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2020년 07월

04

꽃 들의 속삭임 잔디 좀 짧게 깎아 주지 않는다고 ...

우리 엄마는 잔디밭에 주로 많이 자라는 민들레를 뽑지 않고는 못 견뎌하셨다. 어느 날은 모종삽을 들고나가시는 모습이 여느 때와는 조금 다르게 보였는데 별 상관하지 않고 있었다. 엄마가 다니시던 성당 앞 잔디밭에 봐 두었던 민들레가 걸리셨는지 가셔서는 몽땅 뽑아내고 더위에 익은 얼굴로 돌아오셨다. 좋아서 하시는 일이니 하는 생각으로 특별한 반응을 하지 않고 하루가 지나갔다. 성당 교우이기도 하고 성당 조경을 책임지고 있는 남자가 나를 찾아왔다. 성당에 속해 있다는 엄마의 애정을 담아 잔디밭의 잡풀인 민들레를 뽑으신 일을 이야기하러 온 것이다. 엄마의 마음을 알기는 하나 우리는 약으로 잡풀을 관리하니 엄마에게 당부의 말을 좀 전해 달라고 하고는 갔다. 민들레를 솎아 내고 나면 오히려 잔디가 깔끔할 텐데 뽑지..

01 2020년 07월

01

꽃 들의 속삭임 작약이 지고 있다. 함박이 졌다.

멍울속에 꽁꽁 숨은 꽃잎이 켜마다 실핏줄 드러나듯 한다. 생살 찢끼우는 신음으로 벌어지는 꽃 몽오리 곁에서 해산 간호하듯이 지키고 앉아있는 나도 함께 아파했다. 꽃잎 가장자리마다 선명하게 남겨진 톱니같은 이빨자국 이를 앙 물고 참아낸 진통, 끝내는 황홀함을 피워냈다. 백설 같이 희디 희게 또 핏빛처럼 아픈 선홍의 빛으로 한 껏 바쳐든 긴 가녀린 목에 올라 앉은 다보록한 함박 너의 얼굴 샅샅이 훑어가며 아침을 씻기워 주는 개미들 켜켜이 유혹하는 기품속에서의 공생은 품고 품은 삶이다. 소나기 처럼 와그르 단 번에 쏟아버린 화옆 무더기 사무치게한다. 강렬했던 매혹, 짧았던 만남의 순간이 사그라드는 허망스러움 우아했던 삶의 흔적으로 남은 꽃꼭지 톡 따내어 뿌리 곁에 뭍으며, 안녕

28 2020년 06월

28

이런 저런 일 이별

내 등에 뭔가 그려지는 것이 느껴졌다. 가느다란 손가락이 그려내는 예쁜 하트였다. 뒤 돌아보지 않아도 그녀임을 알 수 있는 J의 마지막 하트, 2년 동안 직장 동료였던 그녀가 내 등에 그려준 하트를 차곡차곡 모아놨으면 좋았을 것을 하는 아쉬움을 품게 하는 이별의 순간이었다. 가지가지 이유의 이별을 하면서 살아온 내 뒤안길에는, 남겨진 상처의 아픔으로 성숙해지기도 하고, 더러는 잊혀지기도 한 꽤 많은 기억이 있다. 이별이라고 다 상흔을 남기는 고통이 수반되는 헤어짐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너를 보는 일이 오늘이 마지막일 것 같은 생각이 들어." 그리움을 사치처럼 여기며 보낸 몇 년의 세월을 보낸 어느 날 문득, 나도 모르는 사이 목까지 꽉 들어차버린 나의 '노스탤지어'는 견딜 수 없도록 고통스럽게 , ..

21 2020년 06월

21

이런 저런 일 남의 밥통 가지고 굿을 한다.

긴 겨울 동안 해바라기 씨앗 담은 통을 새들을 위해 덱에 걸어 뒀다. 보통은 3월 말쯤이면 먹이통을 치우는데, 올 해는\ 6월이 되었는데도 걸어 두게 되었다. 씨앗 포대를 탈탈 비울 때까지 기다렸기 때문이다. 씨앗 남은 것을 서늘한 곳에 보관해 두었다가 생쥐들이 들락 거린 흔적을 발견하고, 포대째 들고나가 몽땅 거름 더미에 쏟아 버린 해가 있었다. 거름더미 위에 수북한 씨앗 껍질들을 보고 어처구니가 없었다. 생쥐들을 먹이고 키우며 한 지붕에서 동거했다는 것을 모르고 여름을 보낸 것이 더 기가 막히고 뒷 목이 쭈뼛해졌다. 그런 경험을 하고도 50% 세일을 하게 되면 구매욕을 참지 못하고 생각없이 한 포를 더 사는 미련을 떤다. 아무리 야무지게 보관을 해도 생쥐 코와 날카로운 이빨을 당할 재간이 없다는 현장..

