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2020년 09월

19

그 곳에 가면 휴가를 괜히 냈나 했지만

귓속에 딱따구리가 한 마리 날아들었다. 쪼아댔다. 몇 년에 한 번 정도 앓는 몸살의 징후다. 엄살기 섞은 신음으로 새벽을 밝혔다. 코로나 바이러스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낮에 누구를 만났으며 어느 장소에 다녀왔는지 동선을 그려보다 아침에서야 잠이 들었다. 늦잠에서 깨어 나니 귓속 딱따구리는 숲으로 날아가 버렸다. 앓는 소리를 몸으로부터 내 보낸 것이 효과적인 단방약이 된 것 같다. 다음엔 마음도 아프면 참지 말고, 이렇게 소리 내어 알아주고 보듬어 주어야겠다. 한 달 전 신청한 일주일 휴가는 추워진 날씨 탓으로 일정이 어그러졌다. 휴가일 사용을 취소할까 하다 말았던 것을 후회하던 차에 딱따구리가 찾아온 일은, 내 삶의 습관을 파노라마로 기억하고 있는 몸이 보내는 신호로 받아 드리기로 했다. 그렇게 생각하..

07 2020년 09월

07

흙과 함께 꽃 상여를 바칩니다.

야심작으로 모종을 내어 심었던 옥수수를 다 땄다. 껍질 벗은 옥수수는 보기에 참 알량하다. 올봄은 "집에 머물라"는 정부 방침으로 마켓 외출도 수월 하지 않았다. 채소 씨앗 준비를 여느 해보다 의도 있게 준비했다. 채마밭에서의 소출로 자급자족을 하는 것은 물론, 푸드뱅크에 나눔 하려는 생각으로 모종을 내는 것에 신경을 썼었다. 결과적으로 나눔 하겠다는 목표는 생각으로 끝나고 만 작황이 되었으나, 스스로는 필요한 만큼 충당은 되었다. 마켓 가는 횟수도 확 줄었다. 세 종류의 상추 씨앗 중, 한 가지 씨앗만 싹이 났고, 옥수수 귀신인 너구리도 건드리지 않은 볼품없이 자란 옥수수, 채 크지도 않고 익어 껍질 질긴 토마토, 대 여섯 종류의 씨앗을 들이붓듯이 심은 '스쿼시(squash)' 종류는 박스로 푸드뱅크에..

댓글 흙과 함께 2020. 9. 7.