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이야기

    더불어 2020. 7. 8. 06:55

    뉴스데스크

    양소연

    남자 넷이 모텔로 끌고 갔는데도…"고의 강간 아니다?"

    입력 2020-07-07 20:21 | 수정 2020-07-07 20:28

     

     

    앵커
    남성 네 명이 만취한 여성 한 명을 모텔로 데려갔습니다.
    여성은 그 중 한 명한테 성폭행을 당했다고 신고를 했습니다.
    하지만 경찰도 검찰도 "남녀 사이 합의가 있었다"는 남성의 말이 더 믿을 만하다는 이유로 재판에 넘기지도 않았습니다.
    여성의 강력한 이의 제기로 재판이 열리긴 했지만 끝내 무죄가 선고됐습니다.
    오늘 이 사건에 집중해 보겠습니다.
    먼저, 양소연 기자입니다.

    리포트
    3년 전, 경기도의 한 모텔.
    새벽 6시가 다 된 시간, 차 뒷좌석에서 남성 두 명이 내립니다.
    잠시 뒤, 몸을 가누지 못하는 여성이 두 남성의 손에 이끌려 차 밖으로 나옵니다.
    여성은 신발을 못 신을 정도로 만취한 상태.
    남성이 잡고 있던 손을 놓자 그대로 쓰러집니다.
    두 남성은 이 여성의 양팔을 잡아 방으로 옮겼고, 한 명이 방에 남았습니다.
    이들은 약 2시간 반 전, 서울 홍대의 한 클럽에서 처음 만났는데, 남성 일행 네 명이 여성을 차에 태워 경기도까지 데려온 겁니다.
    그날 아침, 잠에서 깼을 때 옷이 모두 벗겨져 있었고, 이후 수차례 '싫다'고 저항했지만 결국 강간당했다는 게 여성의 주장입니다.

    하지만 검찰은 유사 강간이나 강간은 물론 '항거할 수 없는 상태를 이용'해 성관계를 하는 준강간 미수 혐의로도 남성을 기소하지 않았습니다.
    여성이 곧바로 구조 요청을 하지 않았다,

    모텔에서 나온 뒤 남성이 사준 초코우유를 마셨다. 이틀이 지나서야 신고했다는 등의 이유였습니다.


    여성이 여러 차례 이의제기를 한 끝에 남성은 '준강간 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1심과 2심 모두 무죄.

    "여성이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던 건 분명해 보이지만, 남성이 만취 상태를 이용해 강간을 했다는 고의를 증명하기는 어렵다"는 이유였습니다.

    160여 개 여성단체들은 조직적 성범죄로 볼 수 있는 증거가 명백한데도, 수사기관과 법원 모두 '피해자다움'을 요구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정은자/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공동대표]
    "우리 사회에서 술 취한 여성에 대한 성폭력은 처벌되지 않는다는 잘못된 인식을 강화하는 것입니다.

    여성은 "어렵게 신고했지만 3년의 기다림에도 법은 가해자의 손만 들어줬다"며 절규했습니다.

    [여성 입장문 (대독)]
    "편견이 두려워서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채 보냈던 수많은 자책의 밤들을 저는 이제 어디에서 보상받아야 하는 것일까요?"

    MBC 뉴스 양소연입니다.

    (영상취재 : 김신영 / 영상편집 : 김하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