14 2020년 06월

14

그 곳에 가면 강에 카누를 띄우고

물가로 너도나도 몰려 가고 싶은 계절이 되었다. 나는 이때를 잡초의 계절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거센 풀에 힘을 못 쓰고 시들어 가는 꽃들을 살리느라 꽃밭에서 거의 주말 시간을 다 쓰고 있다. 꽃을 돌보는 일은 집안 일과 같이, 해도 해도 끝이 나질 않는다. 그 누구도 이기지 못하는 풀의 왕성한 생명력에 꽃도 지치고 나도 지친다. 집 밖 어딘가로 떠나야 마당에 눈이 가지 않고, 눈으로 안 보면 멈출 수 있는, 풀 뽑는 일이긴 하다. 우리 동네 근처에 2개의 큰 호수가 있다. 여름이면 한 두 번씩 카누를 타러 간다. 지난 주말에는 친구와 호수가 아닌 강에 카누를 띄웠다. 호수는 노를 저어 앞으로 앞으로 가도 같은 풍경이라 재미를 느끼기에 부족하다는 친구의 불평에 올 해는 내가 양보를 했다. 사실은 팬데믹으로..

03 2020년 06월

03

이런 저런 일 뜻 깊다.

우리나라가 '코로나 19'로 연일 뉴스거리에 오를 때 캐나다는 안전지대라고 생각을 했었다. 국토가 넓은 반면 인구가 적었기 때문에 할 수 있었던 모두의 생각이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팬데믹'에서는 캐나다도 예외 일 수 없는 국가로 현재 한 자릿수 확진자 순위에 진입해 있다. 급 속도로 확진자가 올라가기 시작하면서 대책을 세워 놓지 않은 정부도 놀라고, 시민들은 불안에 휩싸이는 패닉 상태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경제 봉쇄와 강력 규제에 따라 심리 불안의 물품 사재기는 바이러스보다 더 빠르게 캐나다 전국으로 퍼지기도 했다. 국내외 확진자가 홍수로 강물 불어 나듯 했던 3,4월은 모든 사람들이 매일매일이 불안이고 걱정이었을 것이다. 오로지 "지나가겠지" 하는 한 가닥 희망을 갖는 일만이 큰 위안이었던 하루 하..

23 2020년 05월

23

이런 저런 일 떠날 때가 아닌데

해마다 3월 말경이면 캐나다 거위 한 쌍이 뒷마당에 있는 연못을 찾아온다. 4월 말 가까워지면 부화한 거위 새끼들을 데리고 해가 질 때까지 뒷마당을 차지하고 육아 생활을 시작한다. 거위 가족이 지내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가족을 지키려는 그들의 각별한 행동에 감탄을 할 때가 있다. 거위 새끼들은 쪼르르 몰려다니며 엄마 거위 주위에서 맴돌며 놀기는 하지만 호기심 많은 한 두 놈은 엄마 곁에서 벗어나는 행동을 하기도 한다. 들 쥐라도 달려 들면 어쩌나 하는 생각으로 걱정을 사고 있으면, 암컷 수컷중 누구랄 것도 없이 '꾸액꾸액' 새끼를 부르는 소리를 이내 듣게 된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새끼들은 고물고물 이쁘고, 천방지축 갈 곳 모르고 종종종 무조건 걸어 어디든 가려고 하는것도 어쩜 그리 똑같아 보이는지 웃음이..

17 2020년 05월

17

이런 저런 일 적어도 나에게는

"지나갈까?" 그렇지 않을 것 같더니 '코비드 19' 규제 완화가 조심스럽게 풀리고 있는 소식을 들으니 지나가고 있음이 느껴진다. 바이러스 발생 당시 근 한 달간은상황이 크게 와 닿지 않고, 캐나다는 안전지대일 것 같은 생각을 했었다. 국토가 넓은 반면 인구가 적었기 때문에 할 수 있었던 모두의 생각이었으리라. 급 속도로 확진자가 올라 가기 시작하면서 정부도 놀라고, 시민들도 불안에 휩싸이며 패닉 상태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심리 불안으로 곳곳에서 사재기가 시작되자 캐나다 정부는 '캐나다 긴급 대응 혜택"이라는 재난 기금 신청을 발표 함으로 국민의 마음을 안정시키는 처방을 했다. 정부와 질병본부가 속속 내놓기 시작한 안전 대책도, 기업을 비롯한 소 규모 비즈니스 그리고 시민들은 잘 지키며 따랐다. 그럼에도..

