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리는 소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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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8. 17.

한 번쯤 경험하고 싶었다.

해병대 훈련을 티브이에서 보았을 때 참가해 보고 싶었던 지난날은  삶 자체가 훈련이었던 때였다. 땡볕 운동장에서 줄 맞추고 제식 훈련했던 교련시간의 기억을 잊은 것도 아닌데, 일상 탈출이라고 생각해 낸 것이 해병대 훈련이라니, 발악 아니면 자학이었나 보다.

 

결국 해병대 훈련은 해 보지 못했다.

이제는 극기가 아닌, 유쾌한 도전을 하며 만유 하려고 한다. 가만있어도 내재적 동기 부여가 따라 주면 비단 위의 꽃이겠으나, 없으면 찾으면 될 일이다. 브런치에 글을 쓴다는 것도 도전의 한 예이 듯, 시도해 보고 싶은 것이 많다는 것이 요즘의 고민거리다.

 

야외 활동 환경이 조금 느슨해진 6월 말, '급류 카누 타기' 강습을 신청했다.

물결이 일어나는 강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신발 속 발 끝이 나도 모르는 사이 오그라 들고 만다. 강물 속 숨어 있는 바위를 때리고 만들어지는 흰 거품, 경사에 미끄러지며 붙는 흐름의 가속도, 물이 비벼대며 일으키는 소리에도 기도 질린다. 팔랑팔랑 조각배 같을, 카누에 몸을 싣고 급류에 오를 수 있는 담력이 단 1도 없으나 해 보고 싶다.

 

우리나라에서는 조정 경기를 하려면 '미사리'로 가듯이, 캐나다 토론토 지역과 오타와 주변 지역에서는 래프팅 연습장으로  '마다 와 스카 강' (Madawaska River)'으로 간다.

이 강습을 한 달 넘게 기다리며 들뜬 마음도 있었지만, 취소 소식이 왔으면 하는 기다림도 있었다. 급류라는 점이 주는 압박감과 부족한 용기 탓에 마음이 왔다 갔다 했기 때문이다.

 

가뭄이 계속되었다. 뒷마당 연못물은 한자나 줄었고, 동네를 가로지르는 강물은 바닥이 보일 정도로 수량이 줄었다. 강습을 생각하면 걱정해야 할 일이었다. 오히려 걱정 대신 미소 짓고, 마음 편안해했다.

강물 사정이 여의치 않아 취소되었다는, 혹시나 하는 소식을 비 보다 더 기다렸음이다. 처음 도전이니 그런 마음 들 수 있다고 용기 적은 나를 달래 주었다.

 

강습 날짜가 임박해 오면서 친구에게 이런 내 마음을 열어 보여 주니 파안대소하였다. 그 강은 전력 공사(Hydro)의 수력발전 댐이 있는 곳으로, 수량 조절을 하기 때문에 국경 너머 카누어들까지 연습장으로 찾는 곳이라 했다.

그것도 모르고 취소 소식을 기다렸으니 친구가 웃을 만했다. 기다렸던 소식 대신, 강습 약관에 동의하면 전자 사인하라는 메일을 받았다. 사인을 하기 전에 강습 취소를 하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취소 안내를 읽어 봤다. 결국 가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으로 길을 나서야 했다.

 

논스톱 길을 3시간쯤 달린 후, 내가 내게 한 마디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미쳤어"

나에게 카누 열정이 있다면 모를까, 부산보다 먼 거리를 가고 있는 내가 제정신이라 생각할 수 없었다.

달려온 거리만큼 더 달려야 목적지에 도착하는 도로 위에서, 강습 마치고 이 길을 다시, 6시간을 도로에 바쳐야  한다는 것에 마음이 불편해지려 했다. 피곤함이 급 몰려왔다.

 

 

 

멈추지 않고 목적지를 찾아가는 것만으로도 도전이라는 생각으로 마음을 털어내고 긴장감을 덜어내려 애썼다.

때에 맞지 않는 옷들을 꾸리며 날씨 걱정도 했었는데, 차창을 뚫고 들어 오는 햇살이, 뜨거운 맛 좀 보라는 식으로 얼굴이 익도록 화끈화끈 따가웠다.

 

'알곤퀸 파크'를 끼고 달리는 숲 길은 강원도를 지나고 있는 것 같았다. 사잇길로 접어들면 계곡에 발 담그고 막 국수 한 그릇 시켜 먹을 수 있는 주막이라도 만날 것 같은 길어었다.

이 곳의 유명한 단풍을 떠올리니 조금 전의 지겨움도, 피곤함도 잊어버렸다. 가을 색이 절정일 때 다시 이 길을 달려 보겠다는 다짐을 하는 변심을 부리며, 푸른 풍경을 스쳐 달리고 또 달렸다.

 

오라는 시간대에 도착한 곳은 오지 중에 오지였다. 이미 짐을 풀고 여기저기 앉아 담소하는 사람들에게"나 좀 보시요." 하듯 둘러보아도 아무도 특별하게 보아주지 않았다. 나 혼자만 대 장정이라 생각할 뿐 저들은 장거리 운전에 이골이 나고 익숙한 캐나디안들이니 당연한 일이다.

 

(카누, 카약 강습 센터 MKC 전경)

 

잠결에 여랑 흔들리는 소리를 들었다. 아침 식사 시간임을 알리는 신호였다. 잠을 설쳐 피곤이 가중되어 있었다.. 이런 아침에 따듯한 국이 있는 밥을 주면 좋으련만, 계란 프라이 두 개, 베이컨 조금, 빵 한 조각, 과일 조금, 그리고 요구르트였다. 배 타러러 가는 사람에게 간단해도 너무 간단한 아침이었으나 커피 덕에 배는 불렀다.

