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그리고 영화음악

melon 2014. 5. 4.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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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한 한국인 아이가 벨기에로 입양됐다. 당시 추정나이 5세. 한국 이름 전정식, 벨기에 이름 융(Jung). 동양인의 외모를 가진 아이는 벨기에 가정에서 불어를 사용하며 유럽인으로 성장했다. 현재 그는 프랑스어권에서 두터운 마니아층을 가진 판타지 만화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영화 '피부색깔=꿀색'은 벨기에 가정에 입양된 융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를 소재로 했다. 왜 많은 한국 아이들이 해외로 입양을 가야했는지, 자신은 어떻게 입양이 되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자랐는지, 영화는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이야기를 담담하게 그린다. 2013년 일본미디어아츠페스티벌 대상, 2013년 자그레브영화제 대상과 관객상, 2013 안시영화제 관객상 등 다수의 영화제를 통해 작품성을 인정받은 '피부색깔=꿀색'은 오는 5월 드디어 감독의 고국인 한국에서 상영하게 됐다.

'피부색깔=꿀색'은 모든 것이 뒤섞여있다. 애니메이션과 실사 화면이 뒤섞여 있고, 어린 시절 융의 정체성은 동양과 유럽 사이 어딘가에서 표류한다. 영화의 구석구석에는 융 감독의 머릿속에 막연하게 남아있던 한국에 대한 단편적인 이미지들과 40대에 접어들어 그가 실제로 만난 한국의 현실적인 모습이 함께 녹아들어 있다.

융 감독의 이야기는 고아원 아이들이 줄지어 걸으며 '아리랑'을 부르는 것으로 시작된다. 아이들의 목소리로 듣는 '아리랑'은 구슬프기보다는 천진난만하다. 애니메이션으로 시작된 영화는 곧 이어 과거 한국전쟁 당시의 영상을 나열하며 한국의 아이들이 어떻게 해외로 보내졌는가에 이어 자신이 어떻게 벨기에 가족의 품으로 왔는지 물 흐르듯 이어진다. 얼굴에 있는 멍 때문에 한차례 입양이 무산되고 벨기에 가족을 만난 한국인 전정식은 비로소 융이라는 이름을 얻게 된다. '피부색깔=꿀색'이라는 독특한 영화의 제목은 바로 그의 입양서류에 적혀있던 말에서 비롯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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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피부색깔=꿀색' 스틸

 


'피부색깔=꿀색'은 감독의 과거를 미화하지도, 더욱 애처롭게 표현하지도 않았다. 어린 시절의 융은 그저 가족 중 가장 장난기가 심하고 비뚤어진 아이이고, 양부모는 말썽피우는 아이에게 소리를 지르고 매를 들기도 하는 평범한 부모일 뿐이다. 유머가 적절히 섞인 소소한 에피소드들로 이어지는 융의 모습들을 통해 감독은 그 안에 자리 잡고 있던 '버려졌다'는 트라우마를 은근히 내비친다.

보통 입양아들의 이야기라 하면 친부모를 찾는 과정을 상상하기 십상이다. 그러나 '피부색깔=꿀색'은 진정한 자신의 뿌리를 찾는 여정 대신 양어머니를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친어머니와 자신을 사랑으로 키워준 양어머니 모두를 자신의 뿌리로 인정한다는 것은 융 감독이 한국인이며, 동시에 벨기에인인 자신을 받아들이게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영화는 어린 시절의 융과 40대 융의 모습을 교차하여 보여준다. 어린 시절의 융은 과거 가족들이 촬영한 영상과 애니메이션으로, 40대 융은 감독 자신의 모습을 담은 영상으로 표현했다. 자신의 뿌리인 한국에 온 융 감독은 여전히 이방인이다. 지금은 자신의 뿌리인 한국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하게 되었다지만, 감독의 고민은 평생을 알고 살아야할 것인지도 모른다.

짓궂은 장난을 치고 부모님께 흠씬 두드려 맞고, 동생과 치고받는 일상을 지켜보는데 어쩐지 눈물이 날 것 같은 것은 왜일까. 오는 5월 8일 개봉. 75분.

안이슬 기자 drunken07@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