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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불어 2020. 10. 31. 18:53

    KBS 탐사보도에 딱 걸린 검찰의 '기획수사' 의혹

    김도연 기자 입력 2020.10.31. 16:05 

     

    [이주의 미오픽] KBS 시사프로그램 '시사직격' 정범수 PD "검찰의 기획수사, 인권 관점에서 살펴야"

    [미디어오늘 김도연 기자]

     

    KBS 시사프로그램 '시사직격'이 지난 9일과 16일 두 차례 보도한 '메인드인 중앙지검'은 제목대로 검찰을 정조준한다. 2014년 이른바 '입법로비' 사건 수사의 공정성을 도마 위에 올리고 기획 수사 의혹을 제기했다. 중앙지검이 주연이다.

    과거 서울종합예술직업학교(서종예) 이사장으로 재직했던 김민성씨가 조연으로 발을 맞춘다.

    김씨는 2014년경 서종예 교비를 횡령했다는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았다.

    그 과정에 서종예 명칭 변경과 관련 국회의원들에게 금품을 제공했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신계륜, 신학용, 김재윤 등 의원들은 김씨에게 뇌물을 받았다는 혐의로 기소됐고 재판 결과 모두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 대법원을 거쳐 확정됐다.

    시사직격은 김씨 진술이 사실에 부합하는지 하나하나 따지며 허위진술 의혹을 제기했다.

    “국회 의원회관에서 신계륜 의원에게 3000만원을 줬다”는 김씨 주장을 검증하기 위해

    현금이 담긴 가방을 들고 국회를 통과할 수 있는지, 신 전 의원에게 유죄판결이 나온 호텔 현관 앞에서의 1000만원 수수 당시 김씨의 두 손은 자유로웠는지 등을 재연으로 검증 시도했다.

    ▲ KBS 시사프로그램 '시사직격'이 지난 9일과 16일 두 차례 보도한 '메인드인 중앙지검'은 제목대로 검찰을 정조준한다. 사진=시사직격 유튜브 갈무리.

     

    김씨가 징역형을 마치고 나온 김 전 의원에게 “저로 인해 큰 고초를 겪게 돼 죄송하다”, “짜여진 틀에서 저로 인해 피해를 보신 분들이 안에 계실 때도 저 역시 평생 죄인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고”라고 말한 대목에서는 강한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검찰이 수사 당시 파악했던 김씨 횡령액이 약 56억원이었으나 기소 때는 약 48억원으로 줄어들었다는 점, 검찰이 김씨를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조차 하지 않았던 점, 국회의원 3명의 혐의 내용과 소환 일정 등이 청와대에 보고됐던 점은 기획 수사 의혹을 뒷받침하는 근거들이다. 박근혜 청와대 시절 김영한 민정수석의 업무일지에 '입법로비' 사건에 대한 감시와 구체적 지시 사항이 담겨 이 사건 배후를 의심케 했다.

    정범수 KBS 시사직격 PD는 27일 미디어오늘과 서면 인터뷰에서 이번 보도에 “사안이 워낙 커서 여파가 클 것이라 생각했다. 실제 시청률도 높았고 유튜브나 인터넷 매체들에 초대도 많이 받았다”며 “우리 방송은 이런 일이 왜 과거에서 지금까지 이어질 수밖에 없는지 구조적 문제를 다루고 있다. 수사기관이 가진 구조 문제를 다루고 있다. 시사직격의 부족함을 훌륭히 채워줄 타 언론사 취재도 이어졌으면 하는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제보자는 방송에서 알 수 있듯 신계륜 전 의원이다. 실형을 살고 나온 그는 검찰이 기획수사 판을 깔고 그 위에서 김씨가 허위 진술을 했다고 확신했다. 이에 대한 검증은 제작진 몫. 정 PD는 “이미 대법원 판단까지 내려진 사건이라 취재 돌입할 때 고민이 컸다”며 “다각도로 사실관계를 확인한 후 3개월 정도 취재했다. 재판에서 그대로 지나치기 의심스러운 정황을 구체적으로 다시 확인했다. 재판에서 다뤄지지 않았던 또 다른 정황과 새 증언자들을 만나면서 제대로 살필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검찰과 김씨 사이 플리바게닝(plea bargaining), 이른바 형량거래가 있었을까. 김씨가 정치인 수사에 협조하면, 검찰이 김씨의 횡령 혐의 형량을 낮춰 구형했다는 의혹이다. 정 PD는 “세 의원 재판을 하는 동안 김씨는 교비 횡령 건으로 기소조차 되지 않았다. 뇌물사건 1심 재판이 끝나고 1년 6개월 후에야 불구속 기소됐는데 당초 56억원의 횡령자료를 검찰이 확보하고 있었는데도 기소 때는 48억원으로 줄었다. 결국 김씨는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다”며 “보통 횡령죄는 50억원을 기준으로 가중처벌 되는데 48억원으로 기소된 덕분에 집행유예로 구속을 면했다”고 밝혔다.

    이어 “검찰은 심지어 김씨의 뇌물공여죄는 기소조차 하지 않았다. 김씨는 입건 유예됐다. 뇌물을 받았다는 사람은 실형을 받고 뇌물을 줬다는 사람은 입건조차 되지 않았다. 검찰이 가진 '기소편의주의'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 KBS 시사프로그램 '시사직격'이 지난 9일과 16일 두 차례 보도한 '메인드인 중앙지검'은 제목대로 검찰을 정조준한다. 사진=시사직격 유튜브 갈무리.

     

    정 PD는 이번 취재에서 김씨를 만나고 설득 시도한 일이 가장 힘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몇 달간 포기하지 않으려고 애를 썼고 김씨는 최선을 다해 취재진을 피했다”며 “잠시 마주쳤을 때 김씨가 '어떤 이야기도 지금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으니 앞으로도 쉽진 않을 일이다. 어떤 계기를 통해서든 진실을 진솔하게 듣고 싶을 뿐”이라고 밝혔다. 김씨는 방송 3일 전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서를 통해 거짓 진술을 한 적 없다고 밝혔다.

    검찰은 취재진에게 “(김씨의) 진술 외에도 다수 증거를 확보했다. 교비 횡령 사건 처리가 늦어졌을 뿐 횡령액 조정은 없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했다”는 원론적인 답변과 함께였다. 정 PD는 검찰 통제를 위한 법 제도 개선을 강조하면서도 “이 문제는 인권 문제로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이 필요하다. 수사 받는 이들이 자신의 약점으로 인해 수사기관으로부터 원치 않는 진술을 강요받거나 심지어 허위진술까지 강요받으면 안 된다는 사회적 합의가 이번 기회에 확립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PD는 공영방송 탐사보도 역할론과 필요성도 강조했다. 위축되는 방송사 경영 위기에 탐사보도 프로그램도 위축되고 있다는 문제의식이다. 정 PD는 “시사 전문가들이 세상사를 그럴듯한 말로만 설명하는 프로그램이 넘쳐나고 있다”며 “이럴수록 소양을 갖춘 전문 언론인들이 사명감을 갖고 현장에 나가 직접 보고 들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한 보도로 수많은 추측과 편견을 제거해줘야 한다”고도 말했다.

    “우리 방송은 한 번으로 끝날 사안은 아니라고 봐요. 26명의 국회의원들이 전 정권 하명수사 의혹에 감찰을 요구한 것으로 알아요. 사법농단 얘기는 많이 했지만 검찰농단 얘기는 들은 적 없기 때문에 우리 방송으로 그 일각이 드러났다면 이번 기회에 철저하게 조사해야 해요. 좀더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후속 취재 여부를 밝힐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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