 

사람이 모이면 통성명의 자기소개는 기본이다. 부부 두 팀, 형제 한 팀, 그리고 짝이 없는 나까지 7명이 우리 그룹이었다. 나와 같은 비슷한 경험과 실력도 도찐개찐인 것을 소개를 통해서 알 수 있었다.

 

강사는 나에게 뱃머리(bow)에 앉을건지, 선미(stern)에 앉을 것 인지를 물었다. 카누 뒷 쪽에 앉은 사람이 배의 방향을 잡아 주는 운전자 역할이어서, 노 젓기는 앞쪽과 다른 기법이다. 이 방법을 배우기 위해 이번 강습에 참여한 목적대로 나는 선미에 앉았다.

 

다음 날은 뱃머리에 앉았다. 급류에서는 앞 쪽이 선미를 순발력으로 협조해야 할 때가 많아 선미와 호흡을 맞춰 보는 것이 좋겠다는 강사의 권유였다. 카누 자리를 어느 쪽이든 돌아가며 바꿔 앉는 것은, 카누어들 사이의 규칙이라는 이유도 있었다.

 

노 젓는 5 가지 방법 연습을 마치고, 급류에 카누를 띄우기 위해, 우리 모두는 강가에 서서 돌팔매질을 했다. 하얗게 포말이 일어 나는 물살을 보며 카누가 지나가야 하는 물길이 어딘지, 돌 던지기로 대답하는 놀이였다.  소용돌이가 일어나는 지점과 물살이 약해지는 부분, 그리고 물의 색과 물결로 강 물의 깊이와 장애물까지 읽을 수 있었다.

 

노 젓는 연습도 했고 물길도 읽었으니 급류 탈 준비는 되었으나 실전에 오르는 일은 본인 선택이었다. 나와 한 팀인 강사는 급류에 카누 띄울 의사를 나에게 물었다. 물길을 눈으로만 익혀두었을 뿐인데, 거친 물살이 무섭지 않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강사가 파트너가 되니 시범 조가 되어 선행을 했다.

 

노련한 강사 덕분에 급류에 휘말리지 않고 안전하게 통과하여 강가에 카누를 세울 수 있었다. 카누에서 나와 다음 팀을 응원하며 지켜보았다. 뱃머리와 선미의 역할이 다름을 비디오 보는 듯 지켜볼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 

출발하기 전 강사는 앞 쪽에 앉은 나에게 방향은 자기가 잡을 것이니 노 젓는 일을 쉬지 말라고 했었다.

그 말의 의미가 어떤 뜻인지도 다른 팀을 보면서 알 수 있었다.

 

결국 한 팀의 카누가 급류 시작점에서 뒤집어지고 말았다. 카누 타기에서 절대 하면 안 되는, 카누가 기울어 지려 할 때, 양손을 벌리고 카누의 몸체를 잡았기 때문이다. 물에 워낙 친숙한 사람들이어서 바위에 쓸린 흔적이 좀 있었을 뿐, 큰 사고로 연결되지 않아 다행이었다.

 

마지막 형제 팀은 젊은 용기가 있으니 다들 걱정하지 않았으나 둘의 호흡이 맞지 않아 카누가 돌아가기 시작하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강사는 급하게 소리를 질렀다. 쉬지 말고 계속 노를 저으라고  "패들. 패들. 패들. 패들(paddle)" 수도 없이 외쳤건만. 카누가 돌아 내려오고 말았다. 카누 머리를 물살이 들어 올리자 뱃머리 쪽 청년이 노 젓는 일을 주춤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Madawaska River, 상류)

 

두 번 세 번 급류를 탈 때마다 물 결의 폭과 깊이가 달랐다. 노를 물에 꽂는다고 꽂았는데 헛손질일 때가 있었다. 물 살이 뱃머리를 치고 올라왔다 내려가는 타이밍을 잘못 맞추었기 때문이다.

이때 제대로 다시 노를 젓겠다고 리듬을 잃고 상체가 흔들리면 배가 기울었다. 헛손질이어도 하던 대로 계속 노 젓는

일을 쉬지 않는 것이 그나마 최선이었다.

 

일주일이 지난 지금, 그때의 일을 정리하고 있는 지금 이 시간, 들리는 소리가 있다. 그 소리와 함께 맥박도 뛴다.  

"패들, 패들, 패들, 패들"

내 삶의 물결을 읽어 내지 못했던 지난 시간들이 가슴 밑바닥에서 올라왔다. 가슴이 먹먹해진다. 그때그때마다 누군가

나를 향해 노를 저으라고 소리 질러 주었을 테지만, 노 젓기를 못하고 몸으로 마음으로 풍랑을 겪어내야 했었다.  

삶도 카누 타기와 마찬가지로 훈련 없이는 노 젓는 일이 쉽지 않았음이다.

 

노련한 강사가 파트너였다는 것은 두려움의 무게를 덜어낼 수 있는 든든함이었다. 그 든든함은 용기가 되어, 순탄한 성공으로 이끌었다. 이 도전을 해 낼 수 있을까 하는 불확실했던 선택에 마음 흔들려했지만. 팀원의 협력으로 성취감도 맛보고 자존감까지 업되는 결과를 얻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을 고해(苦海)라 했다. 누구와 함께 한 배를 타고 있는지에 따라 항해의 방향이 달라지고 삶의 질도 달라진다.  현재 나의 배에 타고 있는 파트너는 누구인지, 내 곁의 사람들을 돌아보게 하는 날이다.

 

(8월 7일 ~10일 ,2020년)

Madawska River 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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