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키니~~~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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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곳에 가면

2020. 7. 25.

(Photo by  Maciej Serafinowicz  on  Unsplash )

 

시외버스 대합실 같은 자메이카  '몬테고 베이(Montego Bay)' 공항이었다.

추운 나라에서 온 여행객들이라고 만반의 더위를  준비하고 환영이라도 하는 것처럼

공항 대합실의 열기는 대단했다.

 

겨우 비행기 한 대가 부려 놓은 여행객들 이건만, 해안성 열대기후와 여행객들의 체온이 녹아든, 

끈끈한 공기가 늘어진 머리카락 사이로 훅 하고 끼어들어  휘감았다. 

옷을 갈아입기 위해 화장실을 찾아 줄에서 이탈하는 사람들도 있고,  겨울 옷 속에 여름옷을 입고 온

지혜로운 사람들은 해변의 차림만 남기고 그 자리에서 훌렁훌렁 벗었다.

 

리을리을에 리을리을로, 리을리를 구불거리는 입국 심사 대기 줄은 좀처럼 줄어드는 것 같지 않았다.

나는 웃옷을 벗어 허리에 질끈 동여 메고, 긴 머리를 똬리 틀어  머리꼭지에 올려붙이고 나니 

시원함이 좀 느껴졌다. 갑자기 기분도 상쾌해졌다. 케리어 속에 있는 비키니가 떠 올랐기 때문이었다.

생각으로도 비키니 입을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는데 무슨 생각이었는지, 떠나기 전 며칠 전에 비키니를

고르고 골라 사서는 챙겨 온 것이다.

 

~~~

 

목말랐던 햇빛 쏟아지는 해변으로 후다닥 나가서는 비키니 위에 걸쳤던 헐렁한 웃옷을 벗어 이불처럼 덮고 

비치의자에 얼른 누었다.  모래밭을 걸어 다니는 비키니 족을 구경하는 내내, 내 비키니와 그들이 걸친 것과 

비교하는 내가 철없어 웃음이 났다.  

 

천을 얼마나 아껴 만들었는지, 아슬아슬할수록 신 모델이었음을 , 골라골라 할 때, 내  비키니는 '엔틱' 

타입이라는 것을 알았었다. 저들이 걸친 것이 비키니라면 나의 것은 위아래만 떨어졌을 뿐

헬스장 유니폼에  가깝다고 보면 이해가 빠를 것 같다.

 

덮고 있던 겉옷을 귀신도 못 알아차리게 슬그머니 걷어 발끝에 밀어 놓았는데, 배꼽이 눈에 들어오는 것이다. 

신경이 쓰여 펼쳐 들고 있던 책을 배 위에 얹어 놓으니 마음이 푸근하게 가라앉았다.

 

나이를 불문하고 위아래가 아찔아찔하게 걸어 다니던  비키니들이,  피리 부는 사나이를 따라가던

'하멜른의 아이들'처럼 호각 부는 남자를 따라 카리브해로 들어갔다.

휘슬을 불던 젊은 캐러비언은 리조트 소속의 레크리에이션 강사였다. 비키니를 입은 내게도 와서 한 껏 

웃으며 아쿠아 체조를 하자고 손을 내밀었었다.

마음은 손을 잡고 따라나서라고 하는데 몸이 비치의자에 들러붙어 꼼짝을 안 했다.

아직 내 옷 같지 않은 비키니 바람으로 해변에 설 준비가 안 된 첫날이니 이해하기로 했다.

 

구경거리로 충분했던 아쿠아팀의 체조가 끝나고 다양한 비키니들이 바다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카리브해의 하얀 포말이 묻은 채로 나온 비키니 여인들은 이내 비치 의자에 그리고 모래 위에

벌렁 눕기도 하고, 엎드렸다.

파란 햇빛을 하얀 피부에 골고루 골고루 펴 바르며, 늘 옷 속에 갇혀 에덴을 그리워하던 몸에게

본향의 행복을 안겨주는 것 같기도 하고, 모래 위의 행위예술인 듯도 했다.

 

슬쩍 일어나 해변 위에 빨래 널어놓은 듯 한,  누워 있는 반 나신들을 지나 나도 모래밭을 걸었다.  

저만치 걸어가다 되돌아오는 사람들과 마주치기도 했다. 그렇게 몇 번 사람들과 눈길이 닿아 웃고

스치다 보니 자연스럽게 비키니 착용감이 좋게 느껴졌다. 

 

시대를 거쳐 가면서 점점 더 많은 여인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비키니의 매력을 다는 느꼈다고 할 수 없지만.

적어도 남사스럽다는 고정화된 생각이 깨진 것만은 틀림없었다.

나와 같은 스포츠 형 차림이 해변에서 만큼은 답답하고 어눌해 보이는 반면 비키니는 산뜻하고

시원스러운 것이 장소에 걸맞은 최대의 복장이라는 생각을 처음으로 가지게 되었으니까 말이다.

 

~~~

 

서태평양에 위치한 섬 이름에서 유래된 '비키니'라는 명칭은 한 종류 수영복의 총칭이지만,

디자인이 다양하게 바뀌면서 붙은 비키니의 이름들이 각기 있다.  

이름을 읽는 것으로 어떤 타입일지 대충 그려지기는 하나, 눈으로 직접 보는 것 같지 않아 구글링을 해 보았다.

 

반디니 ( Bandini ) / 마이 크로키니 ( Microkini ) /모노키니 ( Monokini ) 

스커 티니 ( Skirtini ) / 슬링 비키니 (Sling bikini) / 스트링 비키니 ( String bikini )

탱키니 (Tankini ) / 트링 키니 ( Trikini ) / 스포츠 비키니 (Sports bikini )

 

어느 한 디자인도 선뜻 골라 내 것으로 만들기에는, 수 십 년 몸에 익은 습관을 먼저 버리지 않고는 불가능 해 

보였다. 나에게 꽂히는 시선을 견뎌 낼 자신과 어떤 모습으로도 아름답게 포장이 되고 용서되는 그런 젊음이 

나에게는 지나가고 없음이다.

 

비키니의 이름도 생소한 오랜 변천사를 거치도록 모르고 지난 긴 세월을 보냈다.

지금부터 애용해 보자 한들 앞으로 몇 번,  올해만 해도 '펜데믹' 때문에 해변 찾아가는 일을 건너뛰어야 하니,

그 몇 번 중에서 한 번의 기회가 사라지지 않았는가.  

'새털 같이 많은 날'이란 말이 이제는 쉽게 써지지 않는데 말이다.

 

 

                                                                                             ( Jamaica Montego Bay, Jan.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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