽힌 요즘 이야기는 무엇인지 듣기 위해 지난 17일 옛 작명소를 찾았다.

    적선동 주변은 분위기 있는 카페가 들어서는 등 달라졌지만 한옥인 김봉수 작명소는 옛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사무실 양 벽쪽에 문하생으로 보이는 남자 둘이 사무 책상을 놓고 앉아 있다. 

    그들은 손님인 줄 알고 자리를 권하다가 취재를 위해 왔다고 하자 손사래를 쳤다.

    작고한 작명가 김봉수씨의 뒤를 이어 70대의 친동생 김광수씨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작명소에는 병원 대기실처럼 긴 의자가 여러개 놓였다. 70~80년대 손님이 많아 순번을 기다리던 흔적 같았다.

    백발의 작명가 김광수씨는 “50년 전부터 이 자리에서 (작명소를) 하고 있지만 형님이 계실 때부터 

    우리는 드러내놓고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지금도 사무실에 전화기가 없다. 

    여전히 물어물어 찾아오는 손님이 많다”고 말했다. 


    새해에 맞는 좋은 이름이 따로 있느냐고 묻자 

    그는 “이름은 사주에 따라 달리지기 때문에 그 해에 맞는 특별한 이름이 있는 것은 아니다. 

    흔한 이름이 좋다”고 했다. “그만큼 아이가 아무 탈 없이 잘 자라, 잘 살아가고 있다는 얘기 아니냐. 

    특별한 것보다 평범한 것이 좋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저출산으로 아기 이름을 지으러 오는 사람은 예전만 못하지만 

    요즘은 이름을 바꾸는 사람들이 많다고 전했다. 작명은 줄었지만 개명은 늘어났다는 얘기다.

    대법원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 말까지 개명허가신청은 14만5804건에 이른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12만815건에 비해 크게 늘어났다. 

    연말까지 17만건에 이를 것이라는 게 개명 관련 법적 업무를 대행하는 업체들의 말이다.

    연말은 개명의 최대 성수기다. 

    11~12월 진학과 취업 등 인생의 새 출발을 앞두고 이름을 바꾸기 때문이다. 

    개명허가신청을 돕는 회사들도 이때가 가장 바쁘다. 

    최근 2~3년 사이 인터넷을 통해 대행하는 회사가 늘어나 10여곳이 성업 중이다.

    새로 이름을 짓는 사람이 크게 늘어난 것은 2005년 말. 

    대법원이 작명에 대한 자기결정권과 행복추구권 등을 강조하면서 ‘범죄 은폐 의도가 없을 경우 원칙적으로 

    개명을 허가해줘야 한다’는 결정을 내린 후다. 호주제 폐지도 한몫을 했다. 

    요즘은 법원마다 차이가 있지만 개명허가 비율이 90% 이상이다. 

    개명사유란에는 대체로 ‘성명학적인 사유’ ‘발음상 어려움’ ‘촌스러운 이름’ ‘흔한 이름’ ‘성본 변경’ 등이 

    올라온다.

    성문법률사무소의 장성일 실장은 “경기침체로 취업이 어렵고 사업이 힘들어지면서 

    성명학적으로 좋은 이름으로 바꾸려는 욕구가 많아졌다”며 

    “젊은 세대일수록 개명하는 것을 주택 리모델링이나 얼굴 성형처럼 쉽게 여기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름을 바꾸려는 사람들의 욕망에는 현재의 사회상이 반영돼 있다는 것이다. 

    작명가 배근애씨는 “영어유치원에 들어가거나 유학을 떠나기 전에 영어발음으로 괜찮은 이름을 새로 지으러 오는 사람들도 있다”고 말했다. 또 여성의 사회활동이 활발해지면서 30~40대 여성들의 개명이 증가하고, 

    수명이 늘어나고 장년층의 황혼 이혼비율이 높아지면서 70~80대 ‘실버개명’도 많아지는 추세다. 


    최근에는 프로야구 롯데의 오병일·박남섭·이웅용 선수 3명이 이름을 바꿔 내년 시즌에 새 이름으로 

    팬들 앞에 나선다는 뉴스도 나왔다. 

    개명 비용은 개인이 직접 절차를 밟을 경우 인지세와 송달료로 1만6000원 정도다. 

    대행사를 이용할 경우 미성년자는 20만원, 성인은 25만원이 든다.


    작명에도 유행이 있다. 

    성명학을 중시하는 경향이 여전히 강하지만 

    한때 한글, 영어식 이름의 유행에서 다시 한자 이름을 선호한다고 한다. 

    최근에 첫아이를 얻은 직장인 김형호씨(34)는 “처음엔 글로벌 시대에 맞는 영문 이름도 생각해봤지만 

    정체성을 담을 수 있는 좋은 뜻의 한자 이름이 좋을 것 같다. 

    친척을 통해 알게 된 유명 작명소에서 지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직접 작명한 이름을 입력해 성명학적으로 좋은 이름인지, 

    나쁜 이름인지를 판별하는 인터넷 프로그램 이용자들도 있다.


    정현우 동방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는 “사회 변화가 심할수록 이름에 대한 관심이 많아진다. 

    본인이 만족해하는 좋은 이름을 갖는 것은 그만큼 정서적 안정에 좋다는 얘기다. 

    듣기에 편하고 그 사람에 맞는 생기 있는 이름이 좋다”고 조언했다. 


    작명가 배근애씨는 “사주는 바꿀 수 없어도 이름은 바꾸는 것이 가능해 개명하려는 마음들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이름이라도 그 힘으로 인생을 바꿀 수는 없다. 

    건강이나 결혼, 취업 등이 나쁜 이름 탓이라고 극단적인 이유를 들며 바꿔야 한다는 말은 

    맹신하지 말아야 한다. 이름 하나로 모든 일이 나빠질 수는 없지 않으냐”고 말했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0912221732295#csidx193f02b390d17c1b3b06102bb07d357 

    오래된 글이지만 올려봅니다.
    참고가 될 만 해서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