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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퀼트 흉내내기

2020. 4. 10.

달빛이 침대에 걸터앉으며 잠을 깨웠다.

두꺼운 구름 덩어리가 달의 얼굴을 스치며 지나가는 것이 보인다.

바람은 잠 잘 생각이 없는지 나무들을 연신 흔들어 대며 심술을 부리고 있다.

거실 난로는 무더기로 넣어둔 장작을 다 태우고 재가 된 지 오래되었나 보다. 

집안을 데우는 소리가 깊은 밤을 깨우고, 잠들지 못하게 했다.

 

달빛 젖은 하얀 홑이불을 바짝 끌어 올려 머리까지 덮었다.

조각보 마무리 하느라 애쓴, 늙어 가는 눈을 쉬게 해주고 싶었다.

달빛은 이불 속까지 훤히 들어와 꼭 감은 눈을 간지럽히고 짓궂었다.

블라인드를 내리는 것으로 달빛을 방에서 몰아내었다.

 

이어폰을 귀에 꽂고 스마트폰의 오디오북을 켜고 자장가  삼아 들었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착한 영혼' ......

행복하게 꿈의 세계로 이끌어 갈 소재의 내용이었으면 좋았을것을

하필이면 하였지만 손을 꺼내어 뒤척이기 싫어 그냥 나두었다.

귀에서 떨어져 나간 이어폰속에서 찌걱찌걱 거리는 소리가 아침을 알렸다.

눈을 감은체로 이어폰을 더듬어 끌어다 귀에 꽃으니 이미 다른 책이었다.

 

커피 한 잔을 내리며 아침을 둘러 본다.

한 며칠 겨울 옷 벗으려나 했던 나무들이 간 밤에 내린 눈으로 

온 몸을 비틀며 오들 거리고 있다.

집 안의 푸른 화초들도 해가 그리워 창문가로 달겨 드느라 앞을 다투었다.

정리 하는 마음으로 하나 씩 마무리 해 가는 예전의 것 하나, 조각보

마무리 해 걸쳐 놓은 그대로 앉아 나를 빤히 바라다 보고 있다.

 

부활절 주간이다.

집을 떠나 있던 가족들이 모이는 큰 명절이지만, 있는 곳에서 각자

안전하게 지내야 하는 외로운 시절이다.

이승을 떠나 가는 사람들이 늘어 가고 있는 이 시기에는 외로움은 

사치한 병이다. 씩씩해야 한다. 그래야만 한다.

내가 재봉틀 앞에 앉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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