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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불어 2020. 4. 5. 20:26

    국민일보

    열망인가 과학인가..네덜란드·스웨덴 '집단면역' 모델에 의구심

    by. 이형민 기자

    입력 2020.04.05. 17:19

     

    방역 모델 논쟁으로 번진 코로나19 팬데믹

     

    코로나19가 확산되고 있는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 시내의 한 바 안이 손님들로 붐비고 있다. 스웨덴은 다른 유럽 국가들과 달리 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해 국민의 이동권을 제한하지 않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팬데믹 사태가 방역 모델을 둘러싼 논쟁으로 번지고 있다. 다수의 국가가 팬데믹에 맞서 전면 봉쇄 조치를 취하고 있는 상황에서 ‘느슨한 봉쇄, 집단 면역’ 모델을 선택한 네덜란드와 스웨덴의 실험이 주목을 받고 있다.

     

    영국 BBC는 5일(현지시간) ‘네덜란드식 봉쇄는 왜 고위험 전략이 될 수 있는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해당 모델의 적절성에 의구심을 드러냈다. 네덜란드 정부는 현재 이웃 유럽 국가들이 취하고 있는 엄격한 봉쇄 조치를 의도적으로 외면하며 자신들은 ‘지능적이고, 타겟이 명확한’ 봉쇄를 추구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꽃가게, 철물점, 육류·치즈 가게, 베이커리 등이 여전히 손님을 직접 응대하며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술집과 대마초 카페 등만이 선택적으로 폐쇄된 상태다.

     

    이 같은 전략의 일차적 목표는 사회적 거리두기 전략으로 인한 개개인의 고립이 야기할 수 있는 사회, 경제, 심리적 비용을 줄이겠다는 데 있다. 팬데믹 사태가 잠잠해져 사회를 원상태로 되돌리기에도 느슨한 봉쇄 상태가 훨씬 유리하다는 입장이다. 네덜란드 클링겐다엘 국제관계 연구소의 루이스 반 샤익 박사는 “우리가 냉철하고 계산된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모든 사람들을 집에 격리시키는 방식의 과민반응을 보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스웨덴에서도 비슷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스웨덴 정부는 코로나19에 대항해 50인 이상 모이는 것은 금지했으나 학교, 식당, 체육시설 등은 금지 대상에서 제외했다. 아이들은 학교에 가고, 직장인들은 회사로 출근하며 일상생활을 그대로 이어가고 있다. 시내의 술집과 식당, 상점 밀집 지역도 여전히 사람들로 붐빈다.

     

    두 국가의 궁극적 목표는 ‘집단 면역’이다. 집단 면역이란 예방 백신을 맞거나 바리어스에 감염된 후 항체가 생겨 집단 구성원 상당수가 면역력을 갖추게 된 상태를 뜻한다. 통상 인구의 50~70% 정도가 감염되면 자연스럽게 집단 면역이 생겨 전염병 확산을 멈출 수 있다는 게 이들 정부의 판단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얼마나 장기화될 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고강도 봉쇄로 사회적 스트레스를 높이는 것보다 바이러스와 함께 살아가며 인구 전체가 서서히 면역을 갖추는 길을 선택한 것이다.

     

    문제는 집단 면역이 단기간에 성과를 거둘 수 없는 전략이라는 데 있다. 인구가 집단 면역을 갖추려면 수개월 혹은 더 오랜 기간이 걸리는데 그 사이 노약자와 기저질환자들은 속수무책으로 바이러스에 노출될 수 밖에 없다.

     

    집단 면역의 필수 전제는 인구 대분분이 면역력을 갖출 때까지 차분하게 감염이 진행돼야 한다는 것인데 이에 대한 과학적 증거도 없다. 스웨덴에서는 이날 수도 스톡홀름의 코로나19 사망자가 전체 사망자 수(373명)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빠르게 감염이 확산되고 있다. 네덜란드는 이날까지 총 1651명이 숨져 약 9.9%의 치명률을 기록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코로나19 사망률을 보이는 국가 중 하나다.

     

    BBC는 “네덜란드와 스웨덴식 전략은 실제 정보보다는 열망에 바탕을 두고 있을 수 있다”며 “이들의 지능적 봉쇄가 국민들을 집단 면역으로 이끌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