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에 카누를 띄우고

댓글 0

그 곳에 가면

2020. 6. 14.

물가로 너도나도 몰려 가고 싶은 계절이 되었다. 나는 이때를 잡초의 계절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거센 풀에 힘을 못 쓰고 시들어 가는 꽃들을 살리느라  꽃밭에서 거의 주말 시간을 다 쓰고 있다.  

꽃을 돌보는 일은 집안 일과 같이, 해도 해도 끝이 나질 않는다. 그 누구도 이기지 못하는 풀의 왕성한 생명력에 꽃도 지치고 나도 지친다. 집 밖 어딘가로 떠나야 마당에 눈이 가지 않고, 눈으로 안 보면 멈출 수 있는, 

풀 뽑는 일이긴 하다. 

 

우리 동네 근처에 2개의 큰 호수가 있다. 여름이면 한 두 번씩 카누를 타러 간다. 지난 주말에는 친구와 호수가 아닌 강에 카누를 띄웠다. 호수는 노를 저어 앞으로 앞으로 가도 같은 풍경이라 재미를 느끼기에 부족하다는 친구의 불평에 올 해는 내가 양보를 했다. 사실은 팬데믹으로 호수는 아직 금지구역이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물을 무서워하는 나는 만에 하나 있을까 말까 하는 카누가 뒤집어져 물에 빠졌을 때 강보다 호수가 더 안전할 것 같은 생각에서 매년 호수를 고집을 부린다.

 

노를 젓는 강의 거리는 5km이고  2시간 정도 소요되는 적당한 코스라고 했다. 물살이 일어나지 않는 평평한 강 표면에 수심도 얕아 초보자에게도 안전하다고 몇 번이나 나를 설득했었다.  한 번은 가봐야 할 것 같기도 하고, 가 봐서 강물이 여전히 무섭게 느껴지면 호수로 가면 되는 일이었다. 

강에서 카누를 타려면 각자 차를 가지고 가야 한다. 카누 도착 지점으로 먼저 가서 차 한 대를 주차 해 놓고, 카누가 실린 차에 동승해서 시작 지점으로 가면 된다. 

 

 

물을 바라보면 겁이 나지만 일단 카누에 앉으면 마음이 고요해지고 안정이 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인간이 느끼는 모든 감정은 마음가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을 새삼 또 느낀다. 친구의 말대로 물살이 고운 강이었다. 강 주변을 이루고 있는 경치는 눈을 두는 곳마다 한 폭 산수화였다. 강 둑을 차지하고 피어 있는 들꽃 무더기, 저 멀리 펼쳐진 초원 위의 목장 그리고 소 때들 그리고 강을 바라보고 지어진  집 한 채 조차도 자연의 일부로 어우러져 있다. 자연에 마음을 내어 맡기고, 꽁꽁 묶여 있어 답답했던 긴장감도 풀어놓았다. 허공을 헤치며 흘러가는 구름이 바람에 삭아 없어지듯 마음이 자유로워진다. 

 

 

구불구불한 강 속 중간중간  죽은 나무들이 강속에 처박혀 있기도 하다. 경치에 홀려 앞에 앉은 내가 해야만 하는 물길을 읽어 주는 일을 소홀히 하게 되면, 카누가 나무 둥치에 턱 하니 올라앉기도 한다.

 "강 오른쪽" "강 왼쪽' 이라고만 해주면 뒤에서 방향을 잘 잡아 준다. 카누 뒷자리는 테크닉이 필요해 경험자가 앉아야 한다. 속도가 나도록 노를 저어야 하는 앞자리의 내가 가끔씩 방향을 잡아줘야 할 때도 있다. 호수와 달리 강물의 흐름으로 뱃머리가 틀어지기 때문이다.  패들을 담그고 카누 쪽으로 지긋이 물을 끓어 당기면 카누 앞머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간다. 

 

한 시간쯤 노를 젓고 나면 기분 좋은 허기짐이 느껴진다. 카누를 나무 그늘이 드리워져 있는 강가에 밀어 대 놓고, 싸가지고 간 도시락 가방을 풀어 샌두위치와 과일을 나눠 먹었다. 같은 샌드위치여도 경치와 바람을 섞어 먹어서인지 맛있게 먹게 된다. 

 

시작해보지도 않고, 가보지 않고 미리 예측하는 두려움은 선입견인가 고집인가 아니면 양쪽 모두일 수도 있겠다. 나 정도 연륜이면 옹졸해지는 선입견을 버려야 하고, 주변 사람들 숨통을 꽉 쥐게 하는 고집은 더더욱 내다 버려야 한다. 카누 뒷좌석에서 조타하고 있는 친구를 돌아보며 " 네가 올았어."라고 말해 주었다. 나무와 주고받는 새들의 찬가, 패들이 물살을 가르고 수면 위로 올라오며 내는 물소리가 호수와 다르게 온화했다.

물놀이 소풍으로 참 휴식을 하였다.

 

 

친구들 오면 나이아가라 폭포는 이제 그만 가자고 해야겠다. TV에서 볼 만큼 보았을 테고, 티브이 카메라만큼 나이아가라의 속살을 들여다보지도 못하니 말이다. 차 지붕에 카누 올리고 강으로 데리고 가야겠다. 강이 많고 호수가 많은 캐나다이다. 카누 타기가 적합한 강 코스에는 카누를 대여해주는 곳도 있다. 혹시 모르니 알아 두려고 가격을 물어보았다.  $40, 하루 대여 가격이었다.  캐나다로 여행 오시는 분들에게도 적극 권하고 싶다.

                                                  ( Epping to Heathcote)

사업자 정보 표시
| | | 사업자 등록번호 : -- | TEL : -- | 사이버몰의 이용약관 바로가기

'그 곳에 가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가 좋아하는 '마이클'  (0) 2020.08.03
비키니~~~사랑  (0) 2020.07.24
강에 카누를 띄우고  (0) 2020.06.14
아바나 (Habana)에서  (44) 2019.12.26
퍼레이드 풍경 ...  (31) 2019.12.15
처방 약이 된 가을 색깔....  (0) 2019.10.14
다시 가야 할 이유만 남은 뉴욕...  (0) 2019.10.06
잠 들지 않는 도시..... 뉴욕...  (0) 2019.09.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