14 2020년 05월

14

이런 저런 일 잘 되겠지?

동생처럼 지냈던 후배가 수술하는 날. 수술을 하기 위해 독하디 독한 항암 8차를 견뎌 냈다. "잘했다" "애썻다" "수고했어" 다독이고 용기가 되는, 어떤 말이 그 애에게 약이 될까? "손 잡아 주고 싶다." "언니 보고 싶다." "그래..... 안아 주고 싶다." 머릿속이 생각을 멈춰야 잠이 올 텐데... 마음에 병원에 가 있다. 남자 간호조무사가 이동 침대를 무표정하게 밀고 병실 문을 나선다. 발끝 닿은 침대 난간을 잡은 조무사와 얼굴을 마주 보는 위치가 되어 후배가 누워있다. 드르륵 드르르륵... 드륵드륵... 바퀴 굴러가는 소리, 링거가 흔들리며 내는 세미한 마찰음 뒤에서 옆에서 우르르 따라가는 식구들과 친구들의 발걸음에서 조바심이 들리는 것만 같다. 심장과 맥박이 두려움에 빠르게 뛰어 가슴을 손..

10 2020년 05월

10

이런 저런 일 5월?

5월 중순으로 가는 길 부는 바람, 꽃바람인 줄 알았지 너희들도 나처럼 생각하고 삐죽하니 짧은 목 내밀었을 테지 당초 같은 상설( 霜雪)에 얼얼한 고드름 매달렸네 골난 바람 납작 엎드려 가만있는 흰 눈 뒤집기 메치기 엎어뜨리는 묘기 부리네 보는 사람 어디 어지러워 눈 둘 곳이 없을 지경이네 5월 바람 성질 한 번 사납네 키다리 나무 아저씨 눈 신발 신고 바람 노래 듣나 보네 허리에 두 손 괴고 왼쪽 오른쪽 잘랑대며 리듬을 맞추는 걸 보니 나무들이 다 같이 함께 좌로 우로 흔들거리다 쓰러지는 건 아닌지 봄 꽃이어서 봄에 피고 싶어 하는 나의 뜨락 아이들 기다리는 봄 계절이여 널 뛰기 하다 여름으로 건너뛰지 말고 2020년 봄 주고 가오. 시불재래(時不再來) 잖소. 5월 8일 ,점심 시간, 눈 보라가 부는 ..

19 2020년 04월

19

엄마와 함께... 밤 배

엄마 주무세요? 오늘 밤에 마음 넉넉한 보석 장수가 왔다 갔어요. 새 까만 벨벳에 주르륵 보석들을 부어 놓고 아침에 찾으러 오겠다 하고 가버렸지 뭐예요. 엄마의 생신 축하 선물인 것 같아요. 바이러스 쫒아 갈까봐 애들도 뵈러 못 가는걸 알고서요. 엄마 누우신 침상에서 하늘이 보여요. 한번 올려다 보세요.엄마. 엄마가 듣고 싶어 하시는 식구들의 소식을 별들이 전해 드리고 싶어 반짝 반짝 신호 보내고 있어요. 한 없이 바라 보며 엄마와 가까운 별을 찾는 중에 온 몸이 뜨거워지고 눈에서도 뜨거운 물이 솟아 나네요. 눈이 젖으니 별빛들이 다 뭉게져 보이는 것이 꼭 밤 바다를 보고 있는 것 같으네요. 그 중 큰 별 하나는 창문 밖 나무 가지에 앉아서 제게 물어요. 엄마에게 전하고 싶은 말 있냐구요. 별 바다에 띄..

10 2020년 04월

10

퀼트 흉내내기 이유

달빛이 침대에 걸터앉으며 잠을 깨웠다. 두꺼운 구름 덩어리가 달의 얼굴을 스치며 지나가는 것이 보인다. 바람은 잠 잘 생각이 없는지 나무들을 연신 흔들어 대며 심술을 부리고 있다. 거실 난로는 무더기로 넣어둔 장작을 다 태우고 재가 된 지 오래되었나 보다. 집안을 데우는 소리가 깊은 밤을 깨우고, 잠들지 못하게 했다. 달빛 젖은 하얀 홑이불을 바짝 끌어 올려 머리까지 덮었다. 조각보 마무리 하느라 애쓴, 늙어 가는 눈을 쉬게 해주고 싶었다. 달빛은 이불 속까지 훤히 들어와 꼭 감은 눈을 간지럽히고 짓궂었다. 블라인드를 내리는 것으로 달빛을 방에서 몰아내었다. 이어폰을 귀에 꽂고 스마트폰의 오디오북을 켜고 자장가 삼아 들었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착한 영혼' ...... 행복하게 꿈의 세계로 이끌어 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