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이야기

    더불어 2020. 7. 7. 16:51

    수십여억 쏟아붓고도 지역 흉물로 전락하는 공공조형물

    최종필 입력 2020.07.07. 13:41 수정 2020.07.07. 16:31 

     

    순천 시민들 "사자 머리상 너무 끔찍한데.. 철거 안하나요"

    [서울신문]

     

    순천 동천 옆에 9억원을 들여 만든 사자 머리상이 흉측함을 준다며 시민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주변 나무들이 앙상하게 변하는 가을·겨울철에는 더 공포감을 느끼게 한다.

    “사람 잡아먹을 듯이 저렇게 흉측한 사자 머리를 왜 안없앤지 모르겠어.” “좋아하는 사람들도 아무도 없던데 볼 때 마다 섬뜩해”

    7일 오전 11시 동천을 찾는 주민들이 봉화산 자락에 우악스런 모습으로 세워져 있는 사자 폭포를 보고 한마디씩 하고 있었다. 1급수가 흘러 시민들이 휴식처로 즐겨 찾는 동천 옆에 있는 거대한 사자 머리를 두고 하는 말들이다.

    시가 2011년 9월 9억원을 들여 만든 죽도봉 사자상의 인공 폭포. 울창한 산 자락을 훼손하고 가로 24m, 높이 20m, 총면적 480㎡ 규모의 인공암으로 만들었다. 막대한 예산이 들었지만 주변 경관과 부조화로 시민들의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시민들은 “도대체 왜 사자 머리가 있어야 하는지 볼썽사납다”는 반응들이다.

    순천과 아무 관련이 없는 사자상인데다 밤 늦은 시간에는 공포감도 느낀다는 얘기들이 오간다. 시민들의 민원이 계속되자 시는 사자 모습을 감추기 위해 수천만원을 들여 담쟁이덩굴과 인조덩굴, 그물망 등을 설치하기도 했다. 머리 부분을 나무색깔의 그물로 덮어 씌여 감추기도 했지만 낡아 떨어져나가면서 더 흉한 모습을 연출한 적도 있다. 시민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불만을 쏟아내지만 철거비가 5억여원에 달해 시도 뚜렷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지자체장들이 자신의 치적을 홍보하는 손쉬운 수단으로 면밀한 검토 없이 수십억원을 들여 만든 조형물들이 말썽이 되고 있다. 지역 색채나 역사적 맥락과 관계없는 조형물을 만들어 주민들의 외면으로 애물단지가 된 사례들이 늘고 있다.

     

    ‘흥겨운 우리 가락’이란 작품명과 ‘저승사자’라는 이미지가 충돌해 사라진 조형물도 있다. 세종시 정부세종2청사 옆 대로변에 서 있다 지난해 12월 철거된 ‘흥겨운 우리 가락’이란 높이 2m의 금속 조형물이다. “밤에 언뜻 보고 저승사자인 줄 알았다”는 국세청 공무원과 시민들의 원성이 쏟아졌다. 11억원이 들었지만 기겁하는 사람이 속출하고 계속 불평이 터져나오자 결국 설치 4년만에 처분했다.

     

    경북 포항시는 2009년 3억원을 들여 포항공항 입구에 가로 11m, 세로 16m, 높이 10m 크기의 ‘은빛풍어’ 를 만들었다가 역동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일자 설치 10년 만에 철거하기도 했다. 예술적 가치를 산정하기 어렵다는 감정평가에 따라 고철값 1427여만원에 매각됐다.

     

    2018년 3월 대구 달서구에 2억원을 들여 설치한 길이 22m의 ‘거대 원시인 조형물’은 아직도 논란이다. 구석기 유물이 발견된 지역 특성을 반영했다고 하지만 주민들은 “볼 때마다 섬뜩하다”, “영업에 지장이 많고 손님들도 무섭다고 한다”는 등 철거를 요구하고 있다.

    순천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이렇게 혈세를 낭비하게 한 관계자는 처